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M&A·자사주 매입···'빅뉴스' 만발했던 SK 주주총회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22.04.03 15:12
글자크기
이미지는 성명 '가나다' 순서임.이미지는 성명 '가나다' 순서임.


30분 이내로 끝나던 뻔한 주주총회가 사라지고 있다. 올해 SK 주요 관계사들이 보여준 주총 이야기다. 전 그룹이 추진중인 파이낸셜·거버넌스 스토리 실현 일환으로 주총의 형식과 내용을 모두 탈바꿈하고 시키고 있단 평가가 나온다.



프레젠테이션 앞에 선 부회장단···시장 궁금증, 주총에서 털어놨다
3일 재계에 따르면 SK는 앞으로도 주주총회에서 주주 및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올해 주력 계열사 주총에서 부회장이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경영성과 및 전략을 보고하는가하면 주총 현장을 온라인 생중계한 것처럼 앞으로도 더욱 효율적인 소통 강화 방안을 강구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변화는 올해 SK(주) 주주총회에서 먼저 감지됐다. SK(주)는 지난달 29일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장동현 대표이사 부회장이 직접 프레젠테이션에 나서 투자 포트폴리오 간 연계를 통한 밸류 극대화, 글로벌 생태계 구축을 통한 협업의 시너지, 이해관계자들간 명확한 성과 공유 등 올 한 해 주력할 경영 방향성에 대해 설명했다.



장 부회장 뿐만 아니라 김양택 첨단소재투자센터장, 이동훈 바이오투자센터장, 김무환 그린 투자센터장 등이 나와 투자성과 및 전략을 공유했다. 특히 이성형 재무부문장(CFO)은 "2025년까지 매년 시가총액의 1% 이상 자사주를 매입할 것"이라며 "자사주 소각도 주주환원의 한 옵션으로 고려할 예정"이라고 밝혀 시장의 큰 관심을 받았다.

SK(주)의 이날 주총은 30여분 간의 질의응답 시간을 포함해 1시간 넘게 진행됐다. 주총 현장은 온라인 생중계됐으며 이같은 시도는 SK(주)가 처음 시도한 것이다.

그룹 내 한 관계자는 "SK(주)가 투자형 지주회사로서 본보기 기업이 되기 위한 노력을 직접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며 "이해관계자와 소통 강화를 위한 노력은 단발성으로 그치지 않고 앞으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주총이 안건만 통과시키고 마는 형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질 대화의 장이 되게 하려는 노력은 SK이노베이션에서도 발견됐다.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은 지난달 31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배터리 사업 상장일정을 공유했다. 김 부회장은 SK온의 상장 예상 시점을 묻는 질문에 "배터리 사업이 시장에서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는 시점에 상장해야 SK이노베이션 기업가치에도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라며 "수주 물량은 설비 증설을 통해 실제 판매가 이뤄지기까지 3~5년이 걸리기 때문에 우리가 매출, 설비의 안정적 운영, 수익성 제고를 실질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시점은 2025년 이후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이 SK온 상장시기에 대해 이처럼 구체적 수치를 통해 시장에 공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부회장도 이날 중장기 사업전략에 대해 직접 "신규 포트폴리오 발굴에 주력하고 사업개발 및 R&D(연구개발) 기능을 대폭 강화해 기술에 기반한 그린 포트폴리오를 본격 확보할 것"이라며 "향후 SK이노베이션은 다양한 미래 에너지 및 순환경제 관련 새로운 기술 확보 및 사업화를 통해 새로운 포트폴리오를 추가함으로써 기업가치를 크게 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스퀘어와 SK하이닉스도 이번 주총에서 일본 소프트뱅크 자회사인 반도체 설계 기업 ARM(암) 인수 의지를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SK하이닉스의 최대 주주는 지분 20.07%(지난해 말 기준)를 들고 있는 SK스퀘어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SK스퀘어 대표직도 맡고 있다.

박 부회장은 지난달 28일 열린 SK스퀘어 주주총회에서 "향후 3년간 2조원의 투자 재원을 갖고 국내 투자자와 공동 투자 기반을 준비중"이라며 "M&A 시장에서 새로운 플레이어가 되겠다"고 말했다. 박 부회장은 이틀 뒤 열린 SK하이닉스 주총에서는 기자들과 만나 "ARM은 한 회사가 인수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전략적 투자자들과 함께 컨소시엄으로 해야 한다"고 부연 설명했다.

파이낸셜·거버넌스 스토리 전략 매년 진화···6월 확대경영회의 '주목'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021년 6월 경기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1 확대경영회의'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머니투데이DB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 2021년 6월 경기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열린 '2021 확대경영회의'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머니투데이DB
주력 계열사들의 이같은 시도는 2020년 이후 그룹 차원에서 추진중인 파이낸셜 스토리 일환으로 해석된다.

파이낸셜 스토리는 고객과 투자자, 시장을 대상으로 SK 계열사들의 성장 전략과 미래 비전을 스토리로 제시해 총체적 가치를 높여나가자는 것이다. 시장 신뢰와 사회 공감을 우선 얻어야 한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에 의존하는 경영이 아니라 스토리를 갖춘 기업이 앞으로 투자를 더 받을 것이라는 기대다.

지난해에는 거버넌스 스토리로까지 확장됐다. 이는 그룹 차원에서 추진하는 '지배구조 혁신'으로 이사회 역할 및 역량 강화, 시장과의 소통 강화 등을 골자로 한다. 지배구조를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혁신하기 위한 일련의 과정과 전략이다.

SK 그룹 관계자는 "2020~2021년 기업 미래가치를 증대시키기 위한 여러 방안들을 내놓으면서 내부 사업 포트폴리오를 바꿨고 이사회가 직접 대대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전략도 함께 만들어나가는 중"이라며 "중요한 것은 이런 노력들을 '우리끼리만' 하는 게 아닌, 밖으로 적극적으로 전달하고 소통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고 그 수단 중 하나가 주주총회"라고 말했다.

일반 주주 뿐 아니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소통도 강화중이다. 지난 2월 SK 그룹 사외이사들 약 30명이 모여 블랙록 아시아지역 총괄투자스튜디오십팀 본부장과 2시간 가량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주제로 화상세미나를 한 게 대표적이다.

이같은 주주 소통강화를 포함한 파이낸셜 스토리, 거버넌스 스토리의 이행방안들은 오는 6월 개최될 SK 확대경영회의에서 주력 계열 고위 경영진이 모두 모인 가운데 점검될 가능성이 높다.

기업 경영진 혹인 이사회단에서 고민되는 내용들의 정기적 노출-공유가 자칫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윤소정 선임연구원은 "회사의 주요 경영 사항에 대해 주주들을 대상으로 최소한의 이해와 설득을 구하는 것은 주식회사 본연의 의무"라며 "최근 주총에서는 비단 SK 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들에서도 직접 주주들을 설득하려는 움직임들이 있는데 긍정적 변화로 보여진다"고 평가했다.

장기적으로 기업가치에도 긍정적일 것이란 기대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은 SK(주)에 대해 정기주총 이후 "2023년 이후 SK팜테코, SK실트론 상장시 구주매출을 통해 배당재원이 확대될 전망이고 시가총액의 1%인 약 1800억원 이상 자사주 매입이 더해진다면 실질적 주주환원은 경상 배당수입의 40% 이상인 셈"이라며 "(SK(주) 발표 내용은) 적극적 주주가치제고일 뿐 아니라 4대 사업 중심의 중장기 투자 및 성장계획에 대한 강한 실현 의지로 해석된다"고 밝혔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