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제약 다음은 너다" 칼 빼든 메디톡스에 휴젤, 21% 추락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22.04.04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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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톡스 美 ITC에 휴젤 제소...휴젤 이틀간 21% 내리며 52주 신저가 기록

"대웅제약 다음은 너다" 칼 빼든 메디톡스에 휴젤, 21% 추락


대웅제약 (107,500원 ▼1,700 -1.56%)과 '보톡스전쟁'을 치른 메디톡스 (130,200원 ▼2,300 -1.74%)가 이번엔 휴젤 (202,500원 ▲2,600 +1.30%)을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소했다. 보툴리늄 톡신 균주를 둘러싼 또 한번의 균주도용 소송이 예상되며 휴젤이 신저가로 추락했다.

4일 휴젤은 코스닥 시장에서 전일대비 1만800원(8.95%) 내린 10만900원에 마감했다. 이날 급락으로 장중 10만9400원의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지난 1일 13.23% 하락에 이어 2거래일만에 21% 급락했다.



이날 휴젤은 "메디톡스가 미국 현지 시각으로 30일 휴젤, 휴젤아메리카, 크로마파마를 미국 ITC에 제소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휴젤 특은 메디톡스 제소에 대해 "보툴리눔 균주와 제조공정 등 영업비밀 도용에 대한 내용은 전혀 사실과 다른 허위 주장에 불과한 것으로써 소송은 근거 없는 무리한 제소"라고 주장하며 법적 조치 또한 예고했다.

보툴리눔 톡신이란 보툴리누스 균이 생산하는 신경독소의 일종으로 근육을 마비시키는 기능을 한다. 보톡스는 미국 제약회사 앨러간이 보툴리눔 톡신을 이용해 만든 주름개선치료제의 제품명인데 보툴리눔 톡신 의약품을 뜻하는 보통명사처럼 쓰인다.



보톨리눔 톡신 균주는 1g만 있어도 100만 명을 살상할 수 있는 신경독으로 자연상태서 구하기 매우 어려운 균주다. 앨러간의 보톡스, 멀츠의 제오민, 메디톡스의 메디톡신 등 글로벌 보톡스 제약사는 모두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유래한 균주로 주름개선 치료제 상업화에 성공했다. 그런데 대웅제약은 용인시 처인구의 한 토양에서, 휴젤은 썩은 통조림에서 균주를 발견했다며 해당 균주로 개발한 제품(나보타와 보툴렉스)를 상용화했다.

이에 지난 2017년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을 상대로 보톨리늄 균주 및 독소제제 제조기술정보의 사용 금지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대웅제약이 나보타를 제조하는 데 쓴 보톨리늄 독소 제재가 메디톡스의 영업비밀 침해를 통해 취득했다며 관련 정보 폐기 제조·판매 중단, 제조된 제품 폐기를 요구한 것이다. 같은 유전형의 균주가 한국에서 그것도 용인시에서 발견될 가능성은 지극히 낮다며 균주 절도를 주장한 것이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긴 소송전을 벌이는 동안 휴젤은 어부지리로 국내 시장점유율 1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10월에서야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모든 소송은 종료됐다. 하지만 지난한 소송전이 이어지는 동안 국내 1위였던 메디톡스는 시장점유율이 급락했으며 2020년에는 대표제품 '메디톡신'의 품목허가 취소처분까지 겪으며 우여곡절을 겪었다. 대웅제약 소송이 마무리된 메디톡스가 치밀한 준비를 마치고 이번엔 휴젤을 제소에 나섰다.


김정현 교보증권 연구원은 "ITC 분쟁이 시작되면서 휴젤에 법률 비용이 대규모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현재 법률 비용을 추정하기에는 매우 불확실하나 연간 최대 300억원을 가정해 반영할 수 있으며 올해는 약 220억원, 2023년에는 100억원 반영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대웅제약의 경우 메디톡스와의 소송으로 2020년 법률 비용으로 350억원을 회계에 인식한 바 있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소송전에 휘말린 동안 휴젤은 2020년 10월 국내업체 중 최초로 중국에서 보툴리눔 톡신 품목 허가를 득했으며 본격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을 개시했다. 올해는 미국 FDA(식품의약국)로부터 품목 허가가 예상돼 미국 진출 기대감이 높았다. 휴젤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비 16.2% 증가한 2452억원, 영업이익은 24.4% 늘어난 971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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