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야 나오는 코로나 감옥"…한달 사망 2550명 요양병원의 비명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2.03.30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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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스1사진=뉴스1


"죽어야 나올 수 있는 코로나 감옥이다", "현장은 지옥이다", " 사실상 노인들에 대해서는 손을 놓았다"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 요양시설 종사자들이 모였다. 오미크론 대유행 직격타를 맞은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서는 감염자는 물론 사망자가 속출한다. 고령층 코로나19 고위험군이 밀집한 시설 특성 탓이다. 환자를 돌볼 인력마저 부족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는 목소리가 현장에서 나온다.



"삽시간에 번지는 취약시설…죽어야 나온다"
30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이달 코로나19 사망자 중 요양병원·시설 비중은 32.7%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여 간 2550명 가량이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산된다.

요양병원·시설은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이 밀집한 특성 상 적절한 치료를 제때 못 받으면 사망할 가능성이 일반 확진자 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양병원·시설은 일반 병원보다 치료역량도 떨어진다.



시설 내부에 독립된 격리 공간도 없어 확진자가 나오면 삽시간에 번진다. 때문에 집단감염이 일상이다. 경기도 한 요양병원 관계자는 "확진자가 한번 발생하면 시설 내부 인원 열중 아홉은 걸린다고 보면 된다"며 "사실상 무방비 상태로 오미크론 쓰나미를 맞고있는셈"이라고 말했다.

확진 후 상태가 악화돼도 병원 전원 후 빠른 치료를 받기도 어렵다. 노동훈 대한요양병원협회 홍보위원장은 "요양병원에 입소한 후 확진 판정을 받고 코로나19 전담병원에 가게 되면 환자 파악을 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손쓸 시간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전담병원으로 이송됐다면 운이 좋은 경우다. 전담병원 병상 구하는 것 자체가 어렵다.

이러다 보니 별다른 손을 못쓴채 어느날 갑자기 부모의 임종을 통보받는 사례가 나온다. 요양원에 부모를 모신 가족모임 온라인 카페에는 "확진소식을 문자로 통보받은 뒤 아무런 연락이 없다가 4일만에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전문의가 없는 재활병원으로 전원됐는데 호흡기에만 의존하시다 돌아가신다" 등 사연이 올라왔다.


"방역완화 후폭풍이 취약계층 덮쳤다"
요양병원이 코로나19의 직격타를 맞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0년 12월에는 아예 요양병원과 시설의 집단감염이 당시 유행을 주도했다. 전체 사망자 가운데 40% 가량이 요양병원·시설에서 나왔다.

사망자가 급증하고 나서야 방역당국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30일 중대본은 정례 브리핑을 통해 "요양병원, 요양시설에서 코로나 확진자 및 사망자가 많이 발생한다"며 "요양병원·시설 등 코로나19 고위험군 시설에 대한 관리를 강화한다"고 밝혔다. 중환자 병상 배정을 핫라인을 통해 신속히 실시하고, 먹는 치료제도 최우선으로 처방한다는 방침이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특히 의료 인력이 부족한 요양시설의 경우에는 경증이라도 65세 이상 기저질환자는 병원으로 이송해 입원치료를 하도록 배정원칙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양=뉴시스] 백동현 기자 = 코로나19 사망자가 293명으로 집계된 15일 오전 경기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에서 유족들이 운구하고 있다. 서울시가 코로나19 등으로 사망자가 크게 늘자 지난 11일부터 서울시립승화원과 서울추모공원의 하루 화장 건수를 최대 2배까지 확대해 운영하고 있지만 수도권 지역의 화장장이 여전히 포화상태를 보이고 있다. 2022.03.15.[고양=뉴시스] 백동현 기자 = 코로나19 사망자가 293명으로 집계된 15일 오전 경기 고양시 서울시립승화원에서 유족들이 운구하고 있다. 서울시가 코로나19 등으로 사망자가 크게 늘자 지난 11일부터 서울시립승화원과 서울추모공원의 하루 화장 건수를 최대 2배까지 확대해 운영하고 있지만 수도권 지역의 화장장이 여전히 포화상태를 보이고 있다. 2022.03.15.
정부의 연이은 방역완화 조치에 따른 감염 확산이 결국 취약계층이 밀집한 요양병원·시설을 덮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기 지역 한 요양원관계자는 "방역당국이 사실상 노인들에 대해서는 손을 놓은 것으로 보인다"며 "방역 완화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사람들은 노인 같은 사회적 약자"라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는 또다시 거리두기 추가 완화에 무게를 둔 상태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전일 "오미크론의 낮은 치명률을 고려할 때 방역을 계속 강화할 필요성이 떨어지고, 오히려 사회·경제적 문제가 커지는 문제도 함께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1월 17일부터 이달까지 총 네 차례 거리두기 조치를 완화했다. '사적모임제한 4인, 영업시간 제한 9시' 였던 거리두기는 네번의 조정을 거치며 현재 '8인·11시'가 됐다.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방역 정책이었다. 유행의 정점이 어딘지도 모른 상태에서 연이어 나온 방역 완화 정책을 타고 확진자 수는 매주 두배로 불었다. 그 사이 의료계에서는 "도박에 가까운 정책"이라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나왔지만 정부는 낙관적 확진자 예측치를 제시했고 이는 매번 틀렸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직 오미크론발 유행이 진정됐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진정 단계에 확실히 진입하고 (거리두기 조치 등을)변경하는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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