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4일간 15% 급락…AI·자율주행차 잠재력은 충분[서학픽]

머니투데이 권성희 기자 2022.04.11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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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 탑픽]

편집자주 서학개미들이 많이 투자하는 해외 주식의 최근 주가 흐름과 월가 전문가들의 평가를 분석해 소개합니다.

미국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를 비롯한 반도체주가 급락하고 있는 가운데 서학개미들은 저가매수에 나섰다.

엔비디아는 지난 5일부터 8일까지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총 15.5% 내려갔다.

이 기간 동안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의 하락률 8.9%를 뛰어넘는 낙폭이다. 사실상 엔비디아가 반도체주 하락을 주도하는 모습이다.



엔비디아, 4일간 15% 급락…AI·자율주행차 잠재력은 충분[서학픽]


올 2분기 반도체 수요 위축 시그널
엔비디아는 특히 지난 8일 4.5% 급락했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반도체주에 단기적으로 부정적인 전망이 나온 것이 원인이었다.

트루이스트의 애널리스트인 윌리엄 스타인은 이날 보고서에서 "지난 6일 오후에 우리는 폭넓은 범위의 컴퓨터와 소비재, 커뮤니케이션 OEM업체(위탁생산업체)들이 최소한 일부 반도체 공급업체에 보낸 수요(주문) 시그널에서 갑작스럽게 부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스타인은 이 같은 수요 감소가 대부분 2분기 생산과 관련이 있었으며 올 하반기 수요는 강하게 유지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수요 위축 조짐은 올 2분기에 한정됐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그는 이 같은 신호가 한 분기의 수요 조정으로 일시적인 문제일 수 있지만 "약간의 수요 붕괴와 약간의 추가 공급이 결합될 때 전통적인 순환적 하락세가 초래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스타인은 엔비디아와 AMD, 인텔의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엔비디아에 대해선 '매수' 의견을 유지했지만 단기적인 주가 움직임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목표주가를 347달러에서 298달러로 낮췄다.


AMD와 인텔에 대해선 '보유' 의견을 유지하며 목표주가를 각각 144달러에서 111달러, 53달러에서 49달러로 하향했다.

반도체주 하락 원인 '셋'
반도체주는 지난해 4분기까지 7분기 내내 급등했지만 지난해 12월 고점을 형성한 뒤 지금까지 20%가량 급락했다.

최근 반도체주의 하락 원인은 3가지로 분석된다. 첫째는 경기 순환적 영향이다. 스타인이 지적했듯이 반도체는 컴퓨터와 스마트폰 등 전자제품 수요에 따라 판매량이 결정되며 전자제품 수요는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최근 경제가 침체에 빠지지는 않더라도 최소한 성장세는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반도체주가 다른 기술주보다 더 타격을 받고 있다.

둘째는 코로나19가 잦아들면서 재택근무가 종료되고 근로자들의 직장 복귀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며 급증했던 PC와 노트북, 게임기 수요가 이제 둔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달 31일 바클레이즈의 애널리스트인 블레인 커티스(Blayne Curtis)는 PC와 게임기 수요가 코로나 팬데믹 때에 비해 줄 것이라며 AMD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

PC와 게임기 수요 감소는 비단 AMD뿐만 아니라 인텔과 엔비디아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된다.

셋째는 최근 연준(연방준비제도, Fed)이 공격적인 긴축을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점이다.

긴축은 통상 기술주 같은 고성장주에 더 부정적이다. 고성장주는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주가에 반영되는데 금리가 올라가면 미래가치를 금리로 할인한 현재가치가 떨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엔비디아, 4일간 15% 급락…AI·자율주행차 잠재력은 충분[서학픽]
그래도 '가즈아 엔비디아'
엔비디아가 단기적으로 불안한 주가 움직임을 보일 수는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주가가 하락하는 지금이 매수 기회라는 의견이 많다.

엔비디아를 분석한 애널리스트 중 21명이 '매수'를 추천했다. '매도' 추천은 없고 '보유' 의견이 5명이다.

엔비디아를 장기적으로 낙관하는 이유는 AI(인공지능)와 자율주행차 때문이다.

코웬의 애널리스트인 맷 램세이는 "AI 컴퓨팅 기회는 데이터센터와 기업, 게이밍. 자동차, 시뮬레이션 등 모든 산업에 수직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AI는 궁극적으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통해 수익화되는데 엔비디아는 반도체 분야, 어쩌면 기술산업 전체에서 AI가 주도하는 성장 스토리의 선두주자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AI가 적용된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엔비디아의 독보적인 활약이 기대된다. 리서치&마켓에 따르면 자율주행차 시장은 2030년까지 3270억달러의 시장으로 커져 연평균 성장율이 22.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모도 인텔리전스(Mordor Intelligence)에 따르면 현재 엔비디아의 주력인 GPU(그래픽 프로세상 유닛) 시장은 2026년까지 연평균 14%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14% 성장률이 2030년까지 유지된다면 2030년에 GPU 시장은 1670억달러 수준으로 자율주행차 시장의 절반 수준에 그치게 된다.

엔비디아가 지난 1월30일까지 회계연도 2022년에 자동차 부문에서 올린 매출액은 5억6600만달러로 전체 매출액의 고작 2% 남짓이었다.

GPU를 판매하는 게이밍 부문에서 올린 매출액은 전체의 46%인 125억달러였다. 8년 후에 자율주행차 시장이 GPU 시장의 2배가 된다면 엔비디아의 성장세는 폭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엔비디아는 특히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반도체 분야에서 독보적인 선두주자이다. 엔비디아의 자율주행 플랫폼에는 30개의 전기차 제조업체 중 20개, 10개의 트럭 운송회사 중 7개, 10개의 로봇택시 회사 중 8개가 참여하고 있으며 자율주행차 데이터센터 제공업체는 30개사 전부가 참여하고 있다.

엔비디아, 4일간 15% 급락…AI·자율주행차 잠재력은 충분[서학픽]
2년 후를 보면 지금 주가는 싸다
엔비디는 올들어 3번 저점을 형성했다. 지난 1월27일 219.44달러와 3월7일 213.52달러, 3월14일 213.3달러 등이다.

엔비디아는 3월14일 바닥을 치고 29일 286.56달러까지 34.35% 급등했다가 이후 19.32% 급락하며 다시 올들어 하락률이 21.39%로 커졌다.

그렇다고 엔비디아의 밸류에이션이 현재 싼 것을 아니다. 나스닥시장 정보에 따르면 올해(회계연도 2023년) 순익 전망치 기준 PER(주가수익비율)은 49.19배이고 이를 올해 EPS(주당순이익) 증가율 전망치 21.02%로 나눈 PEG는 2.92배이기 때문이다.

PER은 산업마다 평가받는 수준이 달라 PER 자체만 높고 비싸다, 싸다를 논하긴 어렵다. 하지만 AMD는 올해 EPS 기준 PER이 27.3배다. PER을 올해 EPS 증가율 전망치 45.28%로 나눈 PEG는 0.91배에 불과하다. PEG는 1 이하일 때 저평가됐다고 본다.

이렇게 보면 엔비디아보다 AMD를 매수하는 것이 좋은 선택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엔비디아가 높은 PER을 받는 것은 AI와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앞선 기술력을 인정받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단기적으로는 높은 PER 때문에 주가 변동성이 심하겠지만 장기적으로 AI와 자율주행차 발전을 확신한다면 성장성이 높은 PER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것이 엔비디아를 '매수' 추천한 애널리스트들의 설명이다.

한편, 서학개미가 4월4일부터 8일까지 가장 많이 순매수 결제한 종목은 ICE 반도체지수의 하루 수익률을 3배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세미컨덕터 불 3배 ETF(상장지수펀드)였다. (매매 기준으로는 결제일 3거래일 전인 3월30일일부터 4월5일까지)

반도체주가 단기간 많이 떨어진 만큼 단기 반등을 기대하고 상승시 3배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레버리지에 몰린 것으로 보인다.

서학개미가 2번쨰와 3번째로 많이 순매수 결제한 종목도 반도체주로 엔비디아와 AMD였다. 엔비디아는 지난 7일 기준으로 서학개미가 테슬라와 애플에 이어 3번째로 많이 보유하고 있는 종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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