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집값 안 빠지네? 강남 한방에 16억↑…尹 재건축 딜레마

머니투데이 권화순 기자, 이민하 기자, 이소은 기자 2022.04.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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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재건축빅뱅'이 온다(下)

편집자주 윤석열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재건축 빅뱅 시대'가 열릴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성이 부족한 조합이나 지자체 등이 시행착오 없이 제대로 이끌수 있을지 우려도 나온다. 집값 불안과 이주 수요에 따른 전세난도 걱정이다. 윤석열 정부가 규제 완화 전 고민해야 할 과제를 짚어봤다.

"수억원 부담금 내나"‥3만4000가구 걸린 '재초환법' 개정될까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전국재건축정비사업조합연대·반포현대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관계자들이 2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법안 개정 촉구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2.21/뉴스1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전국재건축정비사업조합연대·반포현대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관계자들이 21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열린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법안 개정 촉구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2.21/뉴스1


재건축초과이익환수(재초환) 제도로 많게는 수억대 부담금을 통보 받은 전국 63개 단지의 운명이 '재초환법' 개정에 달렸다. 윤석열 당선인은 재초환 제도 완화를 공약했다. 하지만 법 개정이 필요해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동의해야 가능하다. 초과이익 환수 정당성에 대해 일반 국민과 조합원의 입장도 크게 다르다.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선 사회적으로 적정 수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완화방안으로 부과개시시점, 면제기준 조정 등 거론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재건축 규제 중 하나인 재초환 제도를 완화하겠다고 공약했다. 부담금 부과 기준금액을 상향하고 부과율 인하, 비용 인정 항목 확대, 1주택 장기보유자 감면, 부담금 납부 이연 허용 등이 세부과제다.

재초환 제도는 재건축사업으로 조합 또는 조합원이 얻은 이익에서 인근 주택 상승분과 비용 등을 뺀 초과이익이 1인당 평균 30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금액의 최고 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2006년 제정된 후 10년 간 유예됐다가 2018년 부활했다. 하지만 초과이익이 과다 계산된다는 점, 부과일로부터 6개월 이내 납부해야 한다는 점 등이 과도한 규제라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실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들의 경우, 1인당 부담금 규모가 수억원에 달한다. 서초구 반포3주구는 4억원, 강남구 대치쌍용1차는 3억원, 서초구 방배삼익은 2억7500만원 수준의 재초환 부담금 예정액이 각각 통보됐다. 2018년 이후 현재까지 재초환 부담금 예정액을 통보 받은 조합은 전국 63개 단지, 3만3800가구에 달한다.

완화 방안으로는 부과개시 시점을 뒤로 미뤄 초과이익을 줄이는 안이 우선 거론된다. 현재 초과이익을 산정하는 개시시점과 종료시점은 각각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승인일과 재건축 준공인가일이다. 인수위가 재건축 규제 완화로 인한 단기 시장 불안을 주시하고 있는 만큼, 부과개시시점을 현행보다 한단계 미루는 '조합설립인가일'로 바꿀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부담금을 부과하는 초과이익 면제 기준은 상향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1인당 평균 이익이 3000만원 이하일 때 면제를 받는다. 재초환 부담을 현격하게 낮추는 방안으로 면제 기준을 3000만원에서 1억원 이상으로 올리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현재 3000만~5000만원, 5000만~7000만원, 7000만~9000만원, 9000만~1억1000만원, 1억1000만원 초과 등 구간별로 부과율이 다르다.


어라, 집값 안 빠지네? 강남 한방에 16억↑…尹 재건축 딜레마
◇완화하려면 법 개정 필수 "민주당 반대하면 어려워"

재건축 시장에서는 정권교체 이후 재초환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재초환 1호 부과 대상으로 꼽히는 서울 반포현대(반포센트레빌아스테리움) 재건축조합은 4~5월로 예정됐던 확정 부담금 통보시점을 유예해달라고 서초구에 공식 요청했다. 준공인가일로부터 5개월 내 부담금 결정·부과가 법으로 정해져 있어 무기한 연기는 불가능하다. 부담금 예정액이 통보된 전국 63개 단지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부과개시시점이나 면제 기준 등은 모두 법률에 규정된 사항이어서 완화하려면 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이에 반대하거나 신중한 입장이어서 법 개정까지는 상당 기간 소요되거나 공약 이행이 안될 가능성도 있다. 확정 부담금이 부과되고 나서 법이 개정될 경우에는 소급 적용 논란이 빚어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재초환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불로소득 환수, 소득분배의 불공평을 해소한다는 공익적 측면에서 폐지는 사실상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다만 부과 정도에 대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전문위원은 "조합원들은 재초환의 완전 폐지를 원하지만 일반 국민들은 폐지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보다 완화된 방식으로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정회근 남서울대 교수도 "재초환은 공익목적과 사익목적 사이에서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조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십억 강남아파트를 '로또'로 만든 분상제..尹이 풀까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공사비 증액을 두고 시공사와 갈등을 겪고 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이 결국 법정 공방을 벌이기로 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둔촌주공 조합은 이르면 이번 주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을 상대로 서울동부지법에 계약변경무효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둔촌주공 재건축 역대 최대 규모의 정비사업이다. 강동구 둔촌1동 170-1번지 일대에 지상 최고 35층 85개 동 1만2032가구(임대 1046가구 포함) 규모의 아파트와 부대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일반분양 물량만 4786가구에 달한다. 사진은 17일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 재건축 현장 모습. 2022.3.17/뉴스1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공사비 증액을 두고 시공사와 갈등을 겪고 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이 결국 법정 공방을 벌이기로 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둔촌주공 조합은 이르면 이번 주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을 상대로 서울동부지법에 계약변경무효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다. 둔촌주공 재건축 역대 최대 규모의 정비사업이다. 강동구 둔촌1동 170-1번지 일대에 지상 최고 35층 85개 동 1만2032가구(임대 1046가구 포함) 규모의 아파트와 부대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일반분양 물량만 4786가구에 달한다. 사진은 17일 서울 강동구 둔촌 주공 재건축 현장 모습. 2022.3.17/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분양가상한제(이하 분상제) 운영의 합리화를 약속했다. 분양가를 구성하는 항목인 토지비용과 건축비, 가산비 산정을 현실화 한다는 공약이다. 분상제가 안정적인 가격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목적으로 도입됐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인위적인 가격통제로 민간 공급을 억누르는 역기능에 비판도 큰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분상제의 부작용을 줄이는 다양한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분상제는 아파트 분양가를 택지비, 기본형건축비, 가산비를 합쳐 일정 수준 이하로 책정하도록 하는 제도다. 하지만 분양가를 무조건 주변 시세 대비 70~80% 이하로 낮추는 데 중점을 두다보니 불투명한 계산방식과 일방통행 심사로 계속 갈등을 빚었다. 분양가에 불만을 품은 조합이 분양을 미루면서 분상제가 공급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시장에서 분상제의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하는 것은 시세의 40~60%로 낮게 책정되는 택지비(땅값)다. 택지비는 공시지가 대비 1.7~1.8배 수준이 정비업계의 불문율이 됐다. 지난해 6월 분양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의 3.3㎡당 분양가는 5273만원이었다. 역대 최고 수준이었지만, 당시 주변 시세 대비 50~60% 수준으로 최소 10억원 가량 차이가 나는 '로또 청약'으로 불렸다. 실제로 원베일리에 바로 옆에 있는 아크로리버파크의 전용 85㎡은 올해 1월 46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3.3㎡당 1억3700만원이다.

◇ "택지비 산정 시세 반영 비율 높여야…부동산원 심사 절차 개선 등 필요"

어라, 집값 안 빠지네? 강남 한방에 16억↑…尹 재건축 딜레마
어라, 집값 안 빠지네? 강남 한방에 16억↑…尹 재건축 딜레마
분상제를 개선하려면 택지비 산정 기준부터 현실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택지비를 무리하게 억누르다보니 현재는 분상제 제도 취지와 달리 공급축소, 로또 분양 같은 부작용만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택지비는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산정하는데, 시세 반영비율을 높이거나 감정평가액을 기준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택지비가 현실화되면 분양가 상승으로 부동산 시장가격을 밀어올리는 효과가 있겠지만, 중장기적인 공급확대를 통해 가격이 안정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복잡한 가격 산정을 건드리지 않고, 절차의 간소화로 택지비를 정상화 하는 게 가능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기웅 한국주택협회 정책팀장은 "분상제는 택지비 평가를 최종적으로 부동산원이 하는 데 이를 지역자치단체 등 분양가 심의위원회에 맡기는 방식으로 간소화 하는 것만으로도 가격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분상제 지역의 택지비는 공동주택 분양가격의 산정 등에 관한 규칙(제10조제5항)에 따라 부동산원에서 최종 검토한다. 법 개정 없이 국토교통부 장관이 시행규칙을 고치는 것으로 택지비평가서 검토제도 개선이 가능하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분상제 지역은 주변이랑 5억원, 많게는 10억원까지도 가격 차이가 발생해 시세차익을 기대하는 가수요도 몰릴 수 밖에 없다"며 "분상제 지정 지역을 해제·변경해 일정 수준 시장자율성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남재건축 단숨에 16억 급등..집값 올리는 재건축 "무슨 소용?"
어라, 집값 안 빠지네? 강남 한방에 16억↑…尹 재건축 딜레마
재건축 규제완화 기대감 속에 강남 재건축을 시작으로 집값불안이 확산하는 조짐을 보이면서 윤석열 당선인이 '딜레마'에 빠져들고 있다. 오세훈 시장이 지난해 강력하게 추진했던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 금지법' 등을 조기에 시행하는 등 시장 안정화 대책이 '패키지'로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등에 따르면 인수위는 지난 25일 국토교통부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규제 정상화'와 함께 '집값 불안을 잡을 안정화 방안'도 함께 주문했다. 대선 이후에 재건축 규제 완화 기대감에 강남 아파트값이 상승세를 탄 게 인수위로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어서다.

실제 지난 28일 기준으로 한국부동산원의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0.00%를 기록했다. 지난 2월21일 하락전환한 뒤 5주 연속 내림세를 보였던 전국 아파트값이 대선 이후 처음으로 하락세를 멈춘 것이다. 특히 재건축 단지가 밀집한 강남4구의 경우 지난 1월17일 이후 두달여 만에 상승 전환했다.

강남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강남구 대치동 개포우성1차 전용 158.54㎡(2층)는 지난 19일 51억원에 실거래됐다. 직전 거래일인 2019년 10월 24일 34억5000만원 대비 16억5000만원이 단숨에 뛴 것이다. 이 아파트는 준공연도 1983년, 총 세대수 690가구다. 인근 대치동 은마아파트 84.42㎡는 지난 2월 실거래 가격이 25억5000만원이었는데 대선 이후 호가가 5000만원 올랐고, 개포동 경남1차 아파트 역시 50평대 호가가 대선 이후에 1억원 급등했다.

"강남 재건축 집값 올리려고 규제를 푸는 것이냐"는 비판이 들끓고 있는 가운데 인수위가 시장 안정화 방안을 패키지로 내놓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실거주 목적이 아니면 주택을 매수할 수 없도록 한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대폭 확대되고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금지 시점이 조합설립 이후가 아닌 안전진단 통과 직후로 확 당겨지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된다.

조합원 지위 양도금지 시점 조기화는 오세훈 시장이 지난해 재건축 사업 속도를 내면서 함께 제시했던 안정화 방안이었다.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강남 재건축 주민들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 국회에서 9개월여 동안 잠자고 있는 상황이다. 재건축발 집값 급등을 막지 못하면 첫 단추인 안전진단 규제 완화도 힘들어지는 만큼 조기에 대책을 내놓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야권의 정치권 관계자는 "인수위가 재건축 규제 완화와 함께 이 법안에 힘을 실어준다면 국회 재논의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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