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R&D 패러독스' 해결사로 나선 김용래 특허청장

머니투데이 대전=허재구 기자 2022.04.14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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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혁신 창업·중소기업 지원 'IP 금융' 2026년 20조로..원천·핵심특허 확보 'IP R&D 지원'도 강화

김용래 특허청장./사진제공=특허청김용래 특허청장./사진제공=특허청


지난해 우리나라 연구개발(R&D) 투자가 사상 처음 100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세계에서 5번째로 큰 규모다. 국내총생산(GDP) 대비로는 2020년 기준 4.81%로 세계 2위 수준이다. 하지만 김용래 특허청장은 13일 "우리나라는 R&D 투자규모에 비해 경제적 성과가 저조한 소위 '코리안 R&D 패러독스'가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R&D 패러독스'는 적극적인 R&D가 기업의 실적이나 경제의 성장 등 혁신 동력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현상을 경고하는 의미다. 김 청장은 이런 '코리안 R&D 패러독스'의 해결책으로 △R&D 예산이 제대로 투입됐는가에 대한 철저한 점검 △R&D 비용보다 10배 이상 소요되는 사업화 자금을 빌릴 수 있는 시스템 및 R&D(기술) 거래 시스템 가동 △기술유출 방지를 통한 철저한 지식재산 보호 등의 종합 대책 마련 등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특허청이 해결사로 나서고 있지만 예산이나 인력, 무엇보다 관심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토로했다.

실제 올해 국가 R&D 예산 29조7770억원 중 특허청 예산은 1.26%에 불과하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지식재산(IP) 보호 수준도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이 평가한 결과에 따르면 전체 63개국 중 중국보다 3단계 낮은 38위에 머무를 정도로 취약하다. 지속적인 기술혁신과 경쟁력 확보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특허청은 제한된 예산과 인력에도 'IP R&D' 등 주요 사업을 타 부처 사업과 연계하거나 제도화시켜왔으며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과학기술계 전반의 관심과 인식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김 청장은 "우리나라는 기술로 먹고 사는 나라이고 앞으로도 유일하게 성장할 수 있는 분야는 과학기술이라고 생각한다" 며 "국가간 기술패권 경쟁이 더욱 심화하고 있는데, 우리가 개발할 과학기술을 국가 수준에 맞는 효율적인 지식재산 정책을 통해 보호하고 활용하는 노력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청장과의 일문일답.


-IP 금융은 우수한 지식재산을 보유한 혁신 창업·중소기업에게는 단비 같은 존재인데요. 그동안의 성과와 앞으로의 전망은?
▶지난해 IP 금융규모가 전년 대비 24% 이상 성장해 사상 최초로 6조원을 돌파했습니다. 이는 △IP가치평가비용 지원 △IP담보대출 취급은행 확대 및 담보 IP 회수지원 시행 △IP투자펀드 조성 등 IP금융지원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온 결과로 볼 수 있습니다. IP금융은 특허기반의 혁신기업이 물적 담보가 부족하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경우라도 IP를 활용해 사업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길이 생겼다는 점에서 중요하며, 더욱 성장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지난해 IP담보대출 기업(1390개사 설문)의 78%가 신용등급이 낮은 수준(BB+등급이하)임에도 특허를 담보로 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허청이 조성한 IP투자펀드에서 투자한 기업(130개사)의 82%(107개사)가 투자기관으로부터 특허가치를 인정받은 창업기업이었습니다. IP금융은 오는 2026년 20조원 규모로 성장해 우수 IP보유 혁신 기업의 중요한 자금조달 수단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확신합니다. 올해는 IP가치평가비용 지원을 지난해 2000건에서 2500건으로 확대하고 IP투자펀드 조성(2400억원 규모) 등을 통해 7조5000억원 규모로 키울 계획입니다. 민간 중심의 IP가치평가기관 지정·육성, 평가품질관리체계 마련 등을 통해 IP금융성장을 위한 IP가치평가 기반도 강화할 것입니다.

-최근 한류 확산으로 해외에서 우리기업의 지재권 침해사례도 빈번한데요. 침해현황과 보호대책은?
▶지난해 발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전세계 무역 중 위조상품 유통규모는 4640억 달러(약 541조원)로 추산됩니다. 이는 전세계 위조상품 세관적발 자료(DB)를 분석한 결과로, 국가 간 이동이 발생한 위조상품에 대한 것이며 개별국 내부에서 생산·소비된 위조상품은 미반영된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에는 해외 위조상품 피해가 미미했으나 최근 한류가 확산하면서 지난 2014년부터 피해 상위 10개국에 포함될 정도로 큰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국가별 위조상품 피해가 수출액에 비례한다고 단순 가정시 지난 2019년 우리나라 피해액은 약 20조원으로 추산될 정도입니다. 특허청은 우리기업의 해외 위조상품 피해를 줄이기 위해 크게 온라인 쇼핑몰과 해외 현지에서 우리기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우선 '지재권분쟁대응센터'를 통해 해외 주요 온라인 쇼핑몰에 대한 위조상품 모니터링 및 판매게시물 차단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습니다. 또 해외 현지에서 위조상품 피해를 입은 우리기업을 대상으로 민사소송 지원과 현지 행정단속 신청 지원 등을 통해 우리기업의 지재권을 적극 보호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중국 등 해외 상표브로커의 상표 무단선점 피해를 막기 위해 무단선점 해외상표에 대한 이의신청·무효심판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기술경찰이 첫 발을 내디뎠는데요. 영업비밀 유출 피해액만 연간 60조원으로 추산되는 현실에서 20여명의 수사 인력으로는 부족해 보입니다.
▶국가경쟁력의 핵심인 주요기술의 유출과 침해를 막기 위해 기술경찰 인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해 7월 일반경찰이 다루기 힘든 특허·영업비밀 등과 관련해 기술침해·유출 수사 전담조직인 '기술경찰과'를 출범해 반도체 생산설비 핵심기술의 해외유출을 사전에 차단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 기술안보의 중요성이 강조됨에 따라 사건이 증가하는 추세에 있고, 유사기능을 수행하는 타 기관 대비 10배 이상의 업무량을 수행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인력 확대가 필요한 실정입니다. 앞으로 행정안전부·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조직과 인력을 확대하고 보다 신속하고 정확한 수사가 가능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디지털 전환, 미·중 기술패권 경쟁 등 IP의 중요성이 갈수록 부각되면서 신기술의 최전선에 서 있는 특허청의 역할도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디지털 대전환과 첨단기술 중심으로 전개되는 기술패권 시대에는 핵심기술의 선점이 아주 중요합니다. 특히 반도체, AI(인공지는) 등 첨단 핵심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동맹국 간 핵심기술 선점과 기술블록화가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런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떤 기술 분야가 패권 다툼의 핵심이 될 것인지, 이 분야에서 우리의 기술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드러난 약점은 어떻게 보완하고 강점은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파악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특허정보를 잘 활용하는 것이 핵심특허 확보, 회피전략수립, 분쟁대응방안 구축 등에 필수적입니다. 특허청은 신산업분야에 대한 특허분석을 확대해 유망 R&D 과제를 도출하고, 원천·핵심특허 확보를 위한 IP R&D 지원을 강화해 나갈 것입니다. 또 중소기업 등에 대한 특허분쟁 범정부 지원을 강화하고 분쟁예방부터 대응전략까지 종합적인 지원에도 나설 것입니다.

-영국의 지식재산 전문매체(WTR)에서 한국 특허청을 가장 혁신적인 IP 기관 1위로 발표했습니다. 특허청의 국제적 위상이 생각보다 놀랍습니다.
▶출원인의 편의성 증진, 심사업무의 효율성 제고 노력 등 디지털 전환에 대응해 나가는 혁신적인 노력들이 좋은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이번 결과는 지난해 9월 세계지식재산기구(WIPO)의 글로벌 혁신지수 세계 5위(아시아 1위)를 차지한 것에 이은 쾌거로, 국제사회에서 우리를 혁신 선도국가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전자출원 서비스 편의제공 등 온라인 서비스 역량 분야와 출원인 대상 사회관계망 서비스 등 사용자 소통노력 분야에서 1위에 올랐습니다. 특허청은 2020년 3월 세계 최초로 모바일 상표출원서비스를 도입 후 이를 특허·디자인 등 전분야로 확대했고 AI를 활용한 상표이미지 검색시스템도 자체 개발해 심사 업무에 적용하는 등 지속적으로 혁신적인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앞으로도 디지털 환경에 발맞춰 AI 등 신기술을 적극 도입해 심사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이해관계자와 소통을 강화해 출원인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메타버스, NFT(대체불가토큰)등 디지털 신기술이 급성장하면서 지식재산 환경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됩니다.
▶현실세계에 맞춰 설계된 각종 지식재산제도들은 메타버스 등 가상세계가 본격화하면서 다양한 쟁점들에 봉착하고 있습니다. 최근 프랑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가 자사의 '버킨백' 상품과 유사한 모양의 '가상 버킨백' 이미지를 온라인에서 판매한 자를 상대로 상표권 및 저작권 소송을 제기한 것이 대표적입니다. 메타버스와 관련해서는 새로운 디지털 환경에서 활용되는 상표, 디자인 등을 보호하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NFT는 지난 1월부터 전문가 협의체 발족 등을 통해 산업·법률적 쟁점 등을 발굴하고 NFT 관련 부정경쟁행위 예방책 등 지식재산 개선방안 등을 심층 검토하고 있습니다.

-소상공인의 상표권 피해 방지 등을 위한 대책은?
▶비수도권의 소상공인과 기업은 상표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관련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변리사가 부족하고, 지자체의 주도적인 지식재산 지원도 미미한 상황입니다. 지방자치단체가 지역특색에 맞는 지식재산 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조직을 마련하고 맞춤형 사업을 시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법률안을 관련 기관 및 지자체와 협력해 마련해 지역의 지식재산 역량 강화를 지원할 예정입니다. 소상공인의 상호나 상표, 레시피 등이 법적으로 보호될 수 있도록 지역의 지식재산센터를 통해 상표·특허의 신청비용을 지원하고 상표침해에 대한 공익변리사 지원 및 관련 교육도 실시할 예정입니다.

◇약력 △1968년 경북 영주 출생 △서울 영락고 △연세대 전기공학과 △영국 리즈대 경영학 박사 △기술고시 26회 △지식경제부 가스산업과장·운영지원과장 △산업통상자원부 운영지원과장 △에너지산업정책관 △통상정책국장 △통상차관보 △산업혁신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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