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자원 패권화' 대한민국 경제가 위험하다

머니투데이 김경환 에디터 2022.03.14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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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전세계 시장을 뒤흔들고 있다. 증시는 폭락하고 환율은 요동친다. 원유를 비롯한 각종 원자재 가격은 폭등하고 있다. 유럽 변방에서 일어난 전쟁이라 치부하기엔 시장에서 너무 많은 일이 벌어졌다.



그 이전 중동지역에서 발생한 전쟁이나 내전과 달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깊이가 상당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 세계적 자원부국이란 점 때문이다. 원유, 천연가스에서부터 네온, 제논, 크립톤, 니켈, 알루미늄, 팔라듐 등 반도체 공정에 활용되고, 이차전지의 원료가 되는 많은 필수 원자재들이 이들 국가에서 생산된다.

특히 한국은 철강, 석유화학, 이차전지, 반도체, 자동차 생산국이란 점에서 그 어떤 나라보다 많은 영향을 받는다. 실제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국내 증시는 하락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주요 기업들의 글로벌 공급난에 대한 우려가 크게 반영된데 따른 것이다.



러시아는 세계 3위 산유국으로 전세계 생산량의 11%(하루 700만 배럴) 정도를 차지한다. 러시아는 세계최대 천연가스 생산국이기도 하다.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네온 중 28%는 러시아(5%)와 우크라이나(23%)에서 수입했다. 제논(러시아 31.3%, 우크라이나 17.8%)과 크립톤(러시아 17%, 우크라이나 31%) 의존도 역시 높다. 더욱이 러시아는 이차전지의 핵심 소재인 니켈, 알루미늄의 생산량 기준 3위 자원부국이기도 하다.

'석유화학의 쌀'로 불리는 나프타의 러시아 의존도도 상당하다. 나프타는 원유를 정제하면 나오는 기초 원료로 플라스틱 등 생산에 쓰인다. 지난해 러시아산 나프타가 국내 전체 나프타 수입(43억8000만 달러)의 23.4%를 차지했을 정도다.


곡물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세계 밀과 보리 생산량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이들 지역에서 곡물 수출이 중단될 경우 세계 각국이 식량 위기에 처할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더욱이 러시아에 침공의 책임을 물어 미국과 유럽, 한국, 일본 등 전 세계 대다수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에 나섰다. 그러자 러시아는 서방의 경제 제재에 대응해 총 500종에 달하는 러시아산 상품 수출을 제한하는 등 맞불 조치를 내놨다. 반도체소자, 전자집적회로(IC) 등이 포함됐다. 이와 함께 러시아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호주, 일본, 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 등 자국 제재에 나선 48개국을 비우호 국가로 지정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팬데믹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의 최대 리스크가 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의 원자재 수입액은 작년 12월 사상 처음으로 월기준 300억 달러를 넘어섰다. 글로벌 공급난으로 우리나라의 원자재 수입 부담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이번 전쟁을 계기로 각국의 원자재 및 소재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이미 러시아, 중국, 칠레 등 주요 원자재 생산국들의 경우 자원을 무기화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칠레가 최근 리튬, 구리 광산에 대한 국유화에 나선 것이 대표적 사례다. 이차전지, 반도체, 전기차 등 첨단 산업을 영위하는 국내 기업들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원자재를 수입·가공해 대부분을 해외로 수출하는 국내 주요 산업의 특성상 앞으로 원자재 및 소재 관리는 우리나라 경제의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일본과 반도체 소재 관련 무역분쟁을 겪으면서 원자재 확보의 중요성을 깨달았지만 이번 전쟁은 더 큰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만들었다.

이젠 기업 차원이 아닌 국가 차원에서 안정적으로 해외 원자재 및 소재를 조달할 대책을 마련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자원 패권화 경향이 더욱 강해질텐데 새로 들어설 윤석열 정부의 성패가 여기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갈수록 경제하기 어려운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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