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터넷전문은행이 대규모 채용 문을 열 때마다 은행원들이 모인 앱(애플리케이션)이 들썩인다. 문의글 작성자는 모두 내로라하는 대형 시중은행 직원이다.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 은행원은 '신의 직장'으로 통했던 대형은행을 스스로 나와 인터넷전문은행으로 '대이동' 중이다.
실제 지난해 은행원 연봉을 보면 카카오뱅크가 은행권 최고 수준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카뱅 임직원 평균보수는 1억5300만원으로 고연봉 은행으로 손꼽히는 한국씨티은행(1억2000만원), KB국민은행(1억1000만원)을 앞질렀다.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 영향이 더해진 결과다.
이직을 결심한 이유로는 경직된 분위기, 안정을 추구하는 문화 등을 들었다. 2018년 카뱅으로 적을 옮긴 B씨는 "안정적이어서 새로운 도전이 어려웠다"며 "누군가가 장점으로 말하는 '안정'이 나를 떠나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 선배들, 팀장, 부장이 '은행이 몇 년 안에 카뱅 혁신을 금방 따라잡을 것'이라며 만류했지만 그 '몇 년'은 아직 도래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조직문화, 분위기 면에서도 기존 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사이 큰 차이를 보였다. 기존 은행도 보수적인 문화를 벗어나 유연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복장과 호칭을 자율화하는 등 애쓰고 있지만 단번에 바뀌기 어려워서다. 인터넷전문은행에서는 반바지 차림의 직원을 마주하는 일이 예사다. 카뱅은 서로를 영어 이름으로 부르고 케이뱅크과 토스뱅크는 '님'으로 호칭한다.
지난해 카뱅에 경력으로 입사한 D씨는 "자유로운 복장으로 출근하라기에 고심해서 셔츠와 면바지, 단화를 샀는데 출근 첫날 만난 청바지, 운동화, 모자 차림의 직원들을 보고 괜한 쇼핑을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호칭과 관련해서는 "감히 '팀장님'의 이름을 부를 수 없어 한동안 호칭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며 대화를 시작하곤 했다"고 했다.
이직 후 업무 면에서도 만족감을 표했다. 지난해 케이뱅크로 이직한 E씨는 "과거에는 일을 하면서도 조직생활이 먼저였는데 지금은 업무 그 자체가 가장 중요해졌다"며 "그러다보니 업무가 훨씬 효율적으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출범 후 지금까지 대규모 경력직 채용을 통해 시중은행 인력을 끌어들였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거듭된 세 자리 수 공개채용으로 몸집을 불렸다. 2017년 7월 출범 당시 300명에 불과했던 직원은 지난달 말 기준 1172명으로 4배 가까이 늘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기존 은행은 점포 수와 함께 인력도 줄이는 반면, 인터넷전문은행은 새로운 서비스가 많은 만큼 인력이 계속해서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