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6살' 두산이 다시 뛴다···'친환경' '원전부활' 양날개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우경희 기자 2022.03.11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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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126년 명가 두산이 다시 뛴다

편집자주 두산그룹이 다시 뛴다. 핵심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이 최단기간 채권단 관리를 졸업한데 이어 그룹 차원의 M&A도 재가동에 들어갔다. 차기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원전을 비롯, 신재생에너지, 가스터빈, 수소까지 완벽한 에너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췄다는 평가도 나온다. 1896년 '박승직 상점'에서 출발한 대한민국 최고(最古) 기업, 두산의 행보에 재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지난해 준공된 '분당두산타워'. 분당두산타워는 부지 면적 8,943㎡, 연면적 128,550㎡, 높이 119m의 지상 27층, 지하 7층 규모로 건설됐다. 사우스(South)와 노스(North) 2개 동으로 나눠졌고 상단부가 스카이브릿지로 연결된 것이 특징이다./사진=머니투데이DB 지난해 준공된 '분당두산타워'. 분당두산타워는 부지 면적 8,943㎡, 연면적 128,550㎡, 높이 119m의 지상 27층, 지하 7층 규모로 건설됐다. 사우스(South)와 노스(North) 2개 동으로 나눠졌고 상단부가 스카이브릿지로 연결된 것이 특징이다./사진=머니투데이DB


'그냥'은 없었다. 지난달 말 2년도 채 안돼 채권단 관리체제를 벗어난 두산중공업 이야기다. 재계와 시장 관계자들은 100년 넘은 국내 초장수 기업 두산그룹이 다시 한 번 저력을 보여 줬다고 입을 모았다. 채무 부담을 덜어낸 두산그룹과 핵심 계열사 두산중공업은 올해 각각 CI(기업이미지 통합)와 사명을 바꾸고 본격 재도약에 나선다.

두산중공업→두산에너빌리티···채권단 관리 조기졸업 후 '재도약'
두산중공업은 이사회를 통해 사명을 '두산에너빌리티'(Doosan Enerbility)로 변경하는 안건을 의결했다고 10일 밝혔다. 오는 29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변경된 사명을 최종 확정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에너지(Energy)와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결합한 조어다. 그 결합을 가능하게 한다는 'Enable'의 의미도 내포한다.



21년만의 사명변경은 채무부담을 덜어낸 두산중공업이 올해를 기점으로 재도약하겠다는 분명한 신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원전(원자력발전) 최강국' 건설을 약속으로 내걸고 국내 뿐 아니라 세계 각국이 '탈탄소'를 외치며 풍력, 수소 등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개발에 열을 올리는 때 두산중공업은 제대로 기회를 잡았다. 지난 2년간 제 때 구조조정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면 제대로 누리지 못했을 기회다.

재계와 시장 의견을 종합하면 두산중공업은 2020년 초 코로나19(COVID-19)로 금융시장 경색으로 직면했던 유동성 위기 그 자체보다도 위기에 제 때 대처하지 못했을 때 시장에 퍼지는 우려의 위험을 잘 알았다. 은행 건전성에 문제가 있다고 인식되면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사태)이 벌어지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사태 조기 진화를 위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에 긴급자금지원을 요청한지 3개월도 채 안돼 총 3조원에 달하는 자금지원을 이끌어 낸 데에는 두산 측이 보여준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와 진정성이 큰 역할을 했다.

두산그룹 전 계열사 임원이 30~50% 수준의 급여 일부를 반납했고 인력 구조조정 등 뼈를 깎는 비용 절감에 돌입했다. 박정원 그룹 회장을 비롯한 오너일가는 (주)두산 주식을 담보로 제공했고 실제 약정에 따라 재무구조 개선이 진행될 때에는 두산퓨얼셀 지분을 무상 증여해 두산중공업 자본력 확충에 쓰도록 했다.

두산타워(8000억원), 두산솔루스(6986억원), 두산인프라코어(8500억원) 등 알짜 매물을 내놓는 결단도 내렸다. 이같은 자산들에 유상증자까지 포함해 두산 측은 3조원에 달하는 자구안을 채권단에 제시했다. 이는 채권단으로부터 적기 수혈의 근거가 됐다.


재계에서는 이같은 두산의 결단을 두고 고(故)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의 '걸레론'이 또 한 번 회자됐다. 외환위기가 불어닥쳤던 1990년대 후반 "나에게 걸레면 남에게도 걸레"라며 지론을 갖고 알짜기업이던 OB맥주 등 식음료사업을 매각, 기업을 지켰다. 이는 전화위복으로 두산그룹이 소비재 기업에서 중공업 기업으로 변신·존속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두산중공업도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126살' 두산이 다시 뛴다···'친환경' '원전부활' 양날개
한 은행 관계자는 "구조조정시 골든타임을 놓치느냐 안놓치느냐는 오너의 결단에 달린 경우가 많다"며 "두산은 초기 약 3개월 동안은 물론, 계획 이행 과정에서도 채권단과 신뢰관계를 형성했고 이는 시장 전반을 안심시키는 데에도 긍정적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두산중공업에서 시작한 혁신···그룹 전반으로 번진다
결과적으로 두산이 이번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난 것도 이같은 그룹 문화에서 비롯된 박정원 현 회장의 승부사 기질이 통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 회장은 고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이기도 하다. 그는 위기가 그룹 전반 존립을 위태롭게 할 정도로 커지지 않게 과감하고 빠르게 결단했다. 또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을 직접 만나 의지를 전달하는 등 정면돌파의 방법을 택했다.

유동성 위기 불식이 두산중공업이 재도약할 수 있는 전부는 아니었다. 기저에는 10년 넘게 미래를 내다 보고 체질개선을 준비해 왔던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그룹 부회장)의 노력도 자리했다. 박지원 회장은 두산중공업이 두산그룹으로 인수되던 2001년부터 회사에 몸담았다. 박정원 그룹 회장의 친동생이기도 하다.

두산중공업이 밝힌 4대 신성장동력(신재생에너지, 가스터빈, 차세대원전, 수소)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풍력으로 대변되는 신재생에너지다.

2005년부터 두산중공업이 친환경 시대를 내다보고 연구개발에 뛰어들었다. 예상보다 더뎠던 정부 발주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기업 중 20년 가까이 명맥을 이어온 곳은 사실상 두산중공업 한 곳이었다. 국내 유일하다시피 한 발전설비 대기업으로서의 책임론도 작용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전력수급계획에 따라 국내 풍력 포급 계획은 앞으로 10여년 간 14배 가까이 커질 전망이다.

아울러 두산중공업은 SMR(소형모듈원전)을 중심으로 다수 해외 사업을 추진중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대형원전사업 수주도 기대된다. 기존 가스터빈 기술력을 바탕으로 석탄발전 대비 친환경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LNG(액화천연가스), 수소를 활용한 가스터빈 사업 규모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두산중공업의 사명 변경에 앞서 두산그룹도 올해 초 새 CI를 공개했다. 기존 3색 블록을 없애고 단색으로 구성됐다. 그룹 측은 "과거의 틀을 벗어나 미래를 향해 역동적이고 민첩하게 움직이며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새로운 두산의 모습을 상징한다"고 밝혔다. 두산은 올해 6년 만에 M&A 시장에 나서 최근 반도체 후공정 시험점검 전문기업 테스나를 인수, 반도체 사업 진출을 알렸다.
두산중공업이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사명을 두산중공업에서 두산에너빌리티로 변경할 예정이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새 로고/사진=두산중공업두산중공업이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사명을 두산중공업에서 두산에너빌리티로 변경할 예정이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새 로고/사진=두산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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