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의 지능화…디지털 기술로 '지속가능 농업' 일굴것"

머니투데이 전주(전북)=정혁수 기자, 사진=김휘선 기자 2022.03.18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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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홍 농촌진흥청장 인터뷰

박병홍 농촌진흥청장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박병홍 농촌진흥청장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농업분야도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전환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게 중요합니다.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등 첨단 디지털기술을 기후변화, 농촌소멸 등 농업·농촌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 활용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농업을 구현할 수 있다고 봅니다. 드론, 자율주행, 로봇 등의 자동화 기술로 농작업 편리성을 높이고, 환경·병해충 등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지능화 기술개발로 농가 생산성을 높여 나가겠습니다"

박병홍 농촌진흥청장(55)은 지난 10일 전북 전주 청장 집무실에서 가진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농촌소멸론,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상 반발, 안정적인 먹거리 확보의 불확실성 등 지금 우리 농업·농촌은 그 어느때 보다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4차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디지털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청장은 차기 정부의 농업R&D 기조와 방향에 대해서도 "청년농 지원, 농촌공간조성 등을 통해 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견인하는 한편 식량안보 및 탄소중립 등 중요 현안과제 해결을 위한 R&D투자를 확대해 나가야 한다"며 "농진청은 민간영역과의 적극적인 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나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농업계에서는 박 청장을 '위기관리에 능한' 인물로 평가하고 있다. 성실하고 꼼꼼한 업무처리에 예기치 않은 현안이 발생할 때 마다 그가 보여준 대처 능력은 늘 관심의 대상이었다.



2017년 한 아파트 주민이 개에 물려 숨지면서 반려견 안전문제가 크게 이슈화됐을 때 정부차원의 안전관리 대책을 수립한 이가 바로 박 청장(당시 축산정책국장)이다. 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민안전이 위협받았을 때 △음식 덜어먹기 △위생적 수저관리 △종사자 마스크 쓰기 등 3대 개선과제를 중심으로 한 식사문화 개선 추진방안을 만든 장본인(당시 식품산업정책실장)이기도 하다.
박병홍 농촌진흥청장이 디지털농업 기술개발 현황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박병홍 농촌진흥청장이 디지털농업 기술개발 현황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박 청장은 "농진청은 그동안 다수확 통일벼를 개발해 절대빈곤을 해결한 녹색혁명, 비닐하우스를 통해 연중 작물생산을 가능케 한 백색혁명의 기적을 만들어 내며 농업·농촌발전에 기여해 왔다"며 "개청 60주년을 맞는 올해를 새로운 도약의 계기로 삼아 '위기의 농업을 기회의 농업'으로 탈바꿈시키고 '농촌소멸 위기를 농촌 재생'으로 이겨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취임후 '현장과의 소통'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농업현장을 책임지는 자리에서 항상 가슴에 새겨야 할 것은 농업인이 체감할 수 있고,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연구개발과 기술보급이 이뤄지고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농진청에서 보급한 농업기술들이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살펴봤고, 농업현장에서 보고 들은 내용을 바탕으로 수요자가 바라는 기관혁신을 추진하려고 합니다.

-지속가능한 농업구현을 위해 디지털농업을 강조하고 계십니다. 그 이유는?
▶지금은 디지털 전환시대 입니다. 농업분야도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인공지능, 메타버스(확장 가상세계) 등 첨단 디지털기술을 활용해 기후변화, 식량문제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농진청이 지난 해 '디지털농업 촉진 기본계획'을 수립해 △농업분야 데이터 생태계 구축 △농업생산기술의 디지털혁신·유통·소비기술 개발에 힘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실제 벼농사에서는 자율주행 벼 이앙기를 적용하면 노동력이 50% 절감되고, 드론을 이용하면 기존 동력분무기 대비 방제노력이 87% 절감됩니다.


-'2050 탄소중립 계획'으로 농업·농촌에서도 온실가스 감축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노력은?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해 12월 '2050 농식품 탄소중립 추진 전략'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농촌진흥청 역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2050 탄소중립 실현 농업기술 개발과 현장보급 추진전략'을 수립·추진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온실가스 통계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농축산분야 국가 고유 배출·흡수 계수를 34종(경종 28, 축산 6)개발하였으며 오는 2030년까지 52종으로 확대 예정입니다. 또 온실가스 통계 데이터 플랫폼을 2027년까지 구축해 이를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탄소중립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입니다.
박병홍 농촌진흥청장이 영농부산물 파쇄현장 연시회에서 직접 시범을 보이고 있다.박병홍 농촌진흥청장이 영농부산물 파쇄현장 연시회에서 직접 시범을 보이고 있다.
박병홍 농촌진흥청장이 청주시농업기술센터 영농사업장을 찾아 사과세척자동화 시스템을 둘러보고 있다박병홍 농촌진흥청장이 청주시농업기술센터 영농사업장을 찾아 사과세척자동화 시스템을 둘러보고 있다
- 요즘 가장 우려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기후변화' 현상인데 대응노력이 궁금합니다.
▶최근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 현상으로 폭염, 집중호우, 봄철 저온, 가뭄현상 피해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농업현장에서도 변형과(果) 발생, 양계 폐사, 벼 쓰러짐, 과일낙과 등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농촌진흥청은 이를 위해 신(新)농업기후변화대응체계 구축사업을 통해 농업기후변화의 예측-적응-대응-완화 등 4대 분야 연구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기후 적응품종을 육성하고 열대·아열대 작물의 국내 적응·재배기술 확립 등이 좋은 사례입니다.

- 올들어 전남·경남지역 양봉농가에서 발생한 '꿀벌 실종 미스테리'도 기후변화 피해라고 볼 수 있나요?
▶네, 지난 1월부터 2달간 현장조사를 해보니 밀원식물 개화시기(2020년~2021년 봄)에 저온,강풍,강우 등 이상기상이 발생하면서 꿀벌의 활동이 부족해졌고, 초겨울(2021년 11~12월) 고온현상으로 밀원식물이 조기 개화한 게 원인으로 파악됐습니다. 초겨울 약군(弱群)으로 월동중인 일벌이 화분채집 등 외부활동후에 저온에 노출되면서 집에 돌아오지 못한거죠. 현안해결을 위해 기후변화에 따른 시기별 봉군관리와 응애방제 기술을 보급했고, '기상이변 대응 밀원수종 개발' 등 중장기 연구과제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 올해 치유농업에 대한 현장의 기대가 많습니다.
▶농정의 비중이 생산·성장에서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으로 전화되면서 사람,건강,환경,생태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치유농업은 국민 건강 회복과 증진을 위해 다양한 농업·농촌자원을 활용해 사회적·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입니다. 우리나라 치유농업의 사회경제적 가치는 3조7000억원(2017년)으로 2013년(1조6000억원)보다 2.3배 성장할만큼 그 발전속도가 빠릅니다. 농촌진흥청은 이를 위해 '치유농업추진단'을 신설해 치유농업 제도기반 구축, 연구성과 현장 실용화, 치유농업 산업화, 전문인력 양성 등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박병홍 농촌진흥청장이 한국농촌지도자회 회원들과 간담회를 끝내고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박병홍 농촌진흥청장이 한국농촌지도자회 회원들과 간담회를 끝내고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조경래 코피아(KOPIA) 가나센터 소장이 현지 농민들을 대상으로 채소 모종 접목기술을 교육하고 있다.조경래 코피아(KOPIA) 가나센터 소장이 현지 농민들을 대상으로 채소 모종 접목기술을 교육하고 있다.
- 'K-농업기술'이 글로벌 무대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는 데 앞으로의 계획은?
▶세계가 'K-농업기술'을 평가하는 이유는 인류의 보편적 공공 가치인 '기아문제 해결'과 '식량안보 달성'을 위해 우리가 지난 60여 년 동안 축적한 농업기술과 경험을 각 나라별로 '맞춤형'으로 공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현재 22개국에 해외농업기술개발센터(KOPIA)를, 농업현안 공동 해결과 국가간 기술격차 해소를 위해 대륙별 농식품기술협력협의체(아시아 13개국, 아프리카 22개국, 중남미 12개국, 3FACIs)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개도국 농업생산성 향상을 위한 공동기술개발 협력을 강화하고 미래 기술혁신을 주도할 글로벌 R&D기관으로서의 역량을 갖추어 나가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약력> △1967년 경북 예천 △경북대사대부고 △성균관대 행정학과 △중국 베이징대 대학원 △행시35회 △농림부 농지과장 △농림수산식품부 농촌정책과장 △기획조정관 △주미국 공사참사관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 △축산정책국장 △농업정책국장 △식품산업정책실장 △차관보 △농촌진흥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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