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 영 안 나가네'… 카카오의 SM엔터 인수, 이수만에 달렸다?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2022.04.12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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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CJ 제치고 '협상 테이블' 앉았지만
소액주주 반발, 이수만 요구조건에 '지지부진'

SM엔터테인먼트 사옥 카페. /사진=김창현 기자 chmt@SM엔터테인먼트 사옥 카페.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카카오 (36,000원 ▼150 -0.41%)에스엠 (66,600원 ▼300 -0.45%)엔터테인먼트(SM) 지분매각 협상의 진도가 영 나가지 않는다. 이수만 SM 창업자가 지분 매각 이후에도 일부 경영권을 요구한다거나, SM의 일부 소액주주가 헐값 매각을 반대하기 위한 조직적 움직임을 보인다는 풍문이 돌지만 확인된 사실은 없다.

분명한 건 카카오의 SM 인수작업이 늦춰질수록 종합 엔터테인먼트 IP(지식재산권)를 확보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한다는 카카오의 구상에 차질이 생긴다는 점이다. 최근 SM 인수가 결렬된 CJ ENM (69,000원 ▼1,100 -1.57%)처럼 카카오 역시 고배를 마신다면, 2025년 완공 목표인 서울 카카오 아레나에서 SM타운 공연이 열리는 모습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CJ 제치고 카카오와 지분매각 협상하는 SM엔터
11일 IT(정보기술)업계 등에 따르면 이수만 SM 창업자는 지난해부터 이어오던 CJ와의 지분 매각 협상을 사실상 중단하고 카카오와 협상 테이블을 새로 꾸렸다. 매각협상 대상은 이수만 대표가 보유한 SM 지분 18.72%다.

CJ그룹은 지주사인 CJ와 CJ ENM이 함께 지분 인수를 추진하면서 지난해 10월 인수 검토 사실을 공시했다. 당시 밝힌 목적은 음악 콘텐츠사업 강화 및 사업 시너지 창출 등이었다. CJ는 지난해 안에 협상을 마무리할 계획이었으나 양측이 거래 조건에 쉽게 합의하지 못하면서 도장을 찍지 못했다.



그 틈을 카카오가 파고들었다. 지난해부터 SM엔터 인수를 추진해오던 카카오는 최근 가장 유력한 협상대상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와 SM엔터는 지분 평가금액 등 큰 그림에서는 합의점을 찾고 막판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이수만 '개인회사' 몰아주기에 불 붙은 소액주주 반발
오세훈 서울시장과 남궁훈 카카오 대표가 지난 4일 오전 서울아레나 복합문화시설 민간투자사업 실시협약 체결식이 열린 서울시청 영상회의실에서 협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오세훈 서울시장과 남궁훈 카카오 대표가 지난 4일 오전 서울아레나 복합문화시설 민간투자사업 실시협약 체결식이 열린 서울시청 영상회의실에서 협약서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졌다. 이수만 창업자가 100% 지분을 보유한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이 지난해 SM으로부터 240억원의 인세를 받는 등 그간 '일감 몰아주기'가 있었다는 지적이 SM 주주로 참여중인 기관투자자들로부터 나왔다. 지난달 31일 SM 주주총회에서 0.91% 지분을 가진 사모펀드 얼라인파트너스에서 지배구조 개편이 필요하다며 회사측과 별도의 감사 후보를 내세운 배경이다.

당초 표 대결까지 예상됐으나 SM이 주총 직전 감사 후보를 철회하면서 얼라인파트너스의 완승으로 끝났다. 승기를 잡은 소액주주들은 카카오와 SM이 물밑협상중이던 유상증자 방안까지 문제삼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이수만 창업자의 보유지분을 카카오측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인수한 뒤, 카카오에서 제3자 유상증자를 통해 추가로 신주를 확보하는 방안이었다. 하지만 소액주주들의 반발로 신주 헐값 인수 및 주가 하락 비판을 불러올 수 있는 유증 방안이 제대로 실행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다.

'끗발' 약해진 이수만 창업자…인수협상에 약일까 독일까
이수만 SM 총괄 프로듀서. /사진=뉴스1이수만 SM 총괄 프로듀서. /사진=뉴스1
이 때문에 이수만 창업자가 카카오에 지분을 판 뒤에도 경영 참여를 보장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액주주 반발 때문에 라이크기획을 통해 얻던 인세 수입이 끊길 상황이기 때문이다. 카카오가 이 같은 요구에 난색을 표하면서 매각 협상이 표류중이라는 평이다.



반면 이수만 창업자의 SM 지배력이 흔들리면서 오히려 매각 협상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상반된 견해도 나온다. 이수만 창업자가 굳건하게 쥐고 있던 SM 운영 방식이 흔들리면서 사모펀드 등이 차익 실현을 위해 매각 작업을 압박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소액주주 발언권이 커진 만큼 사들이는 카카오 입장에선 부담을 느낄 수 있다.

한편 카카오는 SM 지분인수 협상 관련 "매각 협상은 상대방이 있기 때문에 중간에 밝힐 수 있는 부분이 제한적이다"며 "인수 논의는 계속되고 있으며, 딜이 마무리돼야 공식 발표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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