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토탈 매각위로금 4천만원 받고 '먹튀' 퇴사…대법 "반환"

머니투데이 이세연 기자 2022.04.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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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토탈 노조가 지난 10일 창립총회를 열고 공식출범했다. 삼성토탈 노조는 한화그룹으로의 매각 철회를 요구하며, 철회시까지 반대투쟁을 계속하겠다고 17일 밝혔다.(삼성토탈 노조 제공)2014.12.17/뉴스1  = 삼성토탈 노조가 지난 10일 창립총회를 열고 공식출범했다. 삼성토탈 노조는 한화그룹으로의 매각 철회를 요구하며, 철회시까지 반대투쟁을 계속하겠다고 17일 밝혔다.(삼성토탈 노조 제공)2014.12.17/뉴스1


기업 매각에 반대하지 않는 조건으로 위로금을 받은 근로자가 조기 퇴사하는 경우 이를 월할 계산해 반환하게 하는 것은 근로기준법 위반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제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한화토탈이 퇴직 근로자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위로금 반환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원은 "A씨 등 매각위로금을 지급받은 근로자들이 이 약정으로 퇴직의 자유를 제한받는다거나 그 의사에 반하는 근로의 계속을 부당하게 강요받는다고 볼 수 없으므로 근로기준법에 위반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2014년 삼성그룹은 삼성토탈 주식회사 등 일련의 화학계열사 주식을 한화그룹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삼성토탈 근로자들은 매각대응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결성해 주식 매각에 반대하고 나섰다.

한화 측은 비대위와 협상을 통해 직원들에게 매각위로금으로 4000만원과 평균 6000만원의 상여금 기초 6개월분을 지급하기로 합의했다. 매각위로금을 받은 직원이 지급 후 8개월 안에 퇴사할 경우 이를 월할 계산해 반납한다는 약정도 포함했다.

문제는 A씨가 약정금을 받은 뒤 1달 만에 퇴사하면서 불거졌다. A씨는 2015년 4월30일 약정금을 지급받고 같은해 6월4일 퇴직했다.


A씨는 위로금 반환 약정이 근로기준법에 위반되기 때문에 무효라고 주장했다.

근로기준법 제20조에 따르면 사용자는 근로자가 근로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액을 예정하는 계약을 체결하지 못한다.



근로자가 퇴직할 자유를 제한받아 부당하게 계속 근로하도록 강요당하는 것을 방지하고 근로자의 직장선택의 자유를 보호하자는 취지다.

1심 한화토탈의 손을, 2심은 A씨 손을 들어주며 판결은 엇갈렸다.

2심은 "이 사건 위로금은 기존에 원고 회사에서 근무하던 근로자들에 대한 공로금의 성격도 지니고 있다고 보아야 한다"면서 "위로금을 부당이익으로 봐 회사가 반환받을 수 있도록 한다면 근로기준법의 취지에 명백히 반하는 결과"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로금 반환 약정이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며 파기환송 판결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약정은 매각위로금 지급일로부터 8개월 안에 퇴사하는 경우 이를 월할 계산해 반환하기로 하는 내용일 뿐 근로자들이 근로계약상 정해진 근로기간 약정을 위반할 경우 회사에게 위약금이나 손해배상으로서 일정 금액을 지급하기로 한 내용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매각위로금은 회사의 경영상 필요 때문에 주식매각대금을 재원으로 해서 지급된 것으로 보이고 회사는 직원들에게 매각위로금이 세법상 근로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분류된다고 안내했다"며 "위로금 반환 약정이 미리 정한 근무기간 이전에 퇴직했다는 이유로 마땅히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을 반환하기로 하는 취지의 약정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회사 측이 주식 매각 사실을 이미 알고 입사한 사람 등 상대적으로 이탈 방지의 필요성이 크지 않은 사람들을 매각위로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한 점도 판결의 이유로 들었다.

대법원은 "원고는 주식 매각에 대한 기존 근로자들의 반대를 무마하고 일정 기간의 계속 근로를 유도함으로써 주식 매각 이후에도 사업을 차질 없이 운영하려는 일회적이고 특별한 경영상의 목적에서 이 사건 약정을 하고 근로자들에게 매각위로금을 지급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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