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코로나19 유행이 본격화 된 2020년 초 국내 기업들은 앞다퉈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현재까지 24개의 치료제와 18개의 백신 후보가 현재까지 임상계획을 승인 받았거나 임상을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국산품목 무용론에 대한 지적도 고개를 들었다. 2년 넘게 지속된 유행 속 누적 감염자 1300만명, 백신 접종률 과반을 훌쩍 넘어선 만큼 개발에 성공해도 시장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분석에서다. 개발과정에서 시장성에 매력을 잃거나, 기술적 한계에 개발 포기를 선언한 기업들도 속속 등장하며 국산품목 경쟁력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실제로 앞서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성공한 해외사들은 그 이전부터 관련 품목과 기술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것이 코로나19 대응의 성공 요소로 작용했다. 국내 개발사들 역시 아직 성공한 품목(백신)은 없지만, 집중 투자한 자원에 단기간 내 많은 양의 기술과 개발 노하우를 축적한 것에 동의하고 있다.
국산백신을 개발 중인 업체 고위 관계자는 "일부 기업들이 개발 선언 과정에서 다소 기대감을 부풀린 것이 양날의 검으로 작용하고 있긴 하지만 국내사 대부분이 개발에 뛰어들 때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한 것이 아니다"며 "후발주자로서 시장에 먼저 나온 품목들을 통해 임상 과정에서 대조품목을 구하는 것이 용이하다는 장점을 활용해, 시장에 공개하지 않은 각 사별 특허기술이나 노하우들을 축적한 점은 국내업계에도 분명 의미있는 성과"라고 말했다.
상용화 품목은 치료제 1건에 불과하지만 성과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 국산 1호 백신이 유력한 SK바이오사이언스 품목의 경우 세계보건기구(WHO) 긴급사용목록 등록 절차에 돌입하며, 해외 수출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한발 앞서 대응에 나선 진단분야에서는 폭발적 수출 확대라는 가시적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무엇보다 기업들의 노력 속 정부 개발 지원 의지가 강해진 점이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소규모 바이오벤처에서 코로나19 백신 개발로 급성장한 미국 모더나의 경우 개발부터 공급까지 약 100억달러(약 12조1150억원)의 정부 지원금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지켜본 국내가 정부 지원의 중요성을 인식한 것은 적지 않은 성과라는 평가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후보 시절 백신과 치료제 주권 확보와 글로벌 백신허브 구축을 위해 현재 2조8000억원 규모의 정부 연구개발 지원 비용을 5조6000억원 수준으로 확대하겠다고 내세운 바 있다.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는 지난 29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바이오경제포럼에서 "미국의 경우 백신 기술별 성공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선정해 조단위로 지원했던 만큼, 국내도 다음 팬데믹을 준비하기 위해선 국가 차원 백신 개발과 투자를 주도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관계자는 "팬데믹을 계기로 세계적으로 감염병에 대한 백신과 치료제 개발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됐지만 성공에 도달한 국가는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감염병 초기부터 관련 기술을 갖고 있는 제약사에 막대한 지원을 통해 선도적으로 백신·치료제 개발에 성공, 전 세계에 공급하며 외교적 우위에 섰고 막대한 수익을 남겼다"며 "국내 역시 이미 개발된 제품들이 있더라도 자체 개발 성공 사례를 도출하고, 차후 발생할 수 있는 감염병에 신속히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재 기업들이 도전을 통해 얻어가는 개발 역량과 백신 선구매 지원, 임상환자 모집 지원 등 정부의 지원 정책들이 효과적으로 이뤄진다는 것은 중요한 자산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