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지원 연구팀 일 냈다…'100년 가설' 빛으로 고체성질 제어 성공

머니투데이 오문영 기자 2022.03.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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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텍 물리학과 이길호 교수(왼쪽), 조길영 교수./사진제공=삼성전자포스텍 물리학과 이길호 교수(왼쪽), 조길영 교수./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이 지원한 포스텍 물리학과 이길호 교수·조길영 교수 연구팀이 빛으로 고체 물질의 양자 성질을 다양하게 제어하고 측정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관련 논문은 16일(영국 현지시간) 최상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그래핀 조셉슨 접합 내의 안정적인 플로켓-안드레예프 상태'다.

100년전 가설 증명…빛으로 양자 성질 바꾼 채 '25시간 지속'
과학계에서는 아주 작은 크기의 고체 물질의 경우 열이나 압력 등 기존 방식 외에도 빛을 쬐어주면 양자 성질이 바뀐 '플로켓 상태'가 될 수 있다는 가설이 1900년대 중반부터 제안됐다. 오랫동안 이론적으로만 예측되던 플로켓 상태는 2013년에 처음으로 관찰됐고 이 후에도 몇 건의 사례가 보고됐다.



이길호 교수 연구팀은 '그래핀-조셉슨 접합 소자'(두 개의 초전도체 사이에 그래핀을 접합시킨 소자)에 기존의 적외선 대신 마이크로파를 서서히 쬐어 플로켓 상태를 장시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빛의 세기가 기존 대비 1조분의 1 수준으로 매우 약해 열 발생이 현저히 줄었고, 플로켓 상태는 25시간 이상 지속되었다.

그동안 구현된 플로켓 상태는 250펨토초(1펨토초는 1000조분의 1초) 수준의 지극히 짧은 순간만 지속됐다. 플로켓 상태를 구현하기 위해 양자 고체 물질에 가해주는 에너지가 매우 커 강한 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연구팀은 '그래핀-조셉슨 접합 소자'에 가해지는 빛의 세기, 파장 등에 따라 달라지는 플로켓 상태의 특징을 정량적으로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플로켓 연구는 신소재, 양자기술 분야에서 활용도가 높다. 지속적으로 성과를 낼 경우 향후에는 빛을 쪼임으로써 '위상물질'(기존 반도체 기반 정보 소자의 한계를 극복할 차세대 양자 물질)을 발현시킬 수 있는 등 성과를 낼 수 있다.

이길호·조길영 교수는 "이번 연구는 플로켓 상태가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플로켓 상태를 상세하게 연구할 수 있게 된 것에 의미가 있다"면서 "향후 편광 등 빛의 특성과 플로켓 상태 사이의 상관 관계를 밝히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 말했다.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사진=김창현 기자 chmt@
5년째 삼성 지원…2020년에도 '네이처' 게재 성과
이길호 교수 연구팀의 연구 성과 뒤에는 삼성의 지원이 있다. 이번 연구는 2017년 6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과제로 선정돼 5년째 지원을 받고 있다.

또 이길호 교수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지원으로 초고감도 마이크로파 검출기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 경험이 있다. 관련 성과는 차세대 양자정보기술 상용화를 위한 원천 연구로 인정받아 2020년 10월 '네이처'지에 게재됐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우리나라의 미래를 책임지는 과학 기술 육성을 목표로 2013년부터 1조5000억원을 출연해 시행하고 있는 연구 지원 공익 사업이다. 지금까지 총 706건의 연구과제에 9237억원의 연구비가 지원됐고, 지원을 받은 연구진은 약 1만4000명에 달한다.

지원 과제로 선정되면 최대 5년간 많게는 수십억원의 연구비를 지원받게 된다. 지난해 지원된 연구비는 자유공모 49건 804억7000만원, 지정테마 12건 152억1000만원 등 956억8000만원이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지원을 통해 국제학술지에 2600건의 논문이 게재되는 성과가 창출됐다. 특히 사이언스(9건), 네이처(8건), 셀(1건) 등 최상위 국제학술지에 소개된 논문도 450건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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