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붙은 IPO시장, 활기 되찾을까…대어급 '원스토어·SK쉴더스' 출격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22.03.3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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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엔솔 영향으로 올해 역대급 공모금액 기록경신 기대감은 여전, 탄력 둔화에 양극화도 심화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신규 상장만 하면 '묻지마 따상'(공모가 2배 시초가에 상장 첫 날 상한가를 의미)을 찍는 등 모습은 이제 더 이상 나오기 힘들어졌다. 공모주 시장도 이제 코로나 확산 이전의 정상적인 수준으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IPO(기업공개) 담당 임원의 설명이다. 올 1분기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을 시작으로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역대급 공모기록이 세워질 것이라는 기대는 여전하지만 시장의 열기는 한층 차분해졌다는 평가다.



투자자들도 깐깐한 옥석 가리기에 나서면서 공모주 사이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곧 공모절차를 밟는 원스토어, SK쉴더스가 IPO시장 분위기 전환의 계기가 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1분기 들어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을 비롯해 코스피·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종목의 수는 26개사로 공모금액은 13조3949억원에 이른다. 1월 상장한 LG에너지솔루션 1개사의 공모규모만 12조7500억원을 기록한 영향이다. 그 외 25개사의 공모규모 합계는 6449억원, 평균 공모금액은 258억원이었다. 이미 올 1분기에만 지난해 전체 IPO시장 공모금액(20조8000억원)의 3분의 2 가량이 채워진 셈이다.



지난해 1분기에도 공모규모가 1조4917억원에 이르는 SK바이오사이언스를 비롯해 32개사(스팩포함)가 상장했지만 공모규모는 2조7991억원 수준이었다. 올해의 5분의 1 수준이다.

사실 2021년 1분기의 공모실적 역시 적은 수준은 아니다. 2019년 1분기에는 14개사가 신규상장하는 과정에서 공모금액 합계가 7970억원을 기록했고 2020년 1분기, 코로나19가 국내에 본격 확산하기 시작하던 시점에는 13개사에 공모금액 합계가 3172억원에 불과했었다.

그만큼 원래 1분기는 전통적인 비수기로 분류돼 왔다. 12월 결산사의 비중이 기형적일 정도로 많은 우리나라의 특성상 1분기는 전년도 재무제표가 아직 확정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1분기 결산이 끝난 이후인 4월, 즉 2분기나 돼서야 본격적으로 상장예비심사 청구와 증권신고서 제출 등이 잇따르곤 했다.


그럼에도 2월 이후 시장의 열기가 식은 데는 거시 환경의 변화가 주요 이유로 꼽힌다.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불안으로 원자재 가격이 안그래도 높아져 가던 상황에서 2월 하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은 불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주요국 금리인상 랠리가 이어지며 과거 2년, 코로나로 대폭 풀렸던 유동성이 위축되는 장세로 접어들며 상대적으로 위험시장으로 꼽히는 주식시장의 상승탄력도 대폭 둔화됐다.

유통시장에서의 불확실성 증대는 IPO시장과 같은 발행시장에도 바로 영향이 간다. 시장이 좋았을 때는 발행사들이 공격적인 밸류에이션에 기반한 공모가로 데뷔하더라도 상장 후 투자수요가 몰려 주가도 우상향 흐름을 탔지만 지금은 공모주 투자자가 상장 후 매도 기회를 얻지 못해 비자발적 장기투자자가 되는 경우도 종종 눈에 띄었다.

공모주 시장에서의 양극화도 두드러졌다. 공모가 책정을 위한 수요예측 과정에서 2023.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해 세아메카닉스(1813대 1) 비씨엔씨(1831대 1) 유일로보틱스(1756대 1) 지투파워(1730대 1) 등이 투자자들의 높은 관심을 받은 데 이어 일반투자자 수요예측에서도 최고 2686대 1에 달하는 경쟁률을 기록한 데 비해 낮은 경쟁률로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은 기업들도 종종 나왔다. 아예 공모단계에서 철회신고서를 낸 기업도 3곳이나 됐다.

2분기는 분위기가 다소 달라질 수 있을지 주목을 받는다. 지난 30일 거래소로부터 코스피 상장예비심사 승인을 받은 원스토어와 SK쉴더스 등 기업가치가 2조~4조원대에 이르는 대어급 종목들이 곧바로 공모절차에 착수, 상장을 서두르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증시 대기자금으로 풀이되는 투자자 예탁금은 최근일(3월29일) 기준으로 63조2000억원대로 지난해 5월 일일 기준 최고치였던 77조9000억원대에 비해 줄어든 수준이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이후 머니무브가 본격화되기 전이었던 2019년 일평균치(25조1500억원)의 2배를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 원스토어, SK쉴더스 등 시장 기대를 받던 종목들의 상장 추진이 올 초 가라앉았던 시장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지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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