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 대상포진 백신 잡아라"…녹십자 美서 후기 임상2상 돌입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2.04.11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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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C녹십자 (111,900원 ▲800 +0.72%)가 대상포진 예방 백신 미국 임상 2b상에 돌입했다. 8조원 규모로 성장할 대상포진 백신 시장을 겨냥해 의약품 허가 기준이 가장 까다로운 미국을 임상 지역으로 택했다. 차백신연구소와 바이오벤처 아이진도 대상포진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 MSD와 SK바이오사이언스 '2강'에 GSK까지 가세한 대상포진 백신 시장 판도에 국내 제약·바이오사들이 연이어 도전장을 낸 형국이다. 대상포진백신 경쟁 2라운드가 열린 셈이다.

GC녹십자 대상포진 백신 美 도전장…개발경쟁 2라운드
"8조 대상포진 백신 잡아라"…녹십자 美서 후기 임상2상 돌입


1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의 미국 자회사 큐레보(Curevo)는 최근 대상포진 예방 백신 후보물질 'CRV-101'의 미국 임상 2b상(후기 임상 2상)에 착수했다.



큐레보가 임상을 주도하고 GC녹십자와 GC녹십자 부설 연구기관인 목암생명공학연구소가 임상에 공동 참여한다. 50세 이상 678명을 대상으로 'CRV-101'의 안전성과 면역원성을 평가하게 된다. 임상 완료 목표시점은 2028년 9월로 제시됐다.

'CRV-101'는 GC녹십자가 2018년 미국 시애틀에 큐레보를 설립하고 차세대 백신 개발에 착수한 뒤 처음 임상에 박차를 가하는 프리미엄 백신 후보물질이다. 큐레보는 'CRV-101' 개발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 지난 2월 6000만달러(약 74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펀딩 유치에 성공했다.



GC녹십자 관계자는 "이미 임상 1상에서 안전성이 확인된 상태로 이제 사실상 안전성을 넘어 효능과 투약 용량을 평가하게 되는 것"이라며 "세계시장을 겨냥해 임상 지역을 미국으로 택했다"고 말했다.

차백신연구소는 대상포진 백신 후보물질 'CVI-VZV-001'을 개발 중이다. 지난해 8월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 1상을 신청했지만 자진 취하한 뒤 재신청을 준비 중이다. 아이진은 대상포진 예방백신 'EG-HZ'을 지난 2월 한국비엠아이에 기술 이전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비엠아이는 국내에서 EG-HZ의 후속 임상 및 시판허가, 생산, 판매·마케팅 등 사업화를 직접 진행할 예정이다.

이 같은 국내 업계의 대상포진 백신 도전은 대상포진 백신 시장 1차 재편 후 속도가 붙고 있다. 특히 국내에선 MSD와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으로 형성된 양강 체제에 GSK의 백신 '싱그릭스'가 도전장을 낸 상태다. MSD와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이 생백신(독성을 약화시킨 병원체를 직접 사용하는 백신)인 반면 GSK의 백신은 단백질 재조합 백신이다.


싱그릭스의 예방효과는 90% 수준으로 70% 정도로 알려진 MSD와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보다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두 백신이 50세 이상에만 접종 가능한 반면 싱그릭스는 18세 이상에서 면역력이 저하된 성인에게도 접종이 가능하다. 다만 싱그릭스는 2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해야 하지만 MSD와 SK바이오사이언스 백신은 1회 접종이 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미국에서는 싱그릭스가 대상포진백신 시장을 사실상 잠식한 상태"라며 "올해 싱그릭스가 국내에 정식 출시되면 국내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화이자·모더나까지 참전…8조원 시장 겨냥
이 같은 1차 재편 후 속도를 내는 국내사들의 대상포진백신 개발 도전도 이 같은 시장 트렌드를 겨냥했다. 큐레보의 'CRV-101'도 단백질 재조합 백신으로 개발된다. 미국 임상 2b상에서 비교 투약되는 약물도 단백질 재조합백신인 싱그릭스다. 면역증강제의 효능과 개발 편의성을 앞세워 싱그릭스를 넘는다는 것이 큐레보 개발 전략인 것으로 추정된다. 차백신연구소와 아이진의 백신 후보물질 역시 단백질 재조합 방식의 백신이다. 시장 1차 재편에서 주도권을 잡아가는 싱그릭스를 겨냥한 것이 국내 대상포진백신 2라운드 양상인 셈이다.

이 같은 시장 판도변화에 전 세계 백신 강자로 올라선 화이자와 모더나까지 가세했다. 화이자와 모더나는 최근 mRNA 플랫폼 기술을 이용한 대상포진 백신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화이자는 올해 하반기 임상을 시작할 기세다.

대상포진 백신의 성장 잠재력이 백신 개발 2라운드 개막의 배경으로 꼽힌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브랜드에센스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35억8000만달러(약 4조4000억원) 수준이던 전세계 대상포진 백신 시장은 2027년 67억1000만달러(약 8조3000억원)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몸 속에 잠복상태로 있다가 다시 활성화되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보통 수일 사이에 피부에 발진과 물집이 나타나고 해당 부위에 통증이 동반된다. 젊은 사람에서는 드물게 나타나고 대개는 면역력이 떨어지는 60세 이상의 성인에게서 발병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면역력이 약해지는 60대 이후에서 발병률이 높았던 대상포진은 국내에서도 스트레스 등으로 발병 연령층이 점차 낮아지며 시장이 커지는 추세"라며 "특히 전 세계적으로 시장 규모가 큰 만큼 해외시장 도전 성공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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