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짤담]포켓몬빵·링키바 부활하는 이유…"아는 맛이 무섭다"

머니투데이 구단비 기자 2022.03.12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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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짤담'은 식음료 등 산업계를 출입하면서 들은 '짤막한 후일담'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11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포켓몬빵이 품절된 편의점의 안내문 사진이 공유되고 있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11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포켓몬빵이 품절된 편의점의 안내문 사진이 공유되고 있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SPC삼립의 포켓몬빵, 롯데제과의 설레임, 빙그레의 링키바와 콩라면

최근 식음료 업계의 단종상품 부활과 장수상품 리뉴얼 소식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뚜기는 누적 판매량 8200만개를 돌파한 '진비빔면'을 여름철 비빔면 성수기를 앞두고 소스를 업그레이드하는 리뉴얼을 진행했습니다. 출시 20주년을 맞은 설레임은 우유 함량을 10배 늘리기도 했습니다.



신제품 대신 단종제품을 부활하고 기존 제품을 리뉴얼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성공 확률이 비교적 크기 때문입니다.

SPC삼립, 추억의 포켓몬빵 부활…"없어서 못 판다"
선풍적 인기를 모았던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의 캐릭터빵인 '포켓몬빵'이 재출시 했다. 재출시 빵에는 캐릭터들의 스티커 '띠부띠부씰'이 포함됐다.  1999년 출시했던 포켓몬빵을 다시 내놓는 건 '레트로' 트렌드가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포켓몬빵의 재출시로 당시 스티커를 모았던 1990년대생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편의점에 포켓몬빵이 진열돼 있다./사진=뉴스1선풍적 인기를 모았던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의 캐릭터빵인 '포켓몬빵'이 재출시 했다. 재출시 빵에는 캐릭터들의 스티커 '띠부띠부씰'이 포함됐다. 1999년 출시했던 포켓몬빵을 다시 내놓는 건 '레트로' 트렌드가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포켓몬빵의 재출시로 당시 스티커를 모았던 1990년대생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사진은 지난달 23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편의점에 포켓몬빵이 진열돼 있다./사진=뉴스1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SPC삼립의 포켓몬빵입니다. 지난달 24일 출시했는데 일주일 만에 판매량 150만개를 돌파했습니다. 자사 신제품의 동일 기간 평균 판매량보다 6배 이상 높은 수치입니다.



게다가 SPC삼립이 생산량을 풀가동해도 수요가 많아 이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편의점 점주들에게도 발주 제한이 생겨났을 정도고 빵에 들어있는 스티커를 중고거래하겠다는 사람들도 있을 정도입니다.

심지어 포켓몬빵 중에는 '돌아온 로켓단 초코롤'이 전체 판매량의 4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유년시절 포켓몬빵을 먹어보신 분들에겐 익숙할 '그때 그 제품'이 리뉴얼된 상품이기 때문에 더 많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아는 맛이 더 무섭다"…추억까지 기억나게 한다
사진 왼쪽부터 빙그레가 출시를 앞둔 링키바, 오리온의 와클./사진제공=빙그레, 오리온사진 왼쪽부터 빙그레가 출시를 앞둔 링키바, 오리온의 와클./사진제공=빙그레, 오리온
빙그레도 2016년 단종된 아이스크림 링키바 재판매를 앞두고 있습니다. 또 2003년 단종된 매운콩라면도 팔도와 협업해 출시 준비 중입니다. 롯데푸드는 1993년 출시돼 2011년 생산이 중단된 아이스크림 '별난바 톡톡'을 2019년 부활시켰고 오리온도 과자 '와클'을 15년 만에 재출시했습니다. 롯데제과는 생산이 중단됐던 껌 '후레쉬민트'를 다시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업계가 먼저 재출시를 결정하는 경우도 있지만 소비자의 요청이 계속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오리온의 와클은 재출시 이전인 2020년 고객센터에 접수된 재출시 요청만 150건이 넘었다고 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한 번 먹어봤던 아는 맛이 무서운 것"이라며 "식음료의 경우 처음 먹은 맛을 잊지 못하는 경향이 뚜렷한 것 같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이를 이용한 과자업계의 비밀스러운 전략도 있습니다. 지금은 코로나19(COVID-19)로 공장 견학이 많이 어려워졌지만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과자공장 견학은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까지 활발하게 이뤄졌습니다. 업계 관계자도 "과자도 공장에서 갓 구워내면 소매점에서 판매하는 제품보다 훨씬 맛있다"며 "어린아이가 갓 구운 과자를 먹고 좋은 추억을 갖는 시간을 보내면 나중에 잠재적인 고객이 될 확률이 더욱 높아진다고 본다"고 설명했고요.

전문가도 익숙한 맛은 추억까지 이끌어낼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옛날부터 길들여져 있는 입맛에 맞는 식품을 맛보게 되면 고향으로 돌아간 것 같은 포근하고 안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된다"며 "그 음식을 먹었던 어렸을 적의 추억까지도 떠올리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신제품 실패할까 우려에 기존제품 안주…"'현재의 저주' 조심해야"
롯데제과의 봄 시즌 한정판 제품./사진제공=롯데제과롯데제과의 봄 시즌 한정판 제품./사진제공=롯데제과
그러다 보니 식품업계는 신제품 출시 대신 차선책으로 시즌별 한정판을 출시하는 방법을 택하기도 합니다. 신제품 출시에 대한 부담감이 크기 때문입니다. 연구개발비나 생산비를 투자해 신제품을 출시하더라도 기존 제품만큼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새로운 제품이 나왔을 때 투자해야 하는 공격적인 마케팅 비용도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식품업계의 실적이 원재료값 상승 영향으로 부진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업계의 평균 영업이익률도 3~5%대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부담은 더욱 클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시즌별로 출시되는 한정판 제품도 길어야 2개월 정도 반짝 인기를 끌고 판매량이 급감한다"며 "아무리 새로운 것이라도 결국 사람들은 평소에 자주 먹던 제품을 꾸준히 사먹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식품업계의 이런 선택이 '현재의 저주'에 빠져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영학에서 말하는 '현재의 저주'라는건 현재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미래에 투자가 없어 기업이 더 어려워지는 것을 뜻한다"며 "영업이익률이 낮은 회사들의 공통점이 신제품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신제품이 있어야 기술도 만들어지고 부가가치도 생기고 영업이익도 높아지는데 우리나라의 식품업계는 연구개발비에 투자를 많이 하지 않는다는 약점이 있다"며 "3M이 100년 넘게 혁신 기업으로 생존할 수 있었던 것은 매출액에서 신제품 비중을 40%로 유지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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