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업계 "위메이드도 '위믹스 유동화=매출' 무리수 판단한 듯"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2022.03.18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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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성남시 위메이드 본사 모습. 2022.1.22 뉴스1  경기도 성남시 위메이드 본사 모습. 2022.1.22 뉴스1


"위메이드도 위믹스 판매액을 매출로 잡는 게 무리수라는 것을 충분히 알았을 여지가 있다."

위메이드가 자체 발행 가상자산인 '위믹스'를 판매한 금액을 매출로 잡았다가 선수수익으로 정정한 데 대한 회계법인 업계의 반응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9일 위메이드 (45,950원 ▼2,050 -4.27%)는 지난해 4분기 연결재무제표 기준 매출이 3524억원, 한 해 누적 매출이 5607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655.9%, 344.1% 증가한 것으로 잠정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4분기 및 한 해 영업이익도 2540억원, 3258억원으로 각각 전년도(2020년) 4분기 및 한 해 적자(-32억원, -128억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그러다 이달 16일 매출은 지난해 4분기 1290억원, 한 해 누계 3273억원으로 집계됐다는 내용의 정정공시가 나왔다. 영업이익도 흑자전환한 사실은 맞지만 규모가 4분기 291억원, 한 해 1009억원으로 당초 공시규모에 비해 훨씬 줄었다.

위메이드는 "2월9일 최초 공시 이후 외부감사 과정에서 위믹스 유동화 등에 대한 회계처리 방법이 변경돼 이를 재무제표에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가 재화나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돈을 받고 제공할 때 이를 매출수익으로 인식하고 여기서 매출원가, 판매비 및 관리비 등 비용을 제외해서 이익을 계산한다.

그런데 위믹스라는 가상자산을 판매한 대금을 '매출수익'으로 잡았다가 이를 부채성격의 '선수수익'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위메이드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대폭 감소한 것이다.

매출수익으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고객으로부터의 대금 수령 외에도 △재화·용역의 제공을 통한 회사 측 수행의무 완료라는 두 가지 행위가 모두 종료돼야 한다.


선수수익은 미리 고객으로부터 돈을 받음으로써 현금이 유입됐음에도 이에 대응하는 회사 측의 수행의무가 종료되지 않았을 때 장부에 기록하는 항목이다.

즉 위메이드가 위믹스를 유동화(판매)해서 돈을 받았지만 위메이드가 추가적으로 서비스를 이행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이를 매출수익이 아닌 선수수익으로 잡아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회사 측은 "실적 발표 당시 대형 회계법인의 자문과 오랜 기간 검토를 통해 위믹스 유동화를 매출로 인식해야 한다고 판단했으나 사업보고서 제출을 앞둔 시점에 회계법인으로부터 이를 선수수익으로 회계처리를 해야 한다는 최종 의견을 받았다"고 했다.

위메이드의 감사인은 삼정KPMG이지만 이번 결정은 삼정이 단독으로 내린 게 아니다. 삼정을 비롯해 삼일·한영·안진 등 소위 빅4 회계법인에서 감사품질 감독을 담당하는 심리실 관계자들의 모임인 '빅4 심리실 협의체'에서 결정했다.

즉 삼정의 감사팀이 위믹스 회계처리를 어떻게 해야할지를 두고 삼정의 심리실에 검토를 의뢰했고 삼정 심리실이 이를 다시 빅4 회계법인의 회의체에 가져가서 판단을 받았다는 얘기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위믹스가 실제로 사람들 사이에서 거래가 되고 있기에 자산성이 인정되는, 즉 자산으로서 통용되고 있다"며 "이를 감안하면 위메이드가 최초 터무니 없이 회계처리를 했다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가상자산의 회계처리에 대해 IFRS(국제회계기준) 기준서에 아무런 규정이 없다보니 생긴 사례"라며 "위메이드가 선수수익으로 반영했다고 하더라도 추후 위믹스 사용자들에 대한 의무가 완료됐다고 판단되는 시점에 매출수익으로 인식될 수 있다"고 했다.

또 "위메이드도 현 시점에서 위믹스 유동화 대금을 매출수익으로 보는 게 무리수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실제 회사와 감사인 사이에 회계처리 방식을 두고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경우 국내 회계기준 관련 최고 권위의 협의체인 IFRS 질의회신 연석회의에 상정해서 다퉜을테지만 그렇게까지 하지 않은 것에서도 이를 짐작할 수 있다"고 봤다.

회계기준원 관계자도 "회계란 (기업과 고객간) 권리·의무 관계를 재무제표에 명확히 표시하는 방식일 뿐 회계가 권리·의무의 내용을 결정하는 게 아니다"라며 "자동차 제조사가 돈을 받고 차를 고객에게 인도하는 것처럼 제조업에서의 법적 관계는 명확하기 때문에 이를 수익이나 자산, 부채로 인식하는데 가상자산 발행과 관련해서는 이같은 권리·의무가 명확치 않다"고 설명했다.

또 "코인 보유자 입장에서는 보유 목적에 따라 재고자산이나 무형자산으로 판단하고 이를 인식·측정·공시하면 된다"며 "발행자 입장에서는 코인을 발행한 시점에 전체 이행의무가 끝났다고 볼 것인지, 의무가 여전히 남아있다고 봐야할지가 명확해져야 고객으로부터 받은 돈을 수익으로 잡을지, 부채로 잡을지 결정할 수 있다"고 했다.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법적인 성격이 통일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발생한 해프닝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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