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 회장·은행장이 '온라인 게임'에 푹 빠진 사연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22.04.11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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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우리은행 e스포츠 전방위 지원
핵심고객 MZ세대와 소통·지원 강화 방점

이원덕 우리은행 행장(오른쪽)이 김무환 포스텍(포항공대) 총장과 지난 6일 경북 포항시 남구 포스텍 지곡회관에서 열린 'e스포츠 콜로세움' 개관식에 참석해 롤 게임 중인 학생들을 지켜보고 있다.이원덕 우리은행 행장(오른쪽)이 김무환 포스텍(포항공대) 총장과 지난 6일 경북 포항시 남구 포스텍 지곡회관에서 열린 'e스포츠 콜로세움' 개관식에 참석해 롤 게임 중인 학생들을 지켜보고 있다.


완전 민영화 이후 전열을 재정비한 우리금융그룹이 온라인 게임을 통칭하는 'e스포츠'(Electronic Sports) 마케팅에 올인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최근 취임한 이원덕 우리은행장이 전면에서 e스포츠 산업에 대한 전방위 지원에 나서고 있다. 미래 세대인 젊은층이 열광하는 e스포츠 마케팅을 활용해 MZ 세대를 핵심 고객으로 끌어들이고 '디지털 초혁신'을 앞당기려는 전략으로 읽힌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행장은 지난 6일 경북 포항을 찾아 포항공대 e스포츠 콜로세움 준공식에 참석했다. 국내 대학 최초의 e스포츠 콜로세움은 경기를 관전하고 식사도 할 수 있는 시설로 5만명이 온라인게임을 동시 관람할 수 있다. 우리은행은 스포츠펍 시설에 10억원을 지원했다. 콜로세움을 만들어 학생들의 e스포츠 놀이 문화를 선도하려는 포스텍의 기획에 호응해 우리은행이 지원에 나선 것이다.



이 행장은 "e스포츠에 기반한 학생들의 놀이 문화를 적극 장려해 e스포츠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적극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우리은행은 2019년부터 e스포츠 대표게임인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와 파트너 계약을 체결하고 후원해 왔다.

이 행장은 이에 앞서 지난 2일에도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우리은행과 함께하는 2022 LCK 스프링 결승전'의 우승팀을 시상하고, 경기에 참여한 팬을 위한 현장이벤트에서 우승팀에 상금 2억원과 티파니 우승반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우리은행 유투브 전용 채널에서 e스포츠 결승전 라이브방송을 진행하고, LCK 팬들과 소통도 강화하고 있다.



손 회장도 지난달 말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참가하는 한국e스포츠협회 국가대표팀 공식 후원 협약식에 직접 참석했다.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시범 종목으로 채택된 e스포츠는 오는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8개 부문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손 회장은 "우리금융은 디지털 초(超)혁신을 추진하고 있다"며 "MZ세대가 열광하는 e스포츠 종목을 다양한 방법으로 적극 지원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우리금융의 e스포츠 지원은 핵심 소비층이자 미래 핵심 고객인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반 출생) 고객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보수적이고 딱딱한 금융회사 이미지를 탈피해 젊은 세대에 친숙한 은행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의도도 있다. 1980년에서 2010년 사이 출생한 MZ 세대는 이미 금융시장의 주요 소비계층으로 자리잡았고, 앞으로 금융업 변화를 주도할 세대로 부상했다. 지난해 한국콘텐츠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MZ세대가 주축이 된 국내 e스포츠 산업 규모는 2020년 현재 1204억원으로 성장했다. 글로벌 e스포츠 산업 규모는 약 1조 1223억원, 시청자 규모는 전세계적으로 5억명으로 추산된다.

손 회장은 연초 신년사에서 디지털 초혁신 전략을 공개하면서 "그룹 차원에서 MZ 세대 특화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겠다"고 했다. 이 행장 역시 지난 3월 말 취임사에서 "테크놀로지와 플랫폼에 우리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우리은행이 연초 조직개편에서 123년 역사 최초로 행원급이 팀장인 MZ마케팅팀을 신설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금융은 금융권 최초로 새로운 MZ특화 플랫폼도 구축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MZ특화 플랫폼' 을 기존 금융플랫폼과는 완전히 다른 시스템으로 만들 계획이다. 최근 MZ세대들이 다양한 자산에 대한 투자 관심도가 크게 높아지는 트랜드를 반영해 웰스테크(Wealth-Tech) 플랫폼으로 구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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