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금융지주 'AC' 공식 출범...VC업계 초기투자 판 키운다

머니투데이 김태현 기자 2022.03.17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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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지주 'AC' 공식 출범...VC업계 초기투자 판 키운다


풍부한 유동성으로 스타트업 투자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자 벤처캐피탈(VC) 업계가 창업 3년 미만 초기기업까지 투자영역을 발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유망 스타트업을 조기에 선점해 벤처펀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어느 정도 성장 궤도에 오른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하던 대형 VC들조차 초기투자 전담조직을 신설하는가 하면 아예 액셀러레이터(AC)를 설립해 보육사업까지 펼치는 사례도 늘고 있다.



17일 한국금융지주는 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의 공식 출범을 선언했다. 한국액셀러레이터는 사업 개시 창업 3년 미만의 초기기업을 발굴해 시드 투자 및 창업 보육을 실행하게 된다. 이미 지난 15일 150억원 규모의 '한투 바른동행 셰르파 제1호 펀드'도 결성했다.

이번 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 설립은 한국금융지주의 초기투자 의지를 보여준다. 한국금융지주는 그동안 VC 계열사인 한국투자파트너스를 통해 벤처투자를 진행해왔다. 그러나 한국투자파트너스의 경우 AC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시리즈A 이상 투자에 집중돼있다. 초기투자를 위해서는 전문 계열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이 같은 흐름은 다른 VC에서도 나타난다. KB인베스트먼트는 올해 1월 'KB파운더스클럽'(이하 KBFC)을 신설했다. 시리즈A 이하 초기투자에 집중하는 KBFC는 업력 14년차 베테랑 벤처캐피탈리스 이지애 상무를 비롯해 3명의 심사역으로 구성됐으며 내달 1호 펀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도 지난해부터 초기투자 전담팀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4월 22억원 규모의 '스마일게이트로켓부스터1호펀드'를 결성해 운영 중이며 올해 상반기 중 100억원 규모의 '스마일게이트로켓부스터2호펀드'를 결성할 예정이다.

KB와 스마일게이트의 경우 팀 내 변리사 출신 심사역을 배치했다. 극초기 창업기업의 핵심기술과 특허의 혁신성 등을 평가해 성장 방향을 함께 고민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외 아주IB투자는 지난 2020년 AC 사업단을 출범시켰고, TS인베스트먼트와 DSC인베스트먼트은 각각 AC를 인수하고, 신규 설립해 초기투자 역량을 강화했다.

한국금융지주 'AC' 공식 출범...VC업계 초기투자 판 키운다
한 VC 관계자는 "아직 내부에 관련 조직은 없지만, 초기투자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 건 사실"이라며 "풍부한 유동성에 극초기 창업기업 몸값이 높아지면서 후속투자 리스크가 커졌다"고 말했다.

VC 업계가 극초기 창업기업 투자에 적극 나선 것은 제2 벤처붐 영향으로 스타트업 투자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실제 2021년 벤처펀드 결성총액은 9조2171억원으로 전년대비 25.3% 급증했다. 2년 전(2019년 4조2411억원)과 비교하면 2배 넘게 늘었다.

넘치는 유동성에 극초기 창업기업들의 몸값도 크게 올랐다. 올해 1월 콘텐츠 지식재산권(IP) 기업 '콘텐츠테크놀로지스'는 프리시리즈A 단계에서 17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티몬 전 의장인 유한익 대표가 이끄는 미디어커머스 스타트업 'RXC'는 지난해 시드 단계에서 200억원을 투자 받았다.

VC 업계 관계자는 "초기 기업의 몸값이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후속투자를 집행해야 하는 VC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다"며 "자금 규모가 있는 VC 입장에서는 초기 투자부터 후속 투자까지 투자를 수직계열화해 수익을 극대화해나가는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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