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당진시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내 고로 주상에서 한 직원이 1500도에 달하는 뜨거운 열기를 이겨내며 쇳물 출선작업(철광석과 석탄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쇳물은 제강, 압연 등의 공정을 거쳐 자동차용 강판, 조선 및 건설용 후판으로 생산돼 대한민국 산업의 기초가 된다.
21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4월 유통향 열연과 냉연 가격을 각각 톤당 10만원 인상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제철도 유통향 열연·냉연 가격을 비슷한 수준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현재 열연 유통가격은 톤당 133만원 수준으로 이미 지난해 최고 가격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러시아에 대한 제재로 러시아산 원료탄 사용을 막으면서 전 세계적으로 파급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의 제철용 원료탄 수출량은 호주, 미국, 캐나다에 이어 세계 4위 수준이다. 2020년 기준 전 세계 수출량의 9%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철강업계의 원료탄 수입 중 러시아산의 비중은 약 16%로 호주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러시아산 대신 호주산 원료탄 수요가 늘면서 가격이 치솟는 상황이다.
특히 러시아 사태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유럽의 경우 원자재 및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현지 철강 생산이 감소하며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국내 업체의 수출 기회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유럽 아르셀로미탈은 열연 가격을 2주 전 대비 300유로 인상된 톤당 1450유로(약 194만원)까지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의 열연 유통 가격은 사상 최대치인 1500~1700유로까지 거래되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다.
다만, 철강 가격이 잇따라 인상되면서 조선·완성차·가전 등 제조업계는 원가 부담이 늘었다. 철강업계와 완성차 및 조선업계 간의 가격 협상이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철강업계는 상반기 국내 자동차강판 가격협상에서 톤당 20~30만원대 인상을 요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경우 최근 일본제철과 도요타 자동차가 상반기 자동차용 철강재 단가를 20만엔 인상해 국내철강업계도 비슷한 수준의 인상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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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 관계자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료탄 가격이 비싸지면서 유럽, 미국, 중국 등의 철강재 가격도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며 "상반기 자동차 강판과 조선용 후판 가격 인상도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