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안 샀나…반토막 '홍콩ETF' 몰려간 개미들, 유의점은?[부꾸미]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방진주 PD 2022.03.22 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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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ETF(상장지수펀드)도 직구 열풍입니다. 최근 국내 투자자들이 홍콩 증시에 상장한 ETF 매수를 크게 늘렸는데요.

홍콩 증시의 급락을 '줍줍' 기회로 활용한 것인데 반등은 가능할지, 유의할 점은 무엇인지 점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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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안 샀나…반토막 '홍콩ETF' 몰려간 개미들, 유의점은?[부꾸미]


홍콩 ETF 직구…저가 매력에 '줍줍'
2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3월14~18일) 간 국내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 주식은 '항셍 차이나 엔터프라이즈 인덱스 ETF'(HANG SENG CHINA ENTERPRISES INDEX ETF)입니다. 이 기간 1억7400만달러(2100억원)를 순매수했는데요. 그 동안 서학개미들의 인기 종목이었던 △테슬라(1억4500만달러) △애플(1억1400만달러) △TQQQ(5950만달러) △아마존(2690만달러) 등 보다 더 많이 사들인 거죠.



주가를 보면 이유를 대략 짐작할 수 있습니다. 지난 18일 기준 주가가 74.72홍콩달러인데, 1년 전이던 지난해 2월 123.75홍콩달러보다 거의 반토막 난 상태거든요. 주가가 워낙 많이 떨어지다보니 '줍줍'기회로 판단하고 저가매수에 나선 겁니다.

나만 안 샀나…반토막 '홍콩ETF' 몰려간 개미들, 유의점은?[부꾸미]
우선 항셍 차이나 엔터프라이즈 인덱스 ETF의 개요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이름이 기니까 이제부턴 '홍콩H ETF'라고 하겠습니다.

홍콩H ETF는 '항셍 차이나 엔터프라이즈' 지수를 기초 자산으로 합니다. 영어 약자를 따서 HSCEI 혹은 홍콩H 지수라고도 하고요. 홍콩 증시에 상장한 기업 중 우량한 '중국 본토 기업' 50개로 구성된 대표 지수 중 하나입니다.


2003년12월 홍콩거래소에 상장했고요. 현재 순자산총액은 4조1000억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ETF인 'KODEX 200'의 순자산총액이 4조9000억원이니까 상당한 규모라고 할 수 있죠. 운용사는 항셍 인베스트먼트, 연간 수수료는 0.65%, 배당수익률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2.1%입니다.

주요 구성종목을 보면 중국 대표 IT(정보기술) 기업들이 많습니다. 지난 17일 기준으로 비중이 가장 큰 종목은 알리바바(8.52%)고요. 이어서 △중국건설은행(8.2%) △메이투안(7.86%) △텐센트(7.85%) △중국핑안보험(4.71%) △중국공상은행(4.54%) △차이나 모바일(4.25%) △샤오미(3.28%) 순입니다.

홍콩 증시 급락 원인은?
비중 상위 종목을 보면 이 ETF가 왜 이렇게 떨어졌는 지 알 수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중국 정부가 빅테크 규제를 본격화하면서 알리바바, 메이투안, 텐센트 같은 IT 기업들의 주가가 크게 흔들렸는데요. 홍콩H 지수의 주요 구성 종목이 이런 기업들이다보니 지난해부터 주가가 계속 흘러내렸던 거죠.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도 원인으로 꼽히는데요. 홍콩 주식 시장 투자금의 22%가 유럽계 자금인데, 유럽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면서 유럽계 자금이 빠져나갔고 그 결과로 홍콩 증시가 크게 흔들렸다는 겁니다.

이밖에 중국 경기 침체 우려와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한 할인율 상승, 중국 내 코로나19 재확산 같은 요인들도 최근 홍콩 증시를 뒤흔드는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워낙 낙폭이 크다보니 증권가에서도 지금이 저가 매수 기회라는 분석을 내 놓습니다. 하지만 강한 반등 보다는 당분간 변동성이 지속될 수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인데요.

최원석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홍콩H 지수는 역사적 최저 밸류에이션까지 떨어지면서 가격 매력이 부각된다"며 "하지만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하기 때문에 아직은 기다려야 할 때"라고 분석했습니다.

박인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완화, 중국의 반독점법 최종안 발표 등 불확실성이 해소되면 주가는 반등을 보일 수 있다"며 "이 기회를 활용해 홍콩 주식시장의 비중을 줄이길 권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유의해야 할 점 몇 가지
국내 증시가 아닌 홍콩 증시에 상장한 상품이라는 점 때문에 유의해야 할 것도 몇 가지 있습니다.

대표적인 게 최소주문단위가 있다는 건데요. 국내 증시는 1주 단위로 주문이 가능하지만 홍콩 증시는 100주, 200주 등으로 종목별로 주문 단위가 정해져 있습니다.

홍콩H ETF의 경우 주문단위는 200주입니다. 매수 혹은 매도 주문을 할 때는 200주, 400주, 600주 등 200주 단위로 주문을 해야 한다는 거죠. 현재 홍콩H ETF의 가격이 약 75홍콩달러니까 최소 1만5000홍콩달러(230만원)가 있어야 주문을 할 수 있다는 건데요. 거액 투자자라면 큰 상관 없겠지만 소액으로 투자하는 분들은 부담이 되는 가격이죠.

또 하나 유의해야 할 점은 환율인데요. 홍콩H ETF는 홍콩거래소에 상장된 상품이기 때문에 원화를 홍콩달러로 환전해서 투자해야 합니다. 이때 홍콩달러 변동에 따른 환차익 혹은 환손실을 볼 수 있는데요.

홍콩달러는 '달러 페그제'라는 고정 환율 제도로 운영됩니다. 미국 달러 가치와 연동하도록 하는 건데요. 그래서 원/달러 환율과 원/홍콩달러 환율은 거의 비슷하게 움직입니다. 원/달러 환율이 거의 1000~1200원 사이에서 움직이듯이 원/홍콩달러도 역사적으로 130~160원 범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현재 원/홍콩달러는 약 155원으로 거의 고점 부근인데요. 환율이 그 동안 범위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원/홍콩달러 환율은 앞으로 오를 확률보다 떨어질 확률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환율이 하락하면 그만큼 손해를 보는데요. 예를들어 원/홍콩달러 환율이 최근 10년 평균인 145원까지 떨어질 경우 지금보다 6.5% 정도 하락하게 됩니다. 그러면 홍콩H ETF에 투자해서 10% 수익이 나더라도 실제 수익률은 3.5% 밖에 안되는 거죠.

국내 상장한 '홍콩H ETF'는?
나만 안 샀나…반토막 '홍콩ETF' 몰려간 개미들, 유의점은?[부꾸미]
이런 환율 변동을 회피하기 위해선 환헤지 상품을 이용하는 것도 한 방법인데요. 국내 증시에는 홍콩H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환헤지 ETF가 상장돼 있습니다.

'KBSTAR 차이나HSCEI(H)'는 홍콩H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ETF고요. 'KODEX 차이나H레버리지(H)'는 같은 방향으로 2배, 'KBSTAR 차이나H선물인버스(H)'는 반대 방향으로 1배 만큼 움직이는 상품입니다.

'KODEX 차이나H'나 'TIGER 차이나HSCEI'도 홍콩H 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상품이긴 하지만 환율 변동에 노출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셔야 합니다.

왜 굳이 직구할까…결국은 세금 문제?

마지막으로 세금 문제가 있는데요. 국내에도 홍콩H 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있지만 굳이 홍콩 증시에 상장된 ETF에 투자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해외 거래소에 상장한 ETF에 투자하면 분배금(배당금)에 대해서는 15.4%의 배당소득세가 부과되고요. 시세차익에 대해서는 250만원을 공제하고 22%의 양도소득세가 부과됩니다. 시세차익은 연간으로 계산하고 손익통산도 허용해서 내가 보유한 해외 주식의 이익과 손실을 모두 반영하죠.

그런데 국내 증시에 상장한 해외 ETF는 시세차익에 대해 무조건 15.4%로 원천징수 합니다. 세율은 좀 더 낮지만 기본공제가 없고 손익통산도 허용하지 않아서 해외주식 많이 하시는 분들 입장에서는 좀 불리할 수 있죠.

또 국내 증시에 상장한 해외 ETF로 연 2000만원 이상 수익이 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돼서 누진세를 적용받습니다. 수익을 많이 낼수록 더 높은 세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고수익을 노리는 투자자라면 아무래도 국내보단 홍콩 증시에 상장한 ETF에 직접 투자하는 방법을 더 선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홍콩H 지수의 하락을 투자 기회로 생각하시는 분들이라면 세금이나 환율, 펀더멘털, 매크로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투자 결정을 하시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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