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한 차 사라지고 있다..."정부 생산비용 절감 지원해야"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2022.04.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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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한국자동차연구원자료제공=한국자동차연구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으로 인해 자동차 가격이 상승하는 '카플레이션'(carflation)이 장기화하면서 시장에 저렴한 차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가 자동차 생산비용 절감 방안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11일 이호중 연구전략본부 책임연구원이 작성한 '저렴한 자동차가 희귀해진다'는 내용의 리포트를 공개했다. 리포트에 따르면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난, 소재가격 급등 등에 따른 제조 원가 상승으로 각국의 신차·중고차 가격이 고공행진 중이며 이런 현상을 야기한 근본적인 문제는 현재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 연구원은 "자동차용 반도체 공급난은 관련 업계가 소수의 파운드리에 반도체 생산을 위탁하는 특성에 기인하는 것으로서 당분간 자동차 업계 자체적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여기에 지난 2월 시작된 전쟁으로 글로벌 자동차 부품 공급망에 불확실성이 증폭됨에 따라 카플레이션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러시아산 네온(Ne), 팔라듐(Pd) 공급, 우크라이나산 와이어링 하네스 등 부품 공급 문제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있고, 러시아 경제제재에 따른 국제 유가 상승, 러시아 육상 운송 제한에 따른 물류비용 증가 등이 자동차를 포함한 제조업 전반의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원자재값 상승과 더불어 기업의 전략과 환경규제가 겹치며 저렴한 자동차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주요 완성차 기업들은 수년 전부터 대당 이익률이 낮은 소형 세단·해치백 생산을 줄이고 대신 수익성이 높은 SUV나 픽업트럭, 프리미엄 차종의 비중을 확대해가는 추세다. 배출가스 등 규제 대응 비용마저 증가하며 수익성이 낮은 차종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퇴출되고 있다.

이 연구원은 "특히 코로나19 확산 이후 주요 완성차 기업들은 자동차 반도체 공급난에 맞서 수익성이 높은 차종을 보다 많이 생산함으로써 판매대수 감소에 따른 실적 하락을 상쇄하려는 경향을 보였다"며 "여기에 전기차 생산비용 저감이 예상보다 지연되면서 기업들은 프리미엄 전기차를 통한 브랜드 이미지 강화 및 수익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공급과 수요의 간극 속에서 소비자는 신차 구매를 포기하거나 미루는 경향을 보일 수 있고, 중국산 완성차 등이 글로벌 시장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한 노력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 중국 로컬 브랜드 완성차는 지금까지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 호소력이 부족한 것으로 여겨졌으나 유틸리티 차종(utility vehicle)을 중심으로 중국 자동차의 비중이 지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특정 세대·소득 계층의 구매력이 급감하면 생계 수단으로서의 차에 대한 경제적 접근성(vehicle affordability) 이슈가 제기될 수 있다"며 "정부는 국민의 자동차 구매여력 변화에 대응하여 차 관련 세제 전반을 재검토하는 한편, 자동차 생산 비용을 구조적으로 절감하기 위한 지원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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