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몽니 OTT는 '나 몰라라'…결국 소비자 지갑 열어 수수료 낸다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윤지혜 기자 2022.04.0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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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덫에 빠진 인앱결제법(下)

편집자주 '인앱결제 강제방지법'을 둘러싼 구글과 한국 정부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빅테크의 일방적 수수료 정책에 제동을 건 '세계 최초' 입법으로 평가받았지만, 법의 허점을 노린 구글의 반격과 정부의 규제의지가 '2라운드'로 번지는 흐름이다. 입앱결제 강제 논란을 둘러싼 갈등과 법의 한계, 궁극적 해법을 짚어본다.

구글 '입'만 바라보는 콘텐츠앱…소비자 지갑만 얇아진다
③'구글 핑계' 대는 콘텐츠 기업들

1일 티빙(왼쪽)은 인앱결제를 적용하고 이용권 가격을 15%가량 인상했다. 플로(오른쪽)는 인앱결제와 인앱 3자결제를 모두 도입했다. 무제한 듣기+오프라인 재생 정기결제 상품의 경우 부가세를 포함해 인앱결제 시 13750원, 인앱 3자결제는 11900원이다. /사진=앱 캡처1일 티빙(왼쪽)은 인앱결제를 적용하고 이용권 가격을 15%가량 인상했다. 플로(오른쪽)는 인앱결제와 인앱 3자결제를 모두 도입했다. 무제한 듣기+오프라인 재생 정기결제 상품의 경우 부가세를 포함해 인앱결제 시 13750원, 인앱 3자결제는 11900원이다. /사진=앱 캡처


방송통신위원회가 구글 인앱결제 의무화 조치에 제동을 걸었지만, 이미 안드로이드 앱에서 인앱결제를 도입하고 요금을 인상한 국내 모바일 콘텐츠 업계는 '당장 되돌릴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수수료를 낮춘 외부결제가 단시간 내 허용되긴 어려운 만큼, 구글 가이드라인이 바뀔 때까지는 요금 인상 폭을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결과적으로는 늘어난 수수료 부담을 그대로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셈인데, 콘텐츠 업계가 당장의 이익을 위해 소비자를 볼모로 삼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단 구글 정책 바뀌어야"…콘텐츠 업계, 상황 주시 중

구글 몽니 OTT는 '나 몰라라'…결국 소비자 지갑 열어 수수료 낸다
6일 모바일 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주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음원 플랫폼 등은 이달 초 인앱결제 도입에 따른 수수료 인상 여파로 잇달아 서비스 가격을 올렸다.



티빙과 웨이브는 안드로이드 버전 앱에 구글 인앱결제 시스템을 전면 도입하고 이용권 가격을 인상했다. △베이직 이용권 월 7900원→9000원 △스탠다드는 1만900원→1만2500원 △프리미엄 1만3900원→1만6000원으로 14~15% 올랐다. KT의 OTT 서비스 시즌(seezn) 역시 '상품 가격이 변경될 수 있다'며 가격 인상을 시사했다.

음원 플랫폼 중에서는 플로(FLO)가 지난달 말부터 구글플레이에서 이용권을 구매할 경우 평균 14% 인상된 가격이 적용된다고 밝힌 상태다. 네이버웹툰·시리즈·카카오웹툰·카카오페이지·코미코·리디 등 웹툰·웹소설 앱은 구글이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6월까지는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방침이다.

전날 방통위가 구글의 '아웃링크 금지' 방침 등을 "위법"으로 판단하면서 강경 대응에 나섰지만, 콘텐츠 업계가 이를 고려해 곧바로 가격을 내릴 수도 없다. 업계 관계자는 "방통위 판단이 나왔어도 구글이 인앱결제 외 현실적인 대안 결제시스템을 허용하기 전까지는 인앱결제 방식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모바일 콘텐츠 업계는 또 구글과 정부의 대결이 길어질 것을 우려한다. 사업자는 물론 소비자까지 인앱결제 관행이 굳어지면, 새로운 자체 결제를 도입하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다.


구글 인앱결제 의무화…'언젠간 마주할 미래'였다

구글의 행보는 사실 예고된 것이었다. 구글이 게임 외 다른 앱에는 수수료를 받지 않는 '공짜 전략'을 쓴 것은 2008년 당시 앱마켓 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애플을 뛰어넘기 위해서였다. 인앱결제를 강제하고, 수수료를 30%로 정한 것은 애플이 먼저였다. 당시만 해도 앱마켓은 전에 없던 새로운 플랫폼이었고, 앱 개발사들은 애플이 제공한 개발자 키트를 활용해 앱을 만들고 글로벌 고객과 마주할 수 있었다. 수수료 30%가 크게 문제되지 않았던 이유다.

그러나 애플보다 1년 여 늦게 앱마켓을 연 구글은 플레이 중 신속한 결제가 필요한 게임 서비스 외의 다른 앱에는 자체 결제를 허용하고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애플이 선점한 수많은 앱 개발자와 이용자를 끌어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제 구글의 전세계 모바일 운영체제(OS) 시장 점유율은 70%를 웃돌게 됐고, '유료화'는 필연이었다.

모바일 콘텐츠 업계는 '구글 탓'을 하며 늘어난 수수료를 소비자에게 떠넘길 뿐 별다른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구글 눈치를 보느라 인앱결제 대신 기존 가격이 유지되는 PC 등 웹사이트에서 결제하라고 적극적으로 안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구글이 "이용자에게 앱 외부에서 디지털 상품을 구매하도록 독려하는 표현을 사용하는 행위를 해선 안된다"고 밝히고 있어서다.

가격 경쟁력 약화는 머지 않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콘텐츠 기업 관계자는 "OTT, 음원, 웹툰 등은 얼마든지 대체 서비스가 많다. 수수료를 핑계로 가격을 무턱대고 올리면 단기적인 이익은 유지할 수 있겠지만, 고객층이 합리적 가격의 유사 서비스로 떠날 경우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모바일 콘텐츠 업계의 근본적인 경쟁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이러한 패턴이 반복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소비자의 앱마켓 선택지가 넓지 않기 때문에 계속 끌려갈 수밖에 없다"며 "현재 구조를 바꾸기 위해선 국내 앱마켓을 적극 육성해 글로벌 기업 독점형태인 앱마켓 시장에 경쟁이 보다 활성화되도록 정책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구글·애플에 '기울어진 운동장'…대안은 '토종 앱마켓' 뿐?
④ 토종 앱마켓은 겨우 10%

/그래픽=이지혜 디자인 기자/그래픽=이지혜 디자인 기자
정부와 모바일 콘텐츠업계가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에 기대하는 건 경쟁을 통한 서비스 혁신과 수수료 인하다.

모바일 콘텐츠업계는 이용자가 앱 외부에서도 편하게 결제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혁신한다. 구글·애플은 더 많은 앱 개발사와 이용자가 인앱(In app·앱 내) 결제를 선호하도록 다양한 혜택을 제공한다. 다양한 결제수단이 경쟁하면서 앱 개발사가 부담하는 수수료는 줄고 이용자 편익은 늘어날 것이란 기대다.

그러나 여전히 구글·애플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도 있다. 애플이 콘텐츠 구독서비스(리더 앱)에만 외부 결제페이지로 연결되는 '아웃링크'를 허용하거나, 구글이 스포티파이에 인앱 3자결제를 허용하면서 수수료를 밝히지 않는 등 소수의 사업자에게만 선택권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교섭력이 작은 중소 앱 개발사일수록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게되는 셈이다.

구글·애플 韓 점유율 88%…토종은 겨우 12%

구글 몽니 OTT는 '나 몰라라'…결국 소비자 지갑 열어 수수료 낸다
이에 원스토어 비상장 (5,000원 0.00%)·갤럭시스토어와 같은 토종 앱마켓을 대항마로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구글·애플이 글로벌 앱마켓 시장을 양분하는 현 상황에선 제2의 인앱결제 논란은 언제든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구글·애플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앱 개발사와 이용자는 빅테크의 수익화 정책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특히 원스토어는 인앱결제 수수료율(20%)이 구글·애플보다 10%p 저렴한 데다, 외부결제 수수료도 5%에 불과해 대안마켓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MOIBA)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국내 앱마켓 시장점유율은 모바일 앱 매출 기준으로 구글이 66.5%, 애플이 21.5%, 원스토어가 11.7%로 추산된다. 갤럭시스토어는 0.2% 미만이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원스토어·갤럭시스토어 활성화를 위해 게임사·OTT·음원스트리밍서비스와의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그 일환으로 넥슨은 신작 '블루아카이브'를 원스토어에 출시했다. 넷마블 (53,300원 ▲200 +0.38%)·엔씨소프트 (171,200원 ▼1,300 -0.75%)도 원스토어 입점 추진을 약속했다. 올해 코스피 입성을 준비 중인 원스토어는 상장자금으로 동남아에 진출하는 등 글로벌 사업을 가속할 예정이다.

다만 이용자가 적은 토종 앱마켓에 입점하려면 추가 개발비가 드는 반면 이익은 크지 않아 국내 앱 개발사 사이에서 인기가 높지 않은것도 사실이다.

26%→5%, 수수료 '확' 낮추면 갈등 사라질까

한편에선 '특정 결제를 강요하지 말라'가 아니라 '모든 결제시스템을 허용하라'라고 법을 재개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이 경우 앱마켓 사업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침해할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 교수는 "인앱결제 논란은 앱마켓과 앱 사업자의 영업 자유도가 충돌해 발생한 문제"라며 "특정 결제방식 강제 금지는 절충안을 찾은 것"이라고 말했다.

구글·애플이 수수료를 파격적으로 낮추면 갑질 논란이 해소된다는 견해도 있다. 미 IT매체 더버지는 "(구글·애플의 인앱결제 정책에 반대해온) 앱공정성연대(CAF)는 다른 결제시스템 수수료는 5%가 상한선이라고 주장해왔다"라며 "구글·애플의 결제수수료가 5% 이하이고 모두가 이용할 수 있다면 다른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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