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라인 1분만 멈춰도 수십억 손실…반도체 부족으로 인한 경제 전반 타격도 불가피 문제는 당장 쿨런트를 대체할 수단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과거엔 물에 에틸렌글리콜을 섞어 냉각수로 사용했지만 반도체 공정이 첨단화되면서 더욱 미세한 온도조절이 필요해졌다. 일반 냉각수의 열 유지성이 쿨런트에 미치지 못해 현재로선 반도체 공정의 95%가량이 쿨런트를 사용한다. 냉각수 종류에 따라 칠러(냉각기) 장비도 달라지는만큼, 칠러를 당장 교체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박재근 한양대 전자융합공학부 교수는 "물로 돌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최후의 보루"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공정이 멈췄을 때의 손실 정도는 정전 피해 규모로 추산해 볼 수 있다. 2018년 3월 삼성전자의 평택 반도체 생산라인이 변전소 이상으로 30분간 가동이 중단되면서 500억원의 피해가 발생했다. 2019년 마지막 날 화성 반도체 생산라인이 정전으로 1~2분간 멈췄을 때도 수십억 손실이 났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국내에만 대규모 반도체 라인을 각각 5곳과 2곳 갖고 있다. 미세 공정을 거치는 만큼 한번 중단시 생산 재개에도 길게는 수개월이 걸린다. 1초만 가동이 중단되도 만들던 웨이퍼를 전량 폐기해야한다.
국내 공급망 전무…기업·정부도 대안 '고심'쿨런트 공급난에 기업과 정부도 대책 마련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3M벨기에 외 대체 업체로부터 쿨런트를 확보하기 위해 급박하게 움직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공급망은 전무하다. 2005년쯤 쿨런트 국산화를 검토했지만 막대한 초기 투자비 등으로 채산성이 떨어진다는 판단 하에 대부분의 업체들이 엄두를 내지 못했다. 관련 기술이 부족한데다 화관법과 화평법 등 환경 관련 기업 규제가 엄격한 탓이다. 해외 의존도가 100%인 이유다. 특히 반도체용 쿨런트인 FC-3283과 FC-40이 관세 분류상 정확한 품목 분류가 되지않는 '기타세번'으로 분류되면서 정확한 수입 비중과 양을 파악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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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선 수입처 다변화가 유일한 대안이다. 3M외에 솔베이와 미국 화학기업인 듀폰, 중국 업체 두 곳 등이 유사한 쿨런트를 생산하고 있다. 다만 각 사 제품마다 화학 구성 요소가 다른만큼, 바로 설비에 적용하는 것은 어렵다. 사용 중인 칠러(냉각기)에 적합한지를 평가해야한다.
산업통상자원부도 국가 차원의 대책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개별 기업 구매팀을 만나 상황 파악을 위한 인터뷰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쿨런트 공급난과 관련, 반도체협회를 통해 국가차원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고 관련 대책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궁극적으로 쿨런트 국산화를 통해 공급망 안정화를 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초기 투자비 등을 지원해 기업들이 국내 생산에 나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환경 단체 설득 등 사회 동의를 이끌어내는 역할도 해야 한다고 봤다.
과거 일본 수출 규제 사태 당시 반도체 소재와 부품, 장비 국산화 움직임이 일어났지만, 당시 문제가 없었던 쿨런트는 대상이 되지 못했다. 박 교수는 "반도체 공정에 직접 사용하는 소부장 뿐만 아니라 그 부품에 들어가는 소재까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