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욱 프록시헬스케어 대표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벤처 육성 프로그램은 전 부처로 확대됐고, 창업 관련 총 예산은 1조원을 훌쩍 넘었다. 유니콘, 데카콘 등의 신조어가 일상적으로 쓰이고, 한국 기업의 외국 상장 또는 인수합병 등의 뉴스는 더이상 놀랍지 않은 소식이 됐으며, 서점에는 창업 및 경영과 관련된 서적으로 넘쳐난다. 2000년 제1 벤처붐 당시 6만여개였던 신설법인은 2020년 제2벤처 붐을 맞이해 12만개 이상으로 증가하며 창업 생태계가 2배 이상 성장했다.
창업자가 겪는 고통은 상당하다. 차별화된 기술을 확보한 경우로 한정해도 마찬가지다. 제품 개발기에는 시제품 성능 규명 및 초기 특허 포트폴리오 구축, 외주협력사 발굴, 소비자 제품 선호도 분석을 해야한다. 제품 생산기에는 대량생산 시스템 구축과 품질관리, 원가관리를, 제품 출시 시기에는 소비자 및 기업간의 협상과 마케팅 등을 챙겨야한다. 무엇보다도 어려운 것은 고급인재 영입과 이들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재무적 여건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같이 간단히 추려 보아도 그 어려움의 강도는 변함이 없다.
우리는 이런 현실을 직접적으로 조망하기 보다는 창업에 대한 긍정적인 분위기 조성에만 너무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봐야 한다. 검증되지 않는 비즈니스 모델과 새로운 솔루션을 증명하기 위해 도전하는 창업자들에게는 재무적 투자 환경 개선 뿐만 아니라 정신건강 관리 또한 중요하다. 얼마전 세상을 등진 김정주 의장의 사례는 그 성장 단계를 불문하고 창업자들의 정신건강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려주는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벤처캐피탈에서도 이러한 움직임이 조금씩 관찰되고 있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가 피투자사들을 대상으로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시작한 게 대표적이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거창하지 않아도 된다. 주변에 창업자가 있다면 그들의 고충을 조심스레 들어주는 작은 실천부터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누구보다 강한 정신력을 가진 민족이며, 서로 돕는 농경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국가다. 이제 창업자들을 위한 정신건강 품앗이가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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