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코로나 특수 지나자, MSCI지수에서 줄줄이 빠질까

머니투데이 정기종 기자 2022.04.06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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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행 속 업종 기대감 상승 시기 편입 종목들
업종 투심 약화 속 글로벌 주요 투자지수서 제외 추가 악재

K-바이오 코로나 특수 지나자, MSCI지수에서 줄줄이 빠질까


코로나19(COVID-19) 유행 시기 기업가치 상승과 함께 글로벌 투자 지표로 꼽히는 MSCI 한국지수에 편입됐던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올 들어 속속 편출되거나 편출 유력 후보로 꼽히고 있다. 치료제와 백신 등 관련 기대감이 맞물려 가파르게 상승했던 업종 특수가 사그라들었고 이에 따른 여파가 반영되고 있다는 평가다.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와 알테오젠 (197,400원 ▼10,100 -4.87%) 등은 다음달로 다가온 MSCI지수 반기 리뷰에서 편출 가능성이 높은 기업으로 꼽히고 있다. 해당 기업들의 시가총액 감소 및 신규 편입 기업들의 가치 상승에 따른 전망이다.

MSCI지수는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자회사 MSCI가 발표하는 글로벌 주가지수다. 미국계 펀드의 95% 가량이 해당 지수를 기준으로 삼는 국제금융의 투자 기준이 되는 대표적 지표로 꼽힌다. 편입 기업은 자연스럽게 대규모 자금의 유입을 기대할 수 있게 된다. 각 지역별 다양한 지수가 존재하며, 국내 기업들은 신흥국지수에 속해 있는 MSCI 한국지수에 포함된다. 구성 종목은 100~110개 수준이다.



MSCI지수 종목 편·출입은 매년 2월과 8월(분기변경), 5월과 11월(반기변경)이 이뤄진다. 주가기준일을 기준으로 시가총액이 커진 종목이 신규 편입되고, 줄어든 종목은 편출되는 방식이다. 다만 단순 일일 시가총액이 아닌 유동시가총액이 함께 고려된다. 이번 반기 리뷰 계산은 이달 마지막 10영업일(18~29일) 중 임의의 날짜를 기준으로 적용해 한국 시간으로 5월13일 발표된다. 실제 적용일은 같은달 31일이다.

이번 리뷰에서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편출 후보 3개 기업 가운데 2개 기업을 채웠다. 상대적으로 편출 가능성이 적다고 평가되는 나머지 1개 후보 역시 화학사업과 헬스케어 사업을 병행하는 SK케미칼 (62,300원 ▼900 -1.42%)이다. 지난 2월 분기 리뷰에서 편출된 2개 기업중 1개가 신풍제약 (15,510원 ▼310 -1.96%)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편출 또는 편출 예상 종목 대부분이 제약·바이오 기업인 셈이다.

이는 코로나19 유행 기간 수혜를 입은 업종으로 꼽히는 제약·바이오 업종의 기업가치가 상대적으로 큰 폭의 조정을 받은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MSCI지수 구성 종목 중 상대적으로 시가총액 규모가 작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지수 편입은 국내 코로나19(COVID-19) 유행과 맞물려 이뤄졌다. 치료제 및 백신 개발 이슈 등에 관련 기업을 비롯한 업종 전반에 걸친 기업가치 상승 효과가 반영되면서 상대적으로 수혜를 입었기 때문이다.


국내 코로나19 유행 이후 MSCI 한국지수에 포함된 주요 제약·바이오기업들은 2020년 8월 씨젠 (24,050원 ▼550 -2.24%), 알테오젠, 신풍제약 등이 있다. 지난해 5월과 8월에는 GC녹십자와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각각 신규 편입됐다. 녹십자와 신풍제약은 치료제 개발 이슈로 지난 2020년 하반기 기업가치가 급등했고, 씨젠 역시 같은 시기 진단시장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며 덩치를 키웠다.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 개발 유력 후보다. 알테오젠의 경우 코로나19 이슈와 연관이 없지만, 달아오른 업계 분위기 속 4조6000억원대 기술수출을 성사(2020년 6월)시키며 기업가치 상승에 탄력을 받았다.

하지만 실제 매출로 성과를 거둔 기업은 씨젠이 유일하다. 신풍제약은 코로나19 치료제 '피라맥스'의 임상 3상을 아직 진행 중이고, 녹십자는 개발을 중단했다. 그나마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허가가 가시권에 들어온 상태다. 알테오젠도 비독점적 권리 기반의 대형 기술수출에 기대됐던 후속 성과가 더뎌지면서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돌아선 상태다.

이에 따라 해당 기업들의 주가는 대부분 2020년 하반기 고점을 찍은 뒤 지속적으로 하락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업계 전반에 걸쳐 반영됐던 기대감이 백신 접종률 상승과 외산 치료제 도입 및 수급 안정화에 빠르게 얼어붙은 점도 업종 가치 하락을 부추기는 요소로 작용했다. 이번 편출 후보로 꼽히는 녹십자와 알테오젠만 놓고 보면 지난 2020년 말 4조7400억원과 5조원에 달했던 양사 시가총액은 나란히 2조2000억원대로 줄어든 상태다. 아직 편출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단기간 내 시총을 끌어올릴 대형 호재 기대감이 부족한 만큼, 피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최근 업종 전반에 걸친 약세와 주요 기업 MSCI 편출 등 악재가 겹친 업계는 이번 기회를 산업 본연의 경쟁력에 집중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초 해당 종목들의 편입 시기에도 자칫 지나치게 반영된 기대감에 '양날의 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던 만큼, 변동폭이 큰 이슈 보다는 각 사별 주력 파이프라인 무게감을 실어야 시장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물론 기업 입장에서 각 사별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기반으로 신규 전염병 시장에 도전하는 것은 높이 살만한 일이지만, 당시 국내 분위기는 지나치게 과열됐던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 들어 관련 분위기도 많이 가라앉은 만큼, 업계도 이번 사례를 참고 삼아 경쟁력 회복과 재도약의 기반을 다져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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