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이 이렇다보니 '쿠세권'(쿠팡의 주요 서비스 지역)이라는 말까지 등장했다. 스타벅스·편의점과 가까운 지역을 말하는 '스세권', '편세권'도 같은 맥락이다. 누군가에게 익숙한 서비스들이 지방 사람들에겐 먼 나라 이야기다. 생활에 밀접한 서비스일수록 소외지역의 불편은 커진다. 국토의 불균형 발전이 가져온 지역 간 생활서비스 격차의 현주소다.
새벽배송 가능지역은 수도권과 광역시에 집중됐다. 서울은 모든 지역에서 새벽배송을 이용할 수 있다. 경기는 지자체 31개 중 21개에서 서비스 중이다. 경기의 동부권과 남부권은 새벽배송이 불가능하다. 인천은 강화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새벽배송을 받을 수 있다. 수도권 전체적으로 봤을 때 지자체 66개 중 55개(83.3%)에서 새벽배송이 가능하다. 전국 평균의 약 2배다.
수도권과 광역시를 제외한 곳은 소외지역이다. 강원과 전남은 새벽배송이 가능한 지역이 한 곳도 없다. 충북(청주)과 전북(전주)은 새벽배송 가능지역이 한 곳밖에 없다. 충남에선 아산과 천안에서만 부분적으로 새벽배송을 받을 수 있다. 경북에선 경산·구미·김천·칠곡, 경남에선 김해·양산·창원이 가능하다. 대부분 광역시와 인접한 곳이다. 경부고속도로 라인과도 겹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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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쿠팡은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고 있는 편이다. 반면 마켓컬리의 새벽배송인 샛별배송은 수도권과 충청권 일부, 대구, 부산, 울산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한다. 마켓컬리 관계자는 "샛별배송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신세계그룹 온라인 통합몰 브랜드인 SSG닷컴의 새벽배송도 수도권과 충청권 일부 지역에서만 받을 수 있다.
감염병 상황과 맞물려 비대면 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생활서비스의 지역 간 격차는 더 큰 불편을 야기한다. 일부 선진국의 경우 인구구조 변화로 지역에서 신선한 제품을 살 수 없는 '식품 사막'(Food Desert) 현상을 겪기도 했다. 한국에선 수도권 집중으로 생활서비스 전체적인 격차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준석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년들이 계속 수도권이나 대도시로 이동하면서 지방 중소도시가 축소되고 있다"며 "청년들 입장에선 생활서비스와 문화 등 누릴 수 있는 게 없다보니 중소도시를 기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역별 생활서비스 격차는 다른 영역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스타트업들을 중심으로 홈클리닝, 비대면 세탁서비스, 재능공유 플랫폼 등 다양한 혁신서비스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서비스 지역은 수도권과 지방의 일부 대도시로 한정된다. '스세권'으로 불리는 스타벅스 매장도 1660개 매장 중 수도권에만 1022개(61.6%)가 몰려 있다. 유명 프랜차이즈의 커피 쿠폰을 선물로 받아도 일부 지역에선 쓸 곳이 많지 않다.
차미숙 국토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급격한 경제성장 과정을 거치면서 불편이 곧 불행하다는 사회인식에 따라 생활서비스가 열악한 지방에 사는 걸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새벽배송 등 새로운 생활서비스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선 민간기업과 협업·지원을 통해 취약지역에 대한 서비스 전달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