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DGIST·KIST 잇단 홀딩스 설립...공동기술지주는 어쩌나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2.03.24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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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관 경영 부담 및 내부 유관 조직과의 역할 중복 등 풀어야할 문제 산적

(왼쪽 上부터 시계방향)대구경북과학기술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로고(왼쪽 上부터 시계방향)대구경북과학기술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로고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이 기술사업화 전문 투자기관이자 기술지주회사인 'DGIST 홀딩스' 설립에 나섰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도 'KIST 홀딩스' 설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곧 마무리 짓고 사업을 본격화한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이하 원자력연)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도 홀딩스 설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홀딩스의 흑자전환과 카이스트홀딩스 출범 등이 자극제가 됐다는 분석이다. 국가 주요 R&D 기관들이 잇따라 홀딩스 설립에 나서면서 공공기술이전·사업화 시장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미끼 투자' 피해 막을 '홀딩스 안전망' 구축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DGIST는 최근 홀딩스 설립을 위해 대구, 울산, 경북 등 영남권 기업들을 대상으로 투자금 유치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DGIST가 홀딩스 설립에 나선 것은 기술이전·사업화를 촉진하고 교내 기술창업 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DGIST 산학협력단 관계자는 "교수나 학생들이 어렵게 연구한 기술로 창업을 하면 일부 VC(벤처캐피털)들이 소액의 '미끼 투자'로 접근해 지분을 뺏고 창업자 뜻을 무시한 채 다른 기업에 처분하는 등 적잖은 피해를 입는 경우가 간혹 생긴다"며 "교내 창업기업들이 어느 정도 성숙 단계에 이를 때까지 안전망을 구축하자는 판단으로 홀딩스를 만들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DGIST 홀딩스는 교내 기술창업 기업들이 스케일업할 수 있도록 직간접 투자, 기술 고도화 등 액셀러레이터 역할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위 관계자는 "내부 연구조직을 기반으로 기술이전뿐 아니라 고도화된 기술·시장환경 분석 등 액셀러레이터 기능도 더해 외부 VC 보다 더 빠른 성장을 이뤄낼 것"이라며 " 홀딩스를 통해 얻은 수익금은 교내 교수·학생창업의 마중물로 활용할 계획이다"고 했다. 2004년 국책연구기관으로 출범한 DGIST는 미래자동차, 지능형로봇, 에너지, 신물질, 바이오, 뇌공학 등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지녔다.



KIST 홀딩스 설립 초읽기…원자력·생명연도 가세할 듯
KIST는 이미 홀딩스 설립을 위한 연구용역을 지난해 10월부터 실시해 현재 이사회 최종 통과만 남은 상태다. 초기 설립자금은 200억원 가량 될 것으로 보인다. KIST 홀딩스 설립은 윤석진 원장의 의중이 담긴 사업이다. 지난해 역대 처음으로 창업학교 '그랜드케이'(GRaND-K)를 성공적으로 치룬 KIST는 홀딩스를 통해 기술사업화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복안이다.

DGIST와 KIST 외에 원자력연과 생명연도 홀딩스 설립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원자력연은 최근 콜마B&H의 지분을 매각해 988억원의 수입을 거둔 바 있다. 이 자금을 홀딩스 설립 및 투자금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콜마B&H는 원자력연이 2004년 기술출자 방식으로 설립한 연구소기업이다.

생명연은 BT(바이오기술)에 특화된 창업보육센터인 바이오벤처센터를 운영하며 연구원 창업기업, 생명연 출신 기업 등 총 16개사를 코스닥에 상장시켰다. 생명연을 통해 기술을 사업화하거나 창업보육 지원을 받은 기업이 지금까지 총 1248곳에 이르는 만큼 홀딩스를 통한 출자수익 확보와 바이오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대 비상장기업) 배출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홀딩스 설립, '창업 촉진' vs '기관 리스크' 확대 두 가지 시선
홀딩스 설립이 기술 창업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지만 자칫 기관 경영에 리스크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수젠텍·신테카바이오·진시스템 등 3개 연구소기업을 상장시키고 출자수익 152억원을 기록한 ETRI 홀딩스의 경우 출범 후 10년간은 자본잠식 상태였다가 최근 2년 간 극적인 흑자전환을 이뤘다. 이런 점에서 기관의 경영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홀딩스 설립 취지대로 투자 대상을 '원내 기술로 창업한 기업'으로 국한할 경우, 수익성 악화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한 전문가는 "ETRI 홀딩스도 최근 투자범위를 외부로 넓혀 다른 공공기관 창업기업에 투자하기 시작했다"면서 "1년에 창업 건수가 많아야 10개 안팎인 출연연일 경우, 외부 투자도 함께 겸하지 않으면 수지타산을 맞추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기존 기관 내부에 기술이전·사업화 및 창업 지원 등을 맡아온 조직과도 일부 역할이 겹쳐 중복 행정이란 지적도 있다.

한편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이 공동출자한 '한국과학기술지주'와 4대 과학기술원이 함께 세운 '미래과학기술지주'의 입지는 앞으로 쪼그라들 가능성이 커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측은 "기관들이 홀딩스 설립에 적극 나서는 분위기로 당초 공동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한 취지가 희석되고 사업 간 충돌이 일어나고 있는 게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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