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동부지검 기업·노동범죄전담부(부장검사 최형원)는 지난 25일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사무실을 전격 압수수색하며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에 대한 수사를 공개로 전환했다.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은 2019년초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이 제기한 것으로 "산업부 국장이 한국전력공사 산하 발전공기업 4곳 사장 등 산하 공공기관장에게 사퇴를 종용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산업부 장관이었던 백운규 전 장관을 포함해 이인호 전 차관 등 산업부 전·현직 관료들이 수사 대상으로 오르내린다.
이번 의혹과 비슷한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기소된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이 최근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은 점이 산업부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다음달 1일에는 백 전 장관 등에 대한 항소심 선고도 예정돼 있다.
한 산업부 관계자는 "법 위반 여부나 검찰의 수사 방향에 대해 뭐라고 말을 할 수 있겠느냐"면서 "산업부나 담당자 개인이 이익을 취한 것이 없는데도 당장 옆에 있는 동료, 함께 일했던 직원들이 재판을 받는 것을 보면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산업부 뿐 아니라 세종 관가 전체가 이번 수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산업부에 대한 수사는 문재인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가속하면서 생긴 잡음인데, 정치적 책임은 외면한 채 실무자급만 처벌받으면 앞으로 누가 적극적으로 정부의 국정과제를 수행하겠냐는 우려 때문이다. 부처 산하 공공기관장을 둘러싼 '선배들'의 낙하산 자리 싸움의 결과가 왜 일선 공무원들의 형사 처벌로 이어져야 하느냐는 불만도 터져나온다.
세중 중앙부처의 한 국장급 공무원은 "원전 수사로 산업부 실무진까지 구속된 이후 공직사회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며 "청와대가 주도하는 국정과제라면 우선 최선을 다하는 예전의 분위기는 사라지고 업무 지시를 녹음까지 하는 일까지 생겼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