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입'만 바라보는 콘텐츠앱…소비자 지갑만 얇아진다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22.04.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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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덫에 빠진 인앱결제법]③'구글 핑계' 대는 콘텐츠 기업들

편집자주 '인앱결제 강제방지법'을 둘러싼 구글과 한국 정부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빅테크의 일방적 수수료 정책에 제동을 건 '세계 최초' 입법으로 평가받았지만, 법의 허점을 노린 구글의 반격과 정부의 규제의지가 '2라운드'로 번지는 흐름이다. 입앱결제 강제 논란을 둘러싼 갈등과 법의 한계, 궁극적 해법을 짚어본다.

1일 티빙(왼쪽)은 인앱결제를 적용하고 이용권 가격을 15%가량 인상했다. 플로(오른쪽)는 인앱결제와 인앱 3자결제를 모두 도입했다. 무제한 듣기+오프라인 재생 정기결제 상품의 경우 부가세를 포함해 인앱결제 시 13750원, 인앱 3자결제는 11900원이다. /사진=앱 캡처1일 티빙(왼쪽)은 인앱결제를 적용하고 이용권 가격을 15%가량 인상했다. 플로(오른쪽)는 인앱결제와 인앱 3자결제를 모두 도입했다. 무제한 듣기+오프라인 재생 정기결제 상품의 경우 부가세를 포함해 인앱결제 시 13750원, 인앱 3자결제는 11900원이다. /사진=앱 캡처


방송통신위원회가 구글 인앱결제 의무화 조치에 제동을 걸었지만, 이미 안드로이드 앱에서 인앱결제를 도입하고 요금을 인상한 국내 모바일 콘텐츠 업계는 '당장 되돌릴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수수료를 낮춘 외부결제가 단시간 내 허용되긴 어려운 만큼, 구글 가이드라인이 바뀔 때까지는 요금 인상 폭을 그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결과적으로는 늘어난 수수료 부담을 그대로 소비자에게 떠넘기는 셈인데, 콘텐츠 업계가 당장의 이익을 위해 소비자를 볼모로 삼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단 구글 정책 바뀌어야"…콘텐츠 업계, 상황 주시 중
구글 '입'만 바라보는 콘텐츠앱…소비자 지갑만 얇아진다
6일 모바일 콘텐츠 업계에 따르면, 주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음원 플랫폼 등은 이달 초 인앱결제 도입에 따른 수수료 인상 여파로 잇달아 서비스 가격을 올렸다.



티빙과 웨이브는 안드로이드 버전 앱에 구글 인앱결제 시스템을 전면 도입하고 이용권 가격을 인상했다. △베이직 이용권 월 7900원→9000원 △스탠다드는 1만900원→1만2500원 △프리미엄 1만3900원→1만6000원으로 14~15% 올랐다. KT의 OTT 서비스 시즌(seezn) 역시 '상품 가격이 변경될 수 있다'며 가격 인상을 시사했다.

음원 플랫폼 중에서는 플로(FLO)가 지난달 말부터 구글플레이에서 이용권을 구매할 경우 평균 14% 인상된 가격이 적용된다고 밝힌 상태다. 네이버웹툰·시리즈·카카오웹툰·카카오페이지·코미코·리디 등 웹툰·웹소설 앱은 구글이 마지노선으로 제시한 6월까지는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방침이다.



전날 방통위가 구글의 '아웃링크 금지' 방침 등을 "위법"으로 판단하면서 강경 대응에 나섰지만, 콘텐츠 업계가 이를 고려해 곧바로 가격을 내릴 수도 없다. 업계 관계자는 "방통위 판단이 나왔어도 구글이 인앱결제 외 현실적인 대안 결제시스템을 허용하기 전까지는 인앱결제 방식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모바일 콘텐츠 업계는 또 구글과 정부의 대결이 길어질 것을 우려한다. 사업자는 물론 소비자까지 인앱결제 관행이 굳어지면, 새로운 자체 결제를 도입하는 게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이다.

구글 인앱결제 의무화…'언젠간 마주할 미래'였다
구글의 행보는 사실 예고된 것이었다. 구글이 게임 외 다른 앱에는 수수료를 받지 않는 '공짜 전략'을 쓴 것은 2008년 당시 앱마켓 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애플을 뛰어넘기 위해서였다. 인앱결제를 강제하고, 수수료를 30%로 정한 것은 애플이 먼저였다. 당시만 해도 앱마켓은 전에 없던 새로운 플랫폼이었고, 앱 개발사들은 애플이 제공한 개발자 키트를 활용해 앱을 만들고 글로벌 고객과 마주할 수 있었다. 수수료 30%가 크게 문제되지 않았던 이유다.

그러나 애플보다 1년 여 늦게 앱마켓을 연 구글은 플레이 중 신속한 결제가 필요한 게임 서비스 외의 다른 앱에는 자체 결제를 허용하고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애플이 선점한 수많은 앱 개발자와 이용자를 끌어오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이제 구글의 전세계 모바일 운영체제(OS) 시장 점유율은 70%를 웃돌게 됐고, '유료화'는 필연이었다.


모바일 콘텐츠 업계는 '구글 탓'을 하며 늘어난 수수료를 소비자에게 떠넘길 뿐 별다른 대안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구글 눈치를 보느라 인앱결제 대신 기존 가격이 유지되는 PC 등 웹사이트에서 결제하라고 적극적으로 안내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구글이 "이용자에게 앱 외부에서 디지털 상품을 구매하도록 독려하는 표현을 사용하는 행위를 해선 안된다"고 밝히고 있어서다.

가격 경쟁력 약화는 머지 않아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콘텐츠 기업 관계자는 "OTT, 음원, 웹툰 등은 얼마든지 대체 서비스가 많다. 수수료를 핑계로 가격을 무턱대고 올리면 단기적인 이익은 유지할 수 있겠지만, 고객층이 합리적 가격의 유사 서비스로 떠날 경우 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모바일 콘텐츠 업계의 근본적인 경쟁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 이러한 패턴이 반복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소비자의 앱마켓 선택지가 넓지 않기 때문에 계속 끌려갈 수밖에 없다"며 "현재 구조를 바꾸기 위해선 국내 앱마켓을 적극 육성해 글로벌 기업 독점형태인 앱마켓 시장에 경쟁이 보다 활성화되도록 정책적인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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