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라고 써 놨는데…평화협상 중 마리우풀 대피소 폭격한 러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박가영 기자 2022.03.17 1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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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침공] 어린이 포함 1000여명 있는 대피소 폭격

[마리우폴=AP/뉴시스] 16일(현지시간) 도네츠크인민공화국 민병대 행정위원회가 공개한 사진에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극장이 포격으로 훼손된 모습이 보인다. 마리우폴 관리들은 러시아군이 수백 명의 사람이 대피한 이 극장을 폭격했다고 말해 대규모 인명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2022.03.17.[마리우폴=AP/뉴시스] 16일(현지시간) 도네츠크인민공화국 민병대 행정위원회가 공개한 사진에 우크라이나 마리우폴의 극장이 포격으로 훼손된 모습이 보인다. 마리우폴 관리들은 러시아군이 수백 명의 사람이 대피한 이 극장을 폭격했다고 말해 대규모 인명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2022.03.17.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15개 항목으로 구성된 잠정적 평화 협정안을 마련한 것과 별개로,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주요 도시에 대한 대대적인 공격을 이어갔다.

16일(현지시간) AP통신,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날 시민 대피소로 사용되던 남부 마리우폴 시내 극장이 러시아군의 폭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공격으로 극장 건물이 쪼개져 무너졌고, 극장 지하에 대피해 있던 시민 수백 명이 거처를 잃었다. 당시 극장 안에는 어린이, 노인을 포함한 시민 약 1000명이 대피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위성 영상업체 막사 테크놀로지에 따르면 지난 14일 촬영된 위성사진에는 극장 건물 벽면에 러시아어로 "어린이들"이라는 단어가 페인트로 크게 써진 모습이 포착됐다. 러시아군이 어린이들이 있다는 표시에도 불구하고 공격을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



마리우폴 당국은 시민 다수가 폐허에 매몰됐다고 밝혔으며, 정확한 사상자 수는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트위터에서 "마리우폴에서 또 다시 끔찍한 전쟁 범죄가 자행되고 있다"며 "러시아군의 대규모 공습과 폭격이 진행 중이다"라고 규탄했다.

하지만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마리우폴에서 극장 등을 폭격한 적 없다며 부인했다.


마리우폴은 러시아 침공 이후 계속되는 폭격으로 이미 건물은 처참하게 무너지고 도시는 폐허가 된 상태다.

AP통신에 따르면 도로는 여기저기 파헤쳐지고 항구는 막혔다. 음식은 동이 났고 전기와 물도 거의 끊겼다.

사람들은 눈을 녹여가며 겨우 물을 마시고 있으며, 가구 조각을 태워서 얼어붙는 추위에 손을 녹이고 남은 음식들을 요리한다. 당국은 지금까지 폭격으로 인한 마리우폴의 사망자수가 2500여명이라고 집계했지만, 실제 사망자수는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 키이우에서도 주택가에 대한 공격이 이어졌다.

대통령궁에서 불과 2.5㎞ 떨어진 주택가에 포탄이 떨어졌으며, 키이우 중심가 12층짜리 아파트에서도 포탄 파편으로 인해 불길이 치솟았다.

북부 체르니히우 시내에선 빵 배급을 위해 줄 서 있던 시민 10명이 포탄에 맞아 사망했다고 우크라이나 대검찰청이 전했다.

키이우에서 서쪽으로 300㎞ 가량 떨어진 북서부 리브네 지역 군사시설에도 공격이 있었다.

리브네 지역 루슬란 세르페니노우 사니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러시아군이 이 지역 군사시설에 미사일 공격을 자행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공습으로 인한 희생자는 현재까지 없다고 덧붙였다.

리브네 지역 군사 관리국도 이후 사니 군사 기반 시설 중 한 곳이 공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비탈리 코발 리브네 군사관리국장은 "사니 지역 군사 시설 한 곳이 미사일 공격을 받은 것으로 보고됐다"며 "사망자는 없으며, 현재 (우크라이나군이) 통제 중"이라고 설명했다.

남동부 에네르호다르에서 자포리자로 향하던 대피 차량 70여대는 이동 중 포격을 받았다. 사망자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어린이 1명을 포함한 5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
(브뤼셀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이 1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나토 본부에서 열린 나토·러시아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C) AFP=뉴스1  (브뤼셀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이 12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나토 본부에서 열린 나토·러시아위원회 회의를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C) AFP=뉴스1
한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이날 나토 동부 지역에 대한 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다만 우크라이나 영공에 대한 비행금지구역은 선포하지 않고, 병력도 배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AP통신에 따르면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개최한 국방장관 임시회의 브리핑에서 "우리는 육상에서 동맹의 동부 지역에 더 많은 병력과 더 높은 준비 태세를 갖추고, 더 많은 장비와 보급품을 배치해야 한다"며 "공중에서는 더 많은 연합 공군과 통합 공중 및 미사일 방어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상에서도 "항모 공격단, 잠수함과 상당한 수의 전투함이 지속적으로 배치될 것"이라며 "나토는 더 자주, 더 많은 수의 전투함을 훈련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스톨텐버그 총장은 나토 지도자들이 이같은 방안에 대해 오는 6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주요 정상회의에서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나토는 2014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크림반도를 강제 병합한 후 동쪽에 병력을 배치하기 시작했지만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발트해와 폴란드에 교대로 배치된 병력은 5000여 명에 불과했다.

스톨텐버그에 따르면 현재 유럽에만 미군 10만명이 주둔 중이며 나토군 수십만명이 경계 태세를 취하고 있다. 병력 4만 명은 나토의 직접 지휘 하에 있고 이들 대다수가 동유럽 회원국에 배치돼 해·공군 지원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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