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의 실패에서도 정부는 배우지 못했다. 자영업자·소상공인 피해 등 경제적 이유도 고려했다고 하지만 23일까지 누적 확진자 1000만명이 확실시된다. 코로나19 사망자는 1만3000명이 넘는다. 과학을 무시한 방역 완화 조치에 의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제 지쳤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한 차례 유행을 버틴 정부는 10월부터 다시 거리두기를 완화하고 외식·여행 쿠폰 지급을 재개했다. 그러다 11월 대유행이 터졌고 그해 12월 처음으로 일일 확진자 1000명대를 기록했다.
하반기 유행 규모가 1000~2000명 사이에서 정체 현상을 보이자 정부는 단계적 일상회복, 일명 '위드코로나'를 추진한다. 아직 방역 완화는 섣부르며 중환자 관리 준비가 필요하다는 의료계 우려가 있었지만 정부는 끝내 방역을 풀었다. 확진자가 폭증하고 병상 가동률이 80%에 육박하는 등 의료체계 붕괴 직전까지 가서야 단계적 일상회복은 잠정 중단됐다.
올해 초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되자 정부는 풍토병 관리 체계로의 이행을 준비했다. 오미크론 치명률이 독감 수준(0.1%)이며 의료체계가 유행 규모를 감당할 수 있다는 게 근거였다. 정부는 지난달 중순부터 한 달 동안 거리두기를 세 번 완화하고 방역패스까지 해제했다. 지난 17일 62만1281명이 감염되는 등 유행 규모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고 이제 23일 누적 확진자 1000만명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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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해도 안 듣는 정부, 마이동풍… 컨트롤 타워의 잘못"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정부 방역의 문제는 장기적인 대응 전략이 부재했다는 것"이라며 "단기적인 전략에 매몰돼 있었다. 대표적으로 70%만 백신 접종하면 집단면역으로 갈 수 있다는 메시지가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 말 한마디 한마디가 신뢰를 잃었다. 도저히 방역 정책에 대한 믿음이 안 간다"며 "전문가 말을 정부가 듣지 않고 바뀌지 않는다. 마이동풍(馬耳東風)이라 할 이야기도 없다"고 지적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정부 가장 위에 있는 컨트롤 타워가 정말 잘못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장이나 보건복지부 장관이 몰라서 이러는 게 아니다"라며 "컨트롤 타워의 누군가가 방역을 좌지우지하는 것 아니겠나"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