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못버텨" 가구·인테리어 가격 올렸지만…실적 회복은 '흐림'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22.04.07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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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못버텨" 가구·인테리어 가격 올렸지만…실적 회복은 '흐림'


가구 인테리어 기업들이 속속 가격인상을 단행하고 있다. 불안정한 원자재 수급 등 높아진 원가부담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란 게 업계의 설명이다. 가격인상에도 불구하고 원가부담이 급격하게 커지면서 실적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6일 가구·인테리어업계에 따르면 업계 1위 한샘 (52,300원 ▲300 +0.58%)이 가격을 올린 뒤 다른 기업들도 기다렸다는 듯이 줄줄이 뒤를 따르고 있다. 한샘은 지난 4일부터 침대·소파·책상 등을 평균 4% 높였다. 지난 2~3월 부엌과 건자재 제품가격을 4% 더 받기로 한 데 이어 이번엔 가구 가격을 올린 것이다. 5일에는 이케아가 가격을 인상한다고 밝혔다. 주방가구·서랍장·침대 등 1000여개 품목을 최대 25% 올렸다. 일부 가격인하 제품을 포함할 경우 평균 3.5%의 인상률이다. 지난 1일에는 의자 1위 브랜드 퍼시스가 가격을 올렸다. 190여개 품목 평균 5%의 인상률이다.



건자재 1위 LX하우시스 (41,500원 ▲1,600 +4.01%)도 같은 날 가격을 높였다. 주방세트, 바닥재, 벽지 등에 대해 10% 인상률을 적용한다. 창호가격도 조만간 올린다. 인상폭은 3% 안팎이 될 전망이다. 주방가구 브랜드 에넥스 역시 다음달부터 가격을 인상한다. 주방가구 12개 품목에 대해 5~10% 인상률을 적용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하위 브랜드들 역시 가격을 올렸거나 인상을 검토하고 있어 전체적인 가구·인테리어 소비자가격이 비싸지게 됐다.

(수원=뉴스1) 이재명 기자 = 20일 수원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수원가구박람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2.1.20/뉴스1  (수원=뉴스1) 이재명 기자 = 20일 수원 영통구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수원가구박람회를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2.1.20/뉴스1
가구·인테리어업계는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한다. 예상치를 뛰어넘는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원가부담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배럴당 90달러선을 넘지 않았던 국제유가는 올해 130달러까지 치솟은 뒤 100달러 위에서 움직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유가가 영향을 받으면서 창호, 바닥재 등 주요 제품의 원재료로 사용되는 PVC(폴리염화비닐) 가격도 고공행진중이다. 지난해 60%가량 오른 데 이어 올 1분기에도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주요 원재료인 PB(파티클보드)의 가격은 지난해 기준 장당 8832원에서 1만2000원으로 35.9% 상승했고 MDF(중밀도섬유판) 가격은 장당 1만5797원에서 2만2900원으로 45% 급등했다.



글로벌 목재가격도 만만치 않다. 러시아산 목재는 국내 수입량의 6.6%를 차지하는데 전쟁 여파로 가격이 출렁인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건축 내장 보강제인 러시아산 스프루스는 2월 가격이 전월대비 5.2% 올랐다. 독일산 등 대체수입 움직임이 나타나지만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이외에도 물류비, 인건비 등이 뛰어서 가격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탓에 대표 인테리어 기업인 LX하우시스는 지난해 4분기 사상 최고치의 분기매출을 기록하고도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도 이같은 기조는 계속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김세련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LX하우시스의 올해 매출액을 3조6876억원으로 전년대비 6.2%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영업이익은 553억원으로 전년대비 17.8%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가구 기업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설상가상으로 아파트거래량이 급감하면서 이어가면서 일감이 바닥난 영향이 커지고 있어서다. 1~2월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는 5만697건으로 2013년 이후 최소 거래량을 보인 바 있다. 김 애널리스트는 "한샘은 4% 인상을 고시했음에도 불구하고 높아진 원가 부담을 상쇄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며 "업황 악화의 벽을 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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