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농장에서 엄선한 카카오 콩으로 커피처럼 직접 로스팅부터 완제품이 되는 전 과정을 거쳐 만든 '무설탕 초콜릿'으로 보다 진화된 초콜릿 미식을 선사합니다."
씨앤지(C&G) 정승범 대표/사진제공=씨앤지
씨앤지 정승범 대표와 초콜릿의 인연은 2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그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형이 운영 중인 제주 초콜릿·제과기업 제키스에 합류해 자연스레 초콜릿과 연이 닿았다. 제주 감귤 등을 가공해 초콜릿을 제조하는 기업에서 형과 의기투합하며 일하다가 연매출 100억을 달성하던 해, 그는 새로운 꿈을 품고 회사로부터 독립하게 됐다.
창업 첫해는 매출이 1억에 그쳤지만, 이듬해 올리브영 매장에 제품을 입점시키며 10억으로 매출이 껑충 뛰었고, 매년 상승 곡선을 그렸다. 초콜릿 분야에서 한 우물을 판 그의 노하우와 전문성, 트렌드를 읽는 통찰력, 기존 시장과의 차별성 등이 빛을 발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장에 힘입어 디케이에프비는 2020년, 서울문화사로부터 투자받아 '초콜릿으로 세계화를 하자'는 뜻을 담은 '초콜릿 앤 글로벌라이제이션(Chocolate&Globalization)'의 약자를 따 씨앤지(C&G)로 사명을 변경했다. 씨앤지는 지난해 48억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올해는 연매출 60억원을 바라보고 있다.
"현재 저희가 생산하는 초콜릿 중 90%는 전부 무설탕 초콜릿입니다. 일반적으로 '초콜릿은 달다'라는 느낌을 주는데, 저희는 노슈가 초콜릿을 내놓아, 혈당을 높이지 않으면서 단밸질, 콜라겐, 프로틴, 비건 등 기능성을 가진 초콜릿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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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앤지는 초코헬스 프로틴 아몬드 로쉐, 카카오리퍼블릭 놉초콜릿 빈투바 견과류 3종 등 다양한 초콜릿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제공=씨앤지
정 대표는 "처음에 30시간 걸려 페루 농장에 직접 가서 계약하고 빈을 수입했다. 다른 회사들이 초콜릿을 수입해 그것을 녹여 만든다면, 우리는 카카오빈을 수입해 직접 로스팅하고, 그라인딩 하고 콘칭과 블렌딩 하고 바까지 만들고 있다. 공방식으로는 있었지만 유통 쪽으로 양산해서 판매하는 것은 처음인데다 빈투바나 무설탕 초콜릿을 하게 되면서 주변에도 알려지게 됐다"고 말했다.
씨앤지는 국내에서 최초로 기업형 대량생산 빈투바(Bean to Bar) 라인을 설립, 엔로빙(Enrobing) 초콜릿, 볼 초콜릿 등 다양한 형태의 초콜릿을 선보이고 있다. 씨앤지의 초콜릿 전용 제조시설은 FSSC22000, HACCP 등 까다로운 국내외 인증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저는 원재료명이 적을수록 좋다고 생각합니다. 안 좋은 제품일수록 이것저것 많이 들어가죠. 요즘 소비자들도 표기사항을 체크하고 보기 때문에 원재료명을 최대한 줄이고 되도록 천연만 쓰려고 노력합니다.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건강한 초콜릿을 만들려고 합니다."
정승범 대표는 개인적으로 커피와 초콜릿이라는 미식계의 스테디셀러를 조화롭게 구성한 미래형 카페사업도 새롭게 꿈꾸고 있다. 초콜릿과 커피뿐 아니라 스포츠 등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포트폴리오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정 대표는 "아내가 바리스타다. 집사람은 1층에서 커피 콩을 볶고, 남편은 2층에서 카카오빈을 굽는 카페를 만들고 싶다. 카카오콩과 커피콩은 북위 20도 남위 20도 사이의 열대지방에서만 자라기 때문에 카카오나 커피나 같은 카카오 존에서 나온다. 초콜릿과 커피는 닮아 있다"며 "초콜릿 브랜드 '갓세'는 제주도 방언으로 부부를 뜻한다. 로고는 비익조 한 쌍을 카카오빈으로 형상화해 짝을 짓지 않으면 날 수 없는 비익조처럼 아름다운 사랑을 담았다. '갓세'를 론칭할 때도 이것(카페)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커피를 블렌딩하듯, 초콜릿도 블랜딩이 있고 싱글오리진이 있다. 케냐산과 에티오피아산이 커피 맛이 다른 것처럼, 카카오도 다 맛이 다르다. 다양하고 풍부한 맛을 카페를 통해 소비자에게 알려주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