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전쟁통에도 美 3배 레버리지 간 큰 베팅

머니투데이 구경민 기자 2022.03.21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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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 전쟁통에도 美 3배 레버리지 간 큰 베팅


"역사적으로 미국 증시는 우상향해 왔어요. 10년 이상 장기 투자할 생각이기 때문에 하락하든, 상승하든 상관없이 꾸준히 사들일 겁니다."

"애플 같은 전세계 최고 기업들만 모아놨는데 당연히 베팅해야죠. 사건 사고터지는 한국 주식보다 안전하다고 생각됩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인플레이션 등으로 변동성 장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일명 서학개미들은 지수 상승에 강하게 베팅하는 3배 레버리지 ETF(상장지수펀드)를 대거 사들이고 있다.

소액으로 여러 종목에 투자할 수 있어 위험 분산이 가능하면서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이 결국 저가 매수의 기회일 수 있다는 학습효과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2~3배 레버리지 ETF는 투기성이 강하다는 점에서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8일까지 한달간 서학개미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해외주식 2위에 'PROSHARES ULTRAPRO QQQ' ETF가 올랐다. 서학개미들은 한달간 12억8644만달러(한화 1조5617억원)를 사들였다. 연초이후로 놓고보면 36억8105만달러(4조4687억원)을 매수했다. 이 ETF는 나스닥 100지수 수익률의 3배를 노리는데, 지난 한 해만 83%의 성과를 올렸다.

3위에는 미국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를 3배 추종하는 대표적인 반도체 ETF인 'DIREXION DAILY SEMICONDUCTOR BULL 3X SHS'(SOXL)가 차지했다. 서학개미들은 최근 한달간 8억8290만달러(한화 1조733억원)를 사들였다. 이 ETF는 최근 5년간 730% 올랐다. 같은 기간 S&P500 지수가 82%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높은 상승세다.

50위까지 시야를 넓혀보면 나스닥100지수의 일일 성과 2배를 추종하는 'ProShares Ultra QQQ ETF', 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알파벳) 등 기술주에 투자하는 3배 레버리지 상품 'MicroSectors FANG+ Index 3X Leveraged ETN'도 순위권에 들었다.


서학개미의 레버리지 ETF 비중 확대는 러시아-우크라이나발 변동장세에도 결국 주식 시장이 상승할 것이라는 학습효과에 기반한 것으로 분석된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들어 금리인상 우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인플레이션 등 불확실성 요소로 미국 증시가 하락하면서 저가 매수의 기회로 노린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3배 레버리지 ETF 투자자들은 거치식으로 큰 금액을 투자하는 게 아니라 분할매수로 사모으는 경향이 있다"면서 "때문에 시장이 조정을 받으면 추가로 더 사들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서학개미들이 지수 상승의 2~3배를 추종하는 '투기성' 상품을 적극적으로 사들이고 있다는 점은 주의가 요구된다.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는 레버리지형 상품 투자를 주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레버리지 ETF의 경우 변동성이 커질수록 변동성 자체에 의한 누적수익률 하락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변동성 장세가 길어 질수록 레버리지 ETF 장기 투자는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해인 대신증권 연구원은 "장기적으로 나스닥 지수에 투자하려는 입장에서 미국 증시의 하락은 기회로 보일 수도 있다"면서 "다만 1%에 가까운 수수료와 횡보장의 손실 가능성을 고려하면 리스크 대비 수익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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