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리곰' 만든 이 사람…"2년차 신입사원 믿고 맡겨준 '러버덕 대표' 덕"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22.04.1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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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유현진 롯데홈쇼핑 캐릭터사업팀 대리, 김은진 롯데홈쇼핑 캐릭터사업팀 담당

지난 8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야외 잔디광장에 벨리곰이 전시돼있다. 벨리곰을 만든 유현진 롯데홈쇼핑 캐릭터사업팀 대리(오른쪽), 김은진 롯데홈쇼핑 캐릭터사업팀 담당.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지난 8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야외 잔디광장에 벨리곰이 전시돼있다. 벨리곰을 만든 유현진 롯데홈쇼핑 캐릭터사업팀 대리(오른쪽), 김은진 롯데홈쇼핑 캐릭터사업팀 담당.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곰은 누구나 좋아하니까요.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테디베어처럼요."

롯데홈쇼핑이 2018년 만든 캐릭터 벨리곰의 인기가 뜨겁다. 동글동글 부드러운 인상에 포동포동한 몸, 귀여운 핑크색이 어우러진 매력을 가진 벨리곰이 석촌호수 벚꽃 축제로 핫한 롯데월드타워·몰 앞 잔디광장에 전시되면서다. 전국 곳곳에서 15m 초대형 크기의 벨리곰을 보러 관람객이 찾으면서 전시 일주일만에 100만명 관람객을 돌파했다.

이는 앞서 롯데월드몰의 공공미술프로젝트였던 2014년 '러버덕', 2016년 '슈퍼문'을 훨씬 뛰어넘는 인기다. 당시 '러버덕'은 73만명의 관람객을 모아 석촌호수 인증샷 대란을 일으켰고, 2016년 '슈퍼문'은 106만명의 사람들이 다녀갔다. 벨리곰은 총 200만명의 관람객을 가뿐히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8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유현진 롯데홈쇼핑 캐릭터사업팀 대리(왼쪽), 김은진 롯데홈쇼핑 캐릭터사업팀 담당(오른쪽)이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지난 8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유현진 롯데홈쇼핑 캐릭터사업팀 대리(왼쪽), 김은진 롯데홈쇼핑 캐릭터사업팀 담당(오른쪽)이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롯데홈쇼핑의 역작으로 거듭난 벨리곰은 유현진 롯데홈쇼핑 캐릭터사업팀 대리(35)의 손에서 탄생했다. 유 대리가 아이디어를 내 캐릭터를 만든 후 유튜브에 꾸준히 콘텐츠를 게시하며 벨리곰을 키웠고, 이후 김은진 담당(26) 등 캐릭터사업팀원들이 벨리곰 관련 굿즈를 출시하며 인기를 높였다. 지난 8일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유 대리, 김 담당을 만났다.



유 대리는 벨리곰이 처음 만들어지던 2018년을 떠올리며 "롯데홈쇼핑은 당시 장기적 관점에서 경쟁력을 획득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었다"며 "그때 내가 '캐릭터'를 떠올렸다. 캐릭터를 IP(지식재산권)로 만들어 팬층을 확보하면 전시, 굿즈 등 다양하게 수익화할 수 있는 데다가 광고 모델로도 쓸 수 있고 MZ(밀레니얼+Z)세대 유입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홈쇼핑은 업태 특성상 TV를 시청하는 중장년층이 주 고객이라 사양산업이라는 인식이 있다. 이를 타개하고 MZ세대를 끌어모으기 위해 캐릭터를 내세웠다는 것이다.

유 대리가 낸 아이디어에 롯데홈쇼핑은 유 대리에게 전권을 맡겼다. 2018년 당시 입사 2년차에 불과한 신입사원 시절이었다. 유 대리는 전세계인이 좋아하는 곰을 콘셉트로 한 캐릭터 초안을 만들었고 수 많은 회의 끝에 벨리곰을 탄생시켰다. 유 대리가 주도적으로 기획할 수 있던 건 '젊은 홈쇼핑 회사로 새로 태어나자'는, 롯데홈쇼핑의 쇄신에 대한 노력 덕분이었다. 유 대리는 "바로 위 팀장부터 부문장, 대표가 모두 내 아이디어를 그대로 수용해줬다"며 "특히 '러버덕, 슈퍼문'을 히트친 대표가 믿음을 줬다"고 설명했다.



지난 8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몰 벨리곰 팝업스토어에서 유현진 롯데홈쇼핑 캐릭터사업팀 대리(왼쪽), 김은진 롯데홈쇼핑 캐릭터사업팀 담당(오른쪽)이 굿즈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지난 8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몰 벨리곰 팝업스토어에서 유현진 롯데홈쇼핑 캐릭터사업팀 대리(왼쪽), 김은진 롯데홈쇼핑 캐릭터사업팀 담당(오른쪽)이 굿즈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벨리곰을 처음 기획하는 것부터 키워내기까지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는 늘 적극적이었다. 이 대표는 유 대리의 캐릭터 아이디어를 받아들고 '해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이 대표는 홈쇼핑 대표 취임 전 롯데백화점 마케팅부문장으로 일했는데, 롯데백화점에서 2014년 러버덕, 2016년 슈퍼문 전시를 주도해 성공적으로 이끈 인물이다. 유 대리는 "벨리곰을 유튜브 스타로 키워내기 위해 유튜브 콘텐츠를 계속 올렸는데 2020년까진 반응이 미약했다"며 "구독자가 거의 늘지 않을 때 눈치가 보였는데, 그럼에도 이 대표가 '성공할 거다'라고 믿어주셔서 꾸준히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14년 10월16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서 시민들이 1톤짜리 초대형 고무오리 '러버덕'과 기념촬영과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2014년 10월16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서 시민들이 1톤짜리 초대형 고무오리 '러버덕'과 기념촬영과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 당시 유 대리는 '말하지 않는 캐릭터' 벨리곰을 말하는 캐릭터로 바꿔야할지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유 대리는 "재치있는 말빨을 가진 펭수가 큰 인기를 끌기 시작해 그 당시 고민이 커졌다"면서도 "하지만 롯데홈쇼핑과 장기적으로 가기 위해선 리스크가 없도록 말하지 않는 캐릭터 콘셉트를 유지해야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꾸준히 콘텐츠를 업로드 한 결과 지난해 초부터 빠르게 구독자와 팬층이 늘었다. 유 대리는 "지난해 초 유튜브 10만 구독자를 돌파해 실버버튼을 받은 뒤엔 입소문을 타고 금세 50만명 구독자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현재 벨리곰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SNS를 합해 100만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김 담당은 "이 같은 팬층을 등에 업고 어프어프, 위글위글 등 MZ세대 사이에서 인기있는 브랜드와 협업을 해 상품을 다수 출시했고, 삼양식품과 벨리곰볼 등 과자도 냈다"고 밝혔다.

벨리곰의 인기가 높아지자 유 대리는 러버덕, 슈퍼문 전시를 떠올렸다. 그는 "벨리곰도 전시를 하면 좋겠단 생각에 부문장에게 건의했고, 부문장이 롯데월드타워·몰을 소유·운영하는 롯데물산에 컨택해 이번 전시가 이뤄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롯데물산 역시 롯데월드타워 오픈 5주년을 맞아 행사를 구상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일정이 맞은 것이다.


벨리곰은 오는 24일까지 롯데월드타워에서 전시를 마치고 오는 5월엔 의왕 롯데아울렛 타임빌라스에서 전시를 연다. 이후에도 전국 곳곳에서 벨리곰 전시가 진행될 전망이다. 김 담당은 "현재 각종 대기업, 지자체에서 전시 문의가 들어온다"며 "팝업스토어도 전국 곳곳에서 계속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롯데홈쇼핑은 전시, 굿즈 판매 등을 통해 벨리곰으로 수익을 올리는 한편, 벨리곰 단독 상품을 롯데홈쇼핑에 꾸준히 론칭함으로써 MZ세대 모객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특히 롯데홈쇼핑 라이브커머스 등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9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야외 잔디광장에 전시된 벨리곰을 보러 구름 인파가 몰렸다. /사진=이재은 기자지난 9일 서울시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타워 야외 잔디광장에 전시된 벨리곰을 보러 구름 인파가 몰렸다. /사진=이재은 기자
유 대리는 "현재 벨리곰은 영문 유튜브, 중국 틱톡 등 다양한 SNS를 통해 전세계에 인기를 끌고 있다"며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캐릭터가 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롯데홈쇼핑은 벨리곰을 더욱 키우기 위해 올해 초 캐릭터사업팀을 신설하고 팀원 8명 전체를 MZ세대로 꾸렸다.

한편 롯데월드타워 야외 잔디광장에서의 벨리곰 전시는 오는 17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24일까지 기간을 1주 연장했다. 롯데월드몰 매출 증진 효과가 나타나면서 롯데물산이 롯데홈쇼핑에 전시 연장을 요청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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