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은 역시 미국? 웃음찾은 서학개미, 한숨쉬는 동학개미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22.03.29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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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주식에 투자한 서학개미들이 다시 웃음을 되찾았다. 미국 기준금리 인상에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주요기업들의 주가가 곤두박질치면서 손실이 크게 발생했는데, 시장이 안정을 찾으면서 'V'자 형태의 반등이 나오며 계좌가 다시 수익권에 들어갔다. 한국증시에 올인한 동학개미들은 여전히 한숨만 나온다. 연초대비 20~30% 이상 하락한 종목이 수두룩하고 외국인 공매도도 갈수록 기승이다.

2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올해 미국 다우존스 지수는 지난 연말 3만6338.30에서 2월하순 3만3131.76로 하락한 후 현재(현지시간 3월25일) 3만4861.24로 반등했다. 같은 기간 나스닥 지수는 1만5644.97 →1만2581.22(3월중순)→1만4169.30 으로 움직였다.



연말대비 다우존스 지수는 4.1% 낮고 나스닥지수는 9.4% 하락한 수치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는 각각 8.3%, 9.6% 내렸다. 수치만 놓고 보면 한국이나 미국이나 큰 차이는 없어 보이지만 개인 투자자들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겨울과 봄 차이 만큼이나 크다.

서학개미들이 주로 투자하는 애플, 구글, 아마존, 테슬라, 엔비디아 등의 기술주도 올해 롤러코스터를 탔지만 현재 주가는 연말 수준을 거의 회복한 상태다. 연말-현재 주가(소수점 반올림, 달러기준)는 △애플 177, 175 △구글 2897, 2833 △아마존 3334, 3295 △테슬라 1057, 1011 △엔비디아 294, 277 등이다. 이 밖에 마이크로소프트나 인텔의 흐름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반면 한국증시를 대표하는 기업(3월25일 원화기준)들은 △삼성전자 (78,100원 ▼1,500 -1.88%) 7만8600, 6만9800 △네이버 37만8500, 33만3000 △삼성바이오로직스 (736,000원 ▼1,000 -0.14%) 89만2432, 81만9000 △삼성SDI (381,000원 ▼2,500 -0.65%) 65만5000, 54만1000 등이다. 10% 하락은 선방, 20% 하락은 평균인데 30%씩 하락한 종목도 상당하다. 동학개미들이 더욱 속상하게 느끼는 것은 같은 업종, 같은 사업구조를 지닌 기업들의 주가가 딴판으로 움직인다는 점이다.

한 개인 투자자는 "미국의 경우 낙폭도 한국보다 크지 않았지만 저점을 찍은 후 IT(정보통신)는 물론 제조업 기업들도 주가가 상당폭 올랐다"며 "이에 반해 한국은 차기정부 정책과 관련한 수혜주만 반짝 급등했을 뿐, 전반적인 반등폭도 작았고 움직임 자체가 달랐다"고 지적했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미국의 대표적인 정유기업 셰브론은 연일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며 "반면 SK이노베이션 (108,800원 ▼3,100 -2.77%)이나 S-OIL 같은 국내 기업들의 주가는 그렇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셰브론은 지난 연말 116달러였는데 최근에는 170달러 전후에서 거래되고 있다. S-OIL은 연말 8만5700원에서 현재 9만7000원 안팎을 기록하고 있지만 SK이노베이션은 23만8500원에서 21만원대로 주가가 내렸다.

국내기업들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약한 것은 한국 특유의 디스카운트 요인이 작용했기 때문이란 지적이다. 2020~2021년에는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대거 유입되면서 주가가 크게 오르는 원동력이 됐다. 특히 이 기간 공매도 거래가 중단됐기 때문에 시장에 힘이 실렸다. 그러나 공매도 거래가 풀린 뒤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외국인을 중심으로 무차별 공매도가 이뤄지면서 반등폭이 제한됐고 이런 수급요인이 한미 증시 차별화의 큰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다.


호텔신라 (56,100원 ▲300 +0.54%)의 경우 올 들어 2320만주가 거래됐는데 이 가운데 20%가 넘는 475만여주가 공매도였다. SK아이이테크, 포스코케미칼 (263,500원 ▼9,500 -3.48%), 넷마블 (56,000원 ▲100 +0.18%), 아모레퍼시픽 (185,000원 ▼1,600 -0.86%), 롯데쇼핑 (64,000원 ▼800 -1.23%), 메리츠증권 (6,100원 ▼200 -3.17%), 삼성바이오로직스 (736,000원 ▼1,000 -0.14%), 카카오뱅크 (21,250원 ▼350 -1.62%) 등도 공매도 거래가 많았던 기업들이다.

호텔체인으로 미국증시에 상장돼 있는 힐튼 그랜드 베이케이션즈의 경우 지난해 1월말 주가가 28달러 수준이었는데 현재는 52달러로 오른 상태다. 코로나19(COVID-19)에서 벗어나면서 여행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입은 것인데 올 들어서도 주가가 견조한 흐름을 보이는 중이다.

반면 호텔신라의 경우 지난해 초 8만3000원에서 6월 10만원선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이후 공매도 공세가 거세지면서 현재 8만원 전후로 다시 밀려난 상태다. 1월 말에는 7만원 밑으로 내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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