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꺾였다?"…지난달 원유 인버스 ETF에 8900억 몰렸다

머니투데이 김근희 기자 2022.04.04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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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I 가격 100달러 밑으로…"위험요소 살피고 투자해야"

"유가 꺾였다?"…지난달 원유 인버스 ETF에 8900억 몰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배럴당 130달러까지 돌파했던 WTI(서부텍사스유) 선물 가격은 100달러 밑으로 내려왔다. 유가 급등세가 주춤하자 원유값 하락에 배팅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지난 3월 한달간 원유선물인버스 ETF(상장지수펀드)에 8900억원이 몰렸다. 다만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무조건 원유선물인버스ETF에 투자하기보다 상품의 위험요소를 살핀 후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4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월 한달간 국내 상장된 원유선물인버스ETF들에 8955억원이 유입됐다. 상품별로 살펴보면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 ETF에는 5320억원이, TIGER 원유선물인버스 ETF에는 3635억원이 순유입됐다. 3월 한달간 국내 ETF 시장에 유입된 자금이 1조757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 가까이가 원유선물인버스ETF에 몰린 셈이다.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ETF와 TIGER 원유선물인버스ETF는 지난달 개인 투자자 순매수 상위 ETF 2위와 3위를 차지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ETF 957억원을 사들였고, TIGER 원유선물인버스 947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실제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무섭게 치솟던 유가는 최근 하락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물 WTI 가격은 종가 기준으로 지난달 8일 배럴당 123.7달러까지 치솟았다가 지난달 31일 100.28달러까지 하락했다. 이달 1일에는 99.27달러를 기록하며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산 수출 불황실성을 반영해 급등했던 유가는 EU(유럽연합)이 수출 제재에 동참하지 않자 안도하는 모양새"라며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 제재 가능성을 일축해온 EU 정책의 선회가 없는 한 국제 유가는 이미 정점을 통과했다"고 분석했다


황 연구원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시 상황과 중동 등에서 대두할 수 있는 잠재적인 위험요소 등을 고려하면 WTI 가격 예상 범위는 75~115달러"라고 말했다.

덕분에 원유선물인버스ETF의 수익률은 이달들어 상승하고 있다. 지난 3월 한달간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ETF의 수익률은 -14.61%, TIGER 원유선물인버스ETF의 수익률은 -15.36%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달들어 KODEX WTI원유선물인버스ETF의 수익률은 1.06%, TIGER 원유선물인버스ETF의 수익률은 1.51%다.

다만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원유선물 인버스ETF를 투자할 때 상품 구조 자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추종 기초지수 일별 수익률의 -1배를 반영하는 인버스 ETF의 특성상 유가가 횡보할 경우 투자기간이 길어질수록 누적수익률로는 손해가 커질 수 있다.

원유 선물에 투자한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한다. 두 ETF가 추종하는 기초지수는 S&P의 'GSCI Crude Oil Index ER'이다. 지수명 끝의 ER은 투자하는 선물의 롤오버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수익도 지수에 반영했다는 의미다.

김해인 대신증권 연구원은 "보유 선물의 월물 교체시 추가 수익 또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롤오버를 수차례 거치는 장기간 투자를 할 경우, 실제로 유가가 하락한다고 해도 유가 인버스ETF의 수익률은 유가의 -1배보다는 부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S&P가 원유선물 시장 상황에 따라 보유월물을 최근 월물이 아닌 그 다음 달, 혹은 그 이후의 월물까지 포함하도록 바꿀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며 "유가 선물의 최근월물 가격을 기준으로 유가 급락을 기대하며 투자한 경우 원유선물인버스ETF가 수익률을 예상만큼 가져다주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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