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로 문빈&산하, 사진제공=판타지오
단적으로 지난 14일부터 16일까지 컴백한 보이그룹 4팀이 섹시 콘셉트를 내세웠다. 이쯤 되면 최근 섹시란 수식은 보이그룹이 주도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면 걸그룹에게는 섹시란 설명구가 다소 요원해졌다. 위클리, 브레이브걸스, (여자)아이들, 레드벨벳 등 이달에 컴백한 걸그룹 중 어느팀에게도 소속사는 '섹시'라는 수식을 하지 않았다. 7~10년 전 만해도 걸그룹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섹시가 시대의 흐름 앞에 보이그룹 앞으로 안착한 것이다.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세계관을 포용한 앨범 콘셉트를 한 가지 이미지로 단정할 수 없을 뿐더러, 걸그룹과 보이그룹 사이에 정형화 된 틀마저 허물어진 지 오래다. 마마무가 2016년 '넌 is 뭔들'로 음악방송 첫 1위를 했을 때, 그들은 청순이나 섹시로 양분되지 않은 '개그'나 '익살' 콘셉트로 대중의 사랑을 이끌어냈다. 이듬해 샤이니 태민이 '무브'(MOVE)로 젠더리스한 섹시 콘셉트를 선보였을 때는, 걸그룹과 보이그룹 할 것 없이 모두 열풍처럼 커버하곤 했다. 이 두 팀이 지금의 변화를 주도했다고는 볼 수 없지만, 이 때를 계기로 조금씩 고정된 경계가 허물어진 것은 맞다.
사진출처=(여자)아이들 '톰보이' M/V 스틸
한 가요 관계자는 "성인지 감수성이 높아지면서 섹시 콘셉트에 대한 위험 요소가 많아졌다. 신인 걸그룹의 경우 10대 멤버들이 많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며 "크러시한 콘셉트의 경우 이러한 위험 요소를 배제하면서도 글로벌 팬들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진다. K-팝의 인기 요인은 파워풀한 퍼포먼스인데 이를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게 크러시한 콘셉트다. 특히 청순 콘셉트의 경우는 아시아권에선 잘 먹히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에선 그렇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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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2PM '해야 해' M/V 스틸
젠더리스가 시대의 변화를 이끌면서 보이그룹도 걸그룹의 전유물이던 섹시 콘셉트를 자연스럽게 흡수했다. 태민처럼 과감한 접근은 아니더라도 퍼포먼스에 있어 파워나 카리스마가 깃든 남성성만 강조하지 않고, 몸을 쓸어내리거나 웨이브를 타고 몸매 윤곽이 드러나는 의상을 입는 식으로 소화하고 있다. 섹시함을 운반한 2PM의 '우리집'이 알고리즘을 타고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온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시대의 변화 앞에 더욱 다양성을 품게 된 K-팝. 글로벌 음악 시장의 메인스트림으로 올라서게 된 건 이러한 시대 흐름을 잘 읽어냈기 때문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