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2시 서울 강서구 한국공항공사항공지원센터에서 2022년 제주항공 신입 객실승무원인 (왼쪽부터) 이자빈씨(25)와 강재연씨(26)가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코로나19발 불황은 LCC(저비용항공사)부터 덮쳤다. 2019년말 합격 통보를 받은 제주항공 신입 객실승무원 이자빈(25)·강재연씨(26)의 첫 출근이 미뤄지는 건 당연했다. 위드 코로나로 3년이 지나서야 이들은 사원증 목걸이를 받을 수 있었다.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코로나19 장기화…"생활비 충당 위해 뭐든 했다"
한국과 일본이 코로나19 대응으로 입국규제를 강화하면서 양국을 오가는 하늘길이 막힌 가운데 9일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이씨와 강씨를 비롯해 이들의 가족들도 입사가 이렇게 길게 늦춰질거라곤 예상치 못했다. 이씨는 2019년 합격 발표를 보자마자 강서구 근처 자취방을 구한 상황이었다. 이씨의 부모님은 처음엔 "회사 들어간것도 아닌데 놀러 서울 올라갔냐"고 핀잔을 줬지만, 대기 기간이 길어지자 오히려 이씨에게 위로를 할 정도였다.
이씨와 강씨의 신분은 취업은 했지만 수입은 없는 상태였다. 설날·추석 명절에 가족이 모이기만 하면 이들에게 시선이 집중됐다. 이미 누구보다 항공업계 소식에 관심도 많고 뉴스와 기사도 계속 보고 있었지만 가족들이 끊임없이 제주항공 관련 기사를 공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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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는 생활비를 보태기 위해서 식당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해 계약직이든 정규직이든 직원을 뽑는 곳이라면 가리지 않고 지원서를 냈다. 강씨도 운동과 공부를 병행하면서 계약직으로 생횔비를 충당했다.
이씨는 "회사에 출근할 때마다 머리 위로 제주항공 비행기가 지나다녔는데 별 생각이 다 들었다"며 "시간은 지나고 나이는 들어가는데 '나는 내 커리어를 쌓고 있지 못하네'라는 생각이 들때 가장 괴로웠다"고 회고했다.
"코로나19, 누구의 잘못도 아냐…절대 자책하지 말라"그러나 이들은 자신의 상황을 주변에 토로하기도 힘들었다. 강씨와 이씨는 언젠간 제주항공에 입사할 수 있었지만 같이 승무원을 준비했던 대학교 동기·지인들에게는 이런 기회조차 사치였기 때문이다.
강씨는 "안해본 게 없었던 것 같다. 혼자 울기도 해보고 짜증도 냈는데 그렇다고 상황이 나아지는 건 아니었다"며 "나보다 상황이 나쁜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을 거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승무원이라는 꿈을 포기하기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6일 오후 2시 서울 강서구 한국공항공사항공지원센터에서 2022년 제주항공 신입 객실승무원인 (왼쪽부터) 강재연씨(26)와 이자빈씨(25)./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이씨와 강씨는 승무원 준비생들에게 "절대 자기 자신을 깎아내리고, 자책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강씨는 "코로나19로 입사가 미뤄진 걸 내 탓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며 "'내가 조금만 더 잘해서 일찍 취업할 걸', '내가 모자란 탓이다'라고 수도 없이 자책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는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자연재해 같은 것"이라며 "'항공사 다 망했다더라', '승무원 이제 끝이라더라' 안좋은 얘기도 많다. 이런 건 다 무시하고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들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씨도 "포기만 하지 않으면 기회는 반드시 온다"며 "승무원이라는 꿈을 위해서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오지 않았나. 다른 일을 하더라도 이 꿈은 끝까지 갖고 갔으면 좋겠다. 항공업계도 곧 활기를 되찾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