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1000개 매장의 힘, 오프라인 역전할까

머니투데이 김은령 기자 2022.04.01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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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는 코로나19 팬데믹의 2년간 미국내 매출이 15% 늘었다. 2014년 더그 맥밀런 CEO(최고경영자) 취임 이후 진행한 디지털 전환 전략이 팬데믹 상황에서 빛을 발한 것이다. 월마트가 수년간 공들여 온 고객이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옴니 채널' 전략이 적중했다.

특히 견고한 매장 네트워크와 수많은 공급업체 관계로 팬데믹과 물류 차질로 인한 공급망 문제를 방어할 수 있었다. 미국 전역에 있는 4700여개 매장을 물류, 배송 거점으로 활용하면서다. 경쟁사인 아마존이 가지고 있지 않은 '오프라인 매장'을 강점으로 만들어냈다.



옴니채널의 성공은 디지털 역량 강화로 이어졌다. 월마트는 지난해 온라인플랫폼 판매자를 2만명 추가했고 판매품목수(SKU)는 1억7000만개에 달했다. 방대한 공급업체 네트워크를 통해 조달비용을 줄이고 제품 구색을 최적화할 수 있게 된 것. 더그 맥밀런 CEO는 "더 많은 고객, 더 많은 판매자, 더 많은 공급업체를 에코시스템으로 가져오면서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 전통 유통기업인 롯데그룹과 신세계 그룹도 월마트의 전략을 따라가고 있다. '한국의 아마존' 쿠팡과의 승부를 위해서다. 롯데와 신세계 등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은 최근 수년간 롯데온, SSG닷컴을 출범하며 디지털 전환의 중심점을 만들고 이베이코리아(지마켓글로벌), W컨셉, 중고나라 등을 인수하며 온라인 채널을 확장했다. 온라인에서 주문하면 매장에서 배송하는 매장 물류센터 시스템도 구축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이제 그룹 내 자산을 총동원해 시너지를 창출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1000여개의 대형마트, SSM(기업형슈퍼마켓) 매장과 수십년간 쌓아 온 고객 데이터, 제조 계열사 등 협력업체와 공들여 다져 놓은 디지털 채널까지 시너지를 만들어 내는 단계로 접어 들기도 했다. 온-오프라인 채널 공동마케팅과 제품 공동 소싱, 통합멤버십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신세계그룹은 18개 계열사가 총동원된 '랜더스데이' 와 '쓱데이' 등의 행사를 벌인다. 올 상반기부터는 지마켓글로벌도 함께 한다. 공동 쿠폰행사 등 프로모션과 마케팅으로 행사 효과를 극대화했다.

롯데쇼핑은 롯데온, 롯데마트, 롯데슈퍼가 제품을 공동 소싱하며 판매가를 낮추는 등 바잉파워를 극대화했다. 신세계그룹도 LG생활건강의 신제품을 이마트, G마켓, SSG닷컴 등 온-오프라인 채널에 단독 출시하며 상품 소싱력을 증명했다.

그러나 아직은 '점포'와 '디지털 전략'의 결합 성과가 뚜렷하지는 않다. 새로 인수한 계열사나 부서와 손발을 맞추는 것도 쉽지 않고 단기적인 시행착오가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매장을 리뉴얼하고 물류센터와 배송망을 확충하는 등 투자할 곳도 하나둘이 아니다. 반면 쿠팡은 지난해에도 54% 매출이 늘어나며 여전히 압도적인 성장률을 보여주고 있다. 온라인 시장에서의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전통의 유통 공룡들이 반격이 얼마 만큼 먹힐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무한 경쟁이 시작됐다는 것 만큼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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