'싼맛'에 러시아 석유 산 인도…'당근과 채찍' 들고 등판한 바이든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2022.04.12 11:51
글자크기

인도, 쿼드 동맹이면서 러 제재 '삐딱선'…
화상 회담서 "에너지 수입 다변화 돕겠다",
블링컨 국무는 "인도 인권침해 증가 주시"

[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코트 강당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화상 회담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양국 간 국방 협력관계를 강조하면서 "러시아가 벌인 전쟁의 불안정 여파를 어떻게 관리할지 긴밀한 협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2.04.12.[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백악관 사우스코트 강당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화상 회담을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양국 간 국방 협력관계를 강조하면서 "러시아가 벌인 전쟁의 불안정 여파를 어떻게 관리할지 긴밀한 협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2.04.12.


미국이 대(對) 러시아 제재에 미온적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인도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 11일(현지시간) AFP·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이날 화상으로 한 시간가량 정상회담을 가졌다. 양국의 외교·국방장관들도 백악관에서 배석한 데 이어 별도로 2+2 회담을 열었다.

美, 中 이어 러시아 제재에도 인도 동참 압박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일련의 고강도 제재에 나선 것과 달리 인도가 중립적인 태도 속에 서방과 결이 다른 행보를 보이는 와중에 밀도 높은 회담이 열린 것이다. 미국과 인도는 호주, 일본이 포함된 '쿼드'(Quad) 회원국으로 활동하며 중국 견제에서 보폭을 같이한다.



하지만 인도는 미국과 영국이 중단한 러시아 원유와 가스를 여전히 수입하고, 러시아산 무기 구입을 계속하고 있다. 아울러 인도는 최근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특별총회, 인권이사회의 러시아 규탄 및 자격 정지 결의안 투표에서 모두 기권표를 던졌다.

화상 회담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인도가 미국에서 수입하는 에너지가 러시아산보다 훨씬 많다면서 미국이 인도의 에너지 수입 다변화를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줄이거나 중단하라는 일종의 압박으로도 해석된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이 "러시아산 에너지와 다른 물품 수입을 늘리는 것은 인도의 이익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이후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도는 지난해 러시아에서 1600만 배럴의 원유를 수입했는데, 올해 들어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두 달도 못 돼 1300만 배럴을 구입했다. 러시아는 대폭 할인해 판매한 것으로 전해진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양국 간 안보 파트너십을 강조하면서 러시아가 일으킨 전쟁을 어떻게 관리할지를 인도와 긴밀히 협의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에 모디 총리는 우크라이나 부차에서 무고한 민간인이 살해됐다는 최근 뉴스가 매우 우려스럽다며 "우리는 즉각 이를 규탄하고 독립적 조사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 인도적 지원을 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모디 총리는 러시아 측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직접 회담할 것을 제안했다고도 밝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모디 총리는 "인도와 미국과의 '우정'이 향후 25년간 인도 발전 과정에서 필수적인 부분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언급했다.

미 고위 당국자는 "회담이 적대적이지 않았다. 솔직하고 훈훈한 분위기였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이 당국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모디 총리에게 구체적인 요구를 하지는 않았다"며 "인도 스스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백악관은 회담 후 낸 성명에서 두 정상이 인도·태평양과 이를 넘어선 지역에서 모든 나라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존중하겠다는 공동 약속을 강조했다고 밝혔다.

인도에 '당근과 채찍'…블링컨 국무 "인도 인권 침해 상황 주시"
[워싱턴=AP/뉴시스] 앤서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미·인도 2+2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04.12[워싱턴=AP/뉴시스] 앤서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11일(현지시간)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열린 미·인도 2+2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2.04.12
이날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미국을 방문한 인도의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외교장관, 라즈나트 싱 국방장관과의 회담에 하루를 온전히 할애했다. 오전에 각각 외교장관, 국방장관 회담을 하고 오후에 외교·국방장관 2+2 회담, 공동 기자회견, 만찬이 이어지는 일정이었다.

로이터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인도에서 인권 침해 사례가 증가하는 것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날 오스틴 국방장관과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인도의 파트너들과 함께 인권에 대한 공동의 가치에 대해 정기적으로 관여하고 있다"면서 "일부 정부, 경찰, 교도소 관료들에 의한 인권침해 사례 증가 등 인도의 최근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링컨 장관은 인권 침해 사례가 무엇인지는 자세히 언급하지 않았다.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나렌드라 모디 정부가 2014년 집권한 이후 이른바 '암소 자경단'에 의한 폭력이 급증한 것과 관련된 것으로 추측된다.

암소 자경단은 암소를 신성시하는 보수 힌두교도들이 소속된 조직인데, 소 도축 등을 감시하며 때로는 소 운송자조차 공격 대상으로 삼아 살해하는 등 과격 행위를 일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소수 종교인 이슬람교도와 기독교도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한다.

모디 정부는 시민권법 개정, 잠무-카슈미르 특별지위 박탈 등을 통해 무슬림 등 소수 집단 탄압을 강화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시민권법에는 무슬림 차별적 요소가 담겼고, 잠무-카슈미르는 무슬림 주민이 다수인 지역으로 모디 정부의 조치에 따라 주민들은 취업, 부동산 취득 등에서 누리던 혜택을 잃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