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번의 대유행 직전엔 항상 방역 실책…코로나 2년 이젠 지쳤다

머니투데이 이창섭 기자, 안정준 기자 2022.03.2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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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코로나 1000만 시대]②"말 해도 안 듣는 정부, 마이동풍… 컨트롤 타워의 잘못"

편집자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후 누적 확진자 수가 1000만명을 넘어선다. 지난해 이맘때 백신이 도입될 때까지만 해도 감염병 국면이 곧 종식될 것으로 기대했지만, 1년이 지난 지금 최악의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변이에 변이를 거듭한 바이러스 탓도 있지만 방역의 고비마다 반복된 아쉬운 정책 선택으로 확산의 규모를 줄이지 못한 영향이 분명했다. 이제 정점이 어딘지 모른 채 최대한 많이 감염돼 유행이 멈추기를 기다려야 하는 '집단 면역'의 길로 사실상 들어선 상태다. 그 사이 사망자가 급증해 '화장 대란'이 빚어지고 재택치료자들의 감기약 품귀 현상이 나타난다. 원치않은 길로 접어든 '1000만 확진' K-방역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여섯번의 대유행 직전엔 항상 방역 실책…코로나 2년 이젠 지쳤다


2020년 1월 20일 국내 코로나19(COVID-19)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여섯 번의 대규모 유행이 있었다. 대규모 유행에는 직전엔 예외없이 정부의 방역 조정이 있었다. 유행 때마다 확진자가 급증하고 사망자가 속출했지만 정부는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

여섯 번의 실패에서도 정부는 배우지 못했다. 자영업자·소상공인 피해 등 경제적 이유도 고려했다고 하지만 23일까지 누적 확진자 1000만명이 확실시된다. 코로나19 사망자는 1만3000명이 넘는다. 과학을 무시한 방역 완화 조치에 의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제 지쳤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신천지 집단감염부터 오미크론 대유행까지
2020년 1월 무증상 입국자와 지역 내 n차 전파 관리 등에서 노출된 허점은 곧바로 신천지 교회 집단 감염으로 비화했다. 2차 대규모 유행은 8월 임시공휴일 지정과 외식·여행 쿠폰 지급 등 정부 소비 진작 정책에서 촉발됐다. 여기에 사랑제일교회 대규모 도심 집회가 더해져 유행이 악화했다.

한 차례 유행을 버틴 정부는 10월부터 다시 거리두기를 완화하고 외식·여행 쿠폰 지급을 재개했다. 그러다 11월 대유행이 터졌고 그해 12월 처음으로 일일 확진자 1000명대를 기록했다.



2021년에 백신이 도입되고 본격적으로 접종률이 오르자 정부는 그해 6월부터 또다시 거리두기를 완화했다. 접종률 70%만 넘으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이 근거였다. 그러나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함께 7월부터 확진자가 급증하며 4차 대유행을 맞았다.

하반기 유행 규모가 1000~2000명 사이에서 정체 현상을 보이자 정부는 단계적 일상회복, 일명 '위드코로나'를 추진한다. 아직 방역 완화는 섣부르며 중환자 관리 준비가 필요하다는 의료계 우려가 있었지만 정부는 끝내 방역을 풀었다. 확진자가 폭증하고 병상 가동률이 80%에 육박하는 등 의료체계 붕괴 직전까지 가서야 단계적 일상회복은 잠정 중단됐다.

올해 초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되자 정부는 풍토병 관리 체계로의 이행을 준비했다. 오미크론 치명률이 독감 수준(0.1%)이며 의료체계가 유행 규모를 감당할 수 있다는 게 근거였다. 정부는 지난달 중순부터 한 달 동안 거리두기를 세 번 완화하고 방역패스까지 해제했다. 지난 17일 62만1281명이 감염되는 등 유행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이제 23일 누적 확진자 1000만명을 바라보고 있다.


"말 해도 안 듣는 정부, 마이동풍… 컨트롤 타워의 잘못"
여섯번의 대유행 직전엔 항상 방역 실책…코로나 2년 이젠 지쳤다
의료 전문가들은 정부 방역 정책이 국민 소통·과학적 근거 등에서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일일 확진자 수 등 단기적 지표만 고려해 방역을 조이고 풀기를 반복하면서 신뢰를 잃었다는 것이다. 정부에 말해도 듣지 않는데 전문가 조언이 필요하냐는 체념 섞인 하소연도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부 방역의 문제는 장기적인 대응 전략이 부재했다는 것"이라며 "단기적인 전략에 매몰돼 있었다. 대표적으로 70%만 백신 접종하면 집단면역으로 갈 수 있다는 메시지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 말 한마디 한마디가 신뢰를 잃었다. 도저히 방역 정책에 대한 믿음이 안 간다"며 "전문가 말을 정부가 듣지 않고 바뀌지 않는다. 마이동풍(馬耳東風)이라 할 이야기도 없다"고 지적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 가장 위에 있는 컨트롤 타워가 정말 잘못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장이나 보건복지부 장관이 몰라서 이러는 게 아니다"라며 "컨트롤 타워의 누군가가 방역을 좌지우지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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