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쇼박스
대부분이 사람들이 그렇게 수학을 포기하고 멀리하려 하지만 우리가 누리는 수많은 문명의 혜택이 수학을 기반으로 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와이파이부터 수많은 문명의 기기들이 수학을 이용해 개발됐다는 건 분명한 사실. 그만큼 수학은 인간의 삶에서 실제적으로 가깝지만 심적으로는 가장 멀게 느껴지는 아이러니한 학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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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잔잔하고 훈훈하지만 한방이 없다. 특히 수학의 활용도가 예상보다 낮아 아쉽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란 영화 제목 때문에 ‘수학’이란 학문이 영화를 관통하는 매우 중요한 소재로 활용될 것처럼 보이지만 작가와 감독은 편안한 선택을 한다. 풀이과정을 생략한 채 정답만을 중요시하는 우리 현실처럼 영화는 모두가 행복해지는 해피엔딩이라는 정답을 위해 풀이과정을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클리셰들을 통해 해결한다.
그런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는 건 좋은 배우들의 좋은 연기. 최민식은 왜 모두가 그를 ‘대배우’로 부르는지 알 수 있게 해주는 명연기를 펼친다. 특유의 강렬함을 쏙 빼고 섬세하면서도 선굵은 감정연기로 관객들의 마음을 휘젓는다. 무뚝뚝한 비밀스러운 야간경비원에서 과외수업을 통해 한 꺼풀씩 벗겨지는 새로운 면모들이 몰입도를 높인다. 탈북자의 외로움과 아픔, 천재수학자의 수학을 향한 설렘과 애정 등 수많은 감정들을 절절하게 표현해낸다. 까마득하게 어린 후배 김동휘와의 호흡도 훌륭하다. 선배로서 잡고 끌고 가는 방식이 아닌 지켜봐주며 함께 발을 맞춰 동행한다는 느낌이 들어 더욱 감동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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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영화 속에서 가장 현실적인 인물이지만 악역인 담임선생님 박병은을 비롯해 조윤서, 탕준상 등 조연배우들의 앙상블도 훌륭하다.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딱 떨어지는 수학공식처럼 완벽하게 유기적으로 연결된 영화는 아니다. 빈틈도 허술한 부분도 분명히 있다. 그러나 영화 전체 흐르는 휴머니즘이 그런 아쉬운 부분들을 눈감아주게 만든다. 툭하면 만날 총 쏘고 칼로 찌르는 영화들 사이에서 이런 순수하고 따뜻한 감흥이 도대체 얼마만이던가? 힐링이 필요한 요즘 시대에 딱 들어맞는, 따뜻한 위로를 줄 수 있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