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코스피 시장에서 영원무역 (40,100원 ▼600 -1.47%)은 전일대비 600원(1.27%) 오른 4만8000원에 마감했다. 영원무역은 이달 들어 12.5% 상승세를 기록했다. 한세실업 (15,250원 ▼550 -3.48%)과 약진통상을 인수한 제이에스코퍼레이션 (16,650원 ▼390 -2.29%)도 올해 들어 각각 21%, 23%대 상승세를 나타냈다.
영원무역·세아상역·한세실업 등 의류ODM(제조자 개발생산 방식) 업체는 과거 한국수출의 큰 축을 담당하던 굴뚝기업이다. 중국, 방글라데시, 베트남에 위치한 방직·봉제 공장에서 원단을 받아 현지에서 의류를 생산해 미국과 유럽 패션브랜드에 납품한다. 글로벌 패션산업 공급망의 중간 허리를 담당하는 의류벤더(Garment Vendor)로 불린다.
하지만 2년 뒤 상황은 반전했다. 미국과 유럽에서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의류 소매판매가 급증하는 시점, 베트남 등지에서 뒤늦게 코로나19가 확산된 때문이다.
공급망 위기가 발생하자 갑이던 빅 바이어들이 이제는 을에게 의류 공급을 간곡히 요청하는 상황이 됐다. 일방적 주문 취소로 '갑질'을 하던 빅 바이어들은 단가를 올려주면서까지 의류 공급을 사정하는 신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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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누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소매 의류 재고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창고가 텅 빈 상태"라며 "베트남 방역 완화로 생산 차질이 해소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달러 강세, 서구권 경기 회복 등 거시경제 환경은 의류 벤더사들에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방글라데시 공장 비율이 75%에 달하는 영원무역은 베트남의 셧다운 이후 반사익을 크게 얻었다. 밀려드는 주문에 4분기 수주만 60% 넘게 급증했다.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원재료비 부담이 커졌지만 이를 판매 가격에 전가시키면서 4분기 기준 역대 최고 영업이익률(20.4%)을 기록했다. 20%대 영업이익률은 패션 브랜드에도 쉽지 않은데 '얼굴없는 패션' ODM사가 해낸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계속되면서 올해 글로벌 의류 벤더업계에는 보기 드문 '슈퍼사이클'이 도래한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임박하며 미국·유럽 현지 빅 바이어의 공격적 의류 주문이 계속돼서다.
정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의류 벤더사들이 중소형 공장 셧다운과 인력 이탈, 도산 등으로 시장이 재편되면서 한국 업체들이 러브콜을 받고 있다"며 "세계 각국의 리오프닝이 임박한 가운데 의류 소비도 회복세를 이어가며 올해는 모처럼 유의미한 수주를 기대할 수있겠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