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선물로 스벅 기프티콘 잔뜩…"지방인은 처치곤란입니다"

머니투데이 이창명 기자 2022.03.2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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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대한민국 균형발전의 적 '디바이어던(Diviathan)' 2편(下)

편집자주 전 국토의 11.8%에 불과한 수도권에 절반 이상의 인구가 몰려있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다.수도권은 치열한 경쟁에 시달리고 비수도권은 지방소멸 위기에 직면했다. 국가의 균형발전을 막고 있는 장애물로 일자리와 교육, 의료, 문화 등이 꼽힌다. 우리나라를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나누는(Divide) 괴물(Leviathan)과 같은 존재들을 '디바이어던(Diviathan·Divide+Leviathan)'으로 규정하고 연속으로 짚어본다.

MZ세대 '삶의 질' 척도 스타벅스.."지방선 기프티콘 못써요"
생일선물로 스벅 기프티콘 잔뜩…"지방인은 처치곤란입니다"


"생일 때마다 스타벅스 기프티콘이 많이 들어옵니다. 하지만 제가 사는 지역엔 스타벅스가 없습니다."

자신을 지방에 살고 있다고 소개한 여성이 어느 커뮤니티에 남긴 하소연이다. 실제로 지방에 사는 젊은층 가운데선 이 같은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스타벅스는 서울 등 대도시 도심 지역에선 건물마다 들어서 있을 정도로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지방에선 여전히 20~30분 차를 타고 가야 겨우 찾을 수 있을 정도로 지역별 접근성의 차이가 크다.



특히 MZ세대(1980~2000년대생)는 스타벅스 접근성이 곧 삶의 수준과 밀접하다고 받아들이는 경향을 보여 더욱 예민하다. 전문가들도 스타벅스가 젊은 세대의 라이프 스타일을 가늠하는 주요한 판단 기준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본다. 선거를 앞둔 정치인이 신혼부부에게 "우리가 뭘 해드리면 되겠느냐"고 물으면 공공시설보단 "스타벅스 좀 들여와 달라"는 대답이 나올 정도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에선 누구나 스타벅스라는 공간이 주는 세련됨이나 편리함 등을 가까이 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크다"며 "스타벅스는 이제 트렌드를 이끄는 라이프 스타일의 상징이고, 이걸 누리느냐 누리지 못하느냐의 차이는 젊은 세대에겐 크게 다가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젊은층이 자주 이용하는 모바일 선물하기 서비스에서 가장 많이 주고 받는 아이템도 스타벅스 모바일 쿠폰 교환권이다. 카카오 (36,650원 ▼100 -0.27%)의 지난해 모바일 쿠폰 교환권 거래액은 약 3조원 정도로 추정된다. 업계에선 약 8000여개 교환권 파트너사 가운데 스타벅스의 거래량과 거래액이 가장 많다고 보고 있다.

스타벅스 매장/사진=뉴시스스타벅스 매장/사진=뉴시스
하지만 수도권 대도시 광역권이 아니면 스타벅스 교환권 선물을 받아도 이용이 쉽지 않다. 17일 기준 전국 1660개 스타벅스 매장 가운데 572개가 서울에 자리하고 있다. 경기도(383개)와 인천(67개)을 합친 수도권 매장 수는 1022개이다. 스타벅스 전체 매장 3곳 중 1곳이 수도권에 있는 셈이다.

가장 매장 수가 적은 곳은 전남(25개)이고, 이중 10개 매장은 드라이브스루(DT) 지점으로 도심이나 주거밀집지역보단 대로변에 위치해 있다. 특히 DT 매장은 지역 주민보단 여행객이나 관광객 등을 겨냥한 입지에 들어서 서울(18개)보다 서울 외곽(323개)에 훨씬 더 많다. 결국 지방에 거주하는 이들이 생활권 안에서 쉽게 접근 가능한 스타벅스 매장은 더욱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스타벅스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선보이기 시작한 배달서비스 딜리버스도 서울과 인천, 경기 등 수도권과 부산 일부 지역에서만 이용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접근이 불편한 지방에서 딜리버스에 대한 요구가 빗발치지만 스타벅스 측은 앞으로도 서비스 지역 확대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매장수는 기본적으로 유동 인구를 중심으로 늘려가고 있고, DT매장의 경우에는 유동인구가 없는 상권에서도 차량을 이용해 방문하는 수요를 창출할 수 있다고 보고 매장을 늘리고 있다"며 "반면 딜리버스는 서비스 초기 단계이고, 수도권에서도 일부 지역에서만 이용이 가능한 수준이어서 당분간 서비스 지역을 확대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앱으로 청소도 세탁도 한다고?..지방에선 '먼나라 이야기'
/사진제공=청소연구소 블로그/사진제공=청소연구소 블로그
"한 번도 안 써본 사람은 없어도, 한 번만 써 본 사람은 없다."

최근 홈클리닝이나 비대면 세탁 서비스를 이용 후기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높은 서비스 만족도 덕분에 가파르게 이용자 수가 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혁신 생활서비스 스타트업들의 서비스도 지방에선 '먼나라 이야기'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2017년 1월부터 홈클리닝 서비스 청소연구소를 운영하는 생활연구소는 올 초까지 5년간 총 100만여가구에서 343만여건의 홈클리닝 서비스를 진행했다. 등록된 청소매니저 수도 5만4000명에 달할 정도로 빠르게 사업 규모가 커지고 있다.



덕분에 6대 광역시까지 서비스를 넓히는 등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청소연구소에 대한 만족도가 입소문을 타고 지방 수요가 늘고 있지만 대도시권을 벗어난 서비스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청소연구소 관계자는 "지방에서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인력이 꾸준히 공급만 된다면 청소연구소는 어느 지역이든 서비스를 할 수 있다"며 "하지만 대도시를 벗어난 지역에서 청소매니저를 원활하게 구하기가 쉽지 않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생일선물로 스벅 기프티콘 잔뜩…"지방인은 처치곤란입니다"
비대면 세탁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의식주컴퍼니의 런드리고와 워시스왓의 세탁특공대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가파르게 성장하긴 마찬가지다. 비대면 세탁서비스는 이용자가 현관 앞에 내놓은 세탁물을 새벽에 수거해간 뒤 세탁 후 당일 바로 배송해준다. 이용자가 세탁소를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되는 편리함 덕분에 젊은세대를 중심으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세탁특공대의 지난해 월평균 세탁물량은 30여만점으로 전년 대비 2배에 가까운 성장을 기록했고, 런드리고 서비스도 매달 이용자 가구가 10~20% 씩 늘어나는 추세다. 월 평균 이용 가구수는 6만여 가구에 달한다. 세탁특공대는 서울과 경기권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고, 런드리고도 서울 전역과 신도시를 중심으로 서비스 지역을 넓혀가고 있다. 하지만 비대면 세탁서비스를 찾는 수요가 지방에서도 늘고 있는데도 당분간 서비스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런드리고 관계자는 "비대면 세탁의 핵심은 새벽에 세탁물을 수거해간 뒤 세탁을 대량으로 소화하기 위한 대형 세탁공장이 핵심"이라며 "그만큼 일정 수준 이상의 수요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아직 수도권이나 대도시를 벗어나 서비스를 하기엔 이르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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