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ㅣ 반갑지만 왠지 쓸쓸한 4년 만의 귀환

머니투데이 김성대(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2.04.05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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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매와 동시에 차트 석권! "내일은 있을까?"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4년 만의 싱글이다. 앨범도 4년 만이면 오랜만이라고 하니, 사계절을 네 번 보내고 빅뱅이 가져온 노래는 거의 환생한 느낌마저 준다. 물론 창작의 고통을 '오랜만'의 이유로 들 수는 있다. 예술 작품이란 것이 자판기 음료수처럼 내킬 때마다 뽑아낼 수 있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이들 컴백을 둘러싼 정황이 꼭 그런 것 때문만은 아니라는 걸 우린 이미 알고 있다. 즉 지난 세월, 태양을 뺀 멤버들이 한 번씩 일으켜온 범법 행위가 낙인 아닌 낙인이 되어 여전히 팀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빅뱅의 새 싱글 '봄여름가을겨울 (Still Life)'은 저들 예술 세계에 공감해온 팬들에겐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했을지 몰라도, 연예인의 도덕성에 진지한 가치를 매기거나 음악이 아닌 신문 사회면에서 이들을 먼저 만난 사람들에겐 분노를 느끼게 했다. 활동을 하지 않을 수도, 그렇다고 무작정 해나갈 수도 없는 그야말로 반(半) 사면초가에 몰린 2022년의 빅뱅이다.

4인조로 재편된 빅뱅 멤버들(지드래곤, 태양, 탑, 대성)은 지난 2020년 3월에 YG엔터테인먼트와 세 번째 재계약을 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2년이 흐른 현재 탑은 YG와 전속계약을 끝맺었다. YG 측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빅뱅뿐 아니라 개인 활동 영역을 넓혀가 보고 싶다는 탑의 의견을 존중, 이에 대해 멤버들과 잘 협의됐다"며 "그는 여건이 되면 언제든 빅뱅 활동에 합류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그러니까 탑은 YG를 떠나는 것이지, 빅뱅을 떠나는 건 아니라는 얘기다. 그래서일까. 이번 싱글에서 들리는 그의 바리톤 랩은 마치 '빅뱅 멤버로서 개인 활동'이라는 자신의 융통성 있는 미래를 "더욱더" 강조하는 듯 들린다.



빅뱅의 새 싱글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리얼(Real)'이다. 그들은 아직 음악으로 멀리 갈 생각이 없어 보인다. 대신 차분한 음악으로 자신들이 당면한 현실을 챙기려는 눈치다. 심지어 가사에 언급된,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봄여름가을겨울(사계)'을 만든 비발디와 차이콥스키라는 이름마저 사실적이다. 지드래곤과 탑이 참여한 송캠프에서 파생된 이 소박한 아날로그 발라드는 지금 빅뱅이 겪고 있는 물리적, 심리적 부담감을 고스란히 담은 듯 절제돼 있다. 도입부를 일렉트로닉 비트가 아닌 일렉트릭 기타로 시작한 건 아마 그 때문일 거다. 작/편곡 모두에서 최소를 추구한 이 신곡에서 느린 디지털 비트와 멤버들의 노래/랩을 빼면 남는 건 기타와 피아노 밖에 없다. 이 소극적인 악기 편성 역시 아직은 때가 아니라는 멤버들의 판단으로 필자에겐 보였다. 그러니까 이 싱글을 내기 전 무언가 새로운 걸 보여주거나 잘하는 걸 과시해보겠다는 욕심은 애초부터 이들에겐 없었던 것이다. 차라리 그들은 지금 싱글을 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뻤을지 모른다.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곡 '봄여름가을겨울'은 빅뱅 자신들의 방식으로 스스로를 돌아보고 대중에게 사과하는 느낌으로 만든 노래다. 이는 가사 곳곳에서도 감지된다. 가령 멤버들 평균 나이가 30대 중반으로 가고 있는 지금을 되짚는 노랫말("정들었던 내 젊은 날 이제는 안녕")은 이들이 현실을 직시하고 있다는 신호다. 또 지드래곤이 랩으로 엮은 "철 없이 철지나 철들지 못해, 철부지에 철 그른지 오래"라는 소절은 지난 자신들 모습을 향한 자조일 것이고, "넷이 못내 저 하늘만 바라보고서 사계절 잘 지내고 있어"라는 부분은 누가 봐도 빅뱅의 근황을 궁금해할 팬들에게 보내는 안부 인사다. 그 안부는 자기들도 팬들이 그리웠다는 고백("울었던 소년과 소녀가 그리워, 찬란했던 사랑했던 그 시절만 자꾸 기억나")으로 이어진 뒤 다시 자신들이 변하겠다는 약속("변할래 전보다는 더욱더 좋은사람, 더욱더 더 나은 사람")으로 치환된다.

그 외 노래 속엔 그동안 4인조가 되면서 겪었을 멤버들의 마음 고생을 은유한 지점("떠난 사람 또 나타난 사람, 머리 위 저세상")도 있고, 그 설움이 부디 해피 엔드로 갔으면 하는 바람("비애(悲哀) 대신 a happy end", "지난 밤의 트라우마 다 묻고")도 있다. 물론 팬들이 가장 반겼을 부분은 그럼에도 창작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지("난 떠나 영감의 amazon")와 돌아오겠다는 희망("언젠가 다시 올 그 날, 그때를 위하여(그대를 위하여)")이었을 터. 하지만 새 싱글은 확답을 주지 않는다. 그저 관망하며 힌트만 던져줄 뿐. 이러나저러나 타들어가는 건 팬들의 속마음이다.

신곡은 환상적으로 좋지도, 그렇다고 심각하게 나쁘지도 않은 '딱 듣기 좋은' 수준의 알앤비 팝 발라드다. 모처럼의 컴백인데 노래는 '라라라라~' 즐거워야 할 후렴마저 쓸쓸하다. 어쩌면 발매일을 식목일로 택한 것도 묘목이 된 빅뱅을 여러분들이 다시 심어달라는 부탁은 아니었을지. 오랜 은둔, 유구무언의 반쪽 뮤직비디오, 음원의 긴 발매 간격은 그래서 틀림없는 자숙의 제스처였다. 힘겹게 나온 곡 하나가 호사다마의 현실을 개과천선의 다짐으로 이끈다. 이제 남은 건 그 다음. 빅뱅은 과연 '제대로' 돌아올 수 있을까. 그들의 운명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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