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30% 인상·1인 1법카"…지하철역서 벌어진 개발자 모시기 전쟁

머니투데이 윤지혜 기자 2022.03.1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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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 주요 IT 개발자 1만4000여명 부족…업계 '울상'
강남·판교 지하철역에 경쟁적으로 개발자 채용광고
'24시간 서류검토'·'원데이 면접'으로 이직 편의성↑

강남역에서 신분당선으로 환승하는 구간에 걸린 카카오뱅크 채용광고. /사진=윤지혜 기자강남역에서 신분당선으로 환승하는 구간에 걸린 카카오뱅크 채용광고. /사진=윤지혜 기자


채용시즌을 맞은 IT·게임업계의 개발자 영입 전쟁이 한창이다. 이들 기업이 밀집한 판교역은 '시애틀 오피스', '연봉 30% 인상' 등 구직자 눈길을 끄는 채용 광고로 도배됐다. △24시간 내 서류검토 △원데이 면접 등 구직자의 편의성을 높여주는 제도까지 잇따라 도입하는 추세다. 최근 카카오가 전직원 연봉을 평균 15% 인상하면서 업계의 연봉경쟁 재점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15일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인공지능·빅데이터·클라우드 등 5대 분야 IT개발자는 2020년 4967명, 2021년 9453명, 올해 1만4514명이 부족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선 일반 개발분야까지 더해 2만명 이상 부족하다고 본다. 하지만 절대인력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타사 인력유치를 노리고 출근길 지하철에 경력 개발자 채용광고를 거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특히 IT·게임기업이 밀집한 강남 테헤란밸리와 판교 테크노밸리를 잇는 신분당선이 '핫플레이스'다.

세자릿수 채용에 나선 카카오뱅크는 이달 초 강남역 신분당선 환승구간 부근에서 4개 기둥에 걸쳐 대대적인 '경력 개발자 대규모 채용' 광고를 진행했다. 최근 파격적인 인재영입책을 발표한 스타트업 그린랩스도 판교역 기둥을 "연봉 30% 인상 받고 최고의 동료들과 함께하세요"라고 장식했다. 당근마켓도 네이버 본사가 위치한 정자역에 채용 일정을 공고했다.



서울 강남구와 금천구에 각각 위치한 더블유게임즈와 컴투스도 판교역에 채용 광고를 걸었다. 미국 게임사 더블다운인터액티브(DDI)를 자회사로 둔 더블유게임즈는 △시애틀 오피스 △신입연봉 4500만원 △1인1법인카드 △사내추천시 300만원 인센티브 등을 내세웠다. 올 초 메타버스·블록체인 분야 채용을 진행한 컴투스 업계 최고 수준의 연봉과 일주일간 리프레시 휴가를 강조했다. 추천한 인재가 채용될 경우 해당 직원에겐 200만원의 인센티브도 지급한다.

개발자 영입은 '속도전'…이직 '쉽고 빠르게'
더블유게임즈와 그린랩스는 판교역에서 채용광고를 진행했다. /사진=윤지혜 기자더블유게임즈와 그린랩스는 판교역에서 채용광고를 진행했다. /사진=윤지혜 기자
복잡한 채용과정 때문에 이직을 망설이는 지원자들을 위해 절차도 간소화하는 추세다. 카카오뱅크는 이번에 자기소개서 항목을 없애고 1·2차 면접을 하루에 진행키로 했다. 요기요도 서류지원부터 최종합격까지 채용과정을 최대 10일로 단축하고, 모든 면접을 하루에 보는 '원데이 면접'을 도입했다. 요기요 측은 "경력 지원자는 반차만 내도 면접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당근마켓은 자기소개서 없이 핵심직무역량만 쓰되, 24시간 내 서류결과를 안내해주는 '리쿠르트24' 캠페인을 오는 20일까지 진행한다. 지원자들은 빠르게 당락을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당근마켓 관계자는 "캠페인 기간 우수 인재를 많이 만나기 위해 지원서에서 불필요한 정보를 제외하고 핵심역량·경험만 강조하도록 했더니 지원자들의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칫하면 타사에 지원자를 뺏길 수 있어 개발자 채용은 '속도전'이 핵심"이라며 "지원자 풀을 넓히기 위해 이전직장에서 1년만 근무해도 경력 개발자로 대우하는 등 지원 문턱도 낮추고 있다"고 귀띔했다. 실제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달 경력 1일도 경력개발자 채용에 지원할 수 있게 했으며, 네이버는 매월 경력사원을 영입하는 월간채용을 상시화했다.

"연봉 1000만원 인상"…국내 최대 IT기업 네이버도 '긴장'
올해도 개발자 품귀현상이 심화하면서 연봉인상 경쟁이 재점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해엔 게임사 중심으로 연봉인상 행렬이 잇따랐다면 올해는 카카오가 선봉에 섰다. 카카오는 최근 전직원 연봉을 평균 15% 인상했다. 업계에서는 기본급이 최소 500만원 이상 인상됐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CJ올리브네트웍스도 올 초 연봉을 최대 1000만원가량 올렸다.

이에 국내 최대 IT기업인 네이버에서도 인재 이탈을 막기 위한 연봉인상 요구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4일 주주총회에서 네이버 노동조합 '공동성명' 관계자는 "최근 스타트업이나 동종업계에서 노동에 대한 더 많은 가치를 약속하며 사람들이 떠나고 있다"며 "이는 단순 한 사람이 들고나는 것이 아니라 노하우의 상실, 남은 사람들의 사기 저하로 연결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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