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방역 더 푼다는데…미국·유럽여행도 '무격리'로?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2.03.1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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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판 등 해외여행 심리 개선세…여행업계, 입국자 자가격리 해제 등 발 빠른 방역완화 촉구

/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COVID-19)에 장기간 침체됐던 해외여행 심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세가 여전하지만 곧 정점을 지날 것이란 소식이 들려오는데다 새 정부가 들어서게 되며 여행봉쇄 정책의 전환 가능성도 커지고 있어서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제로(0)'에 수렴했던 해외여행 수요가 부쩍 증가세다. 마리아나관광청 집계 결과 지난달 미국령 사이판에 방문한 한국인 패키지 여행객이 2800명이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판은 트래블버블(TravelBubble·비격리여행권역) 체결 여행지로 자가격리 없이 여행할 수 있다.

마리아나 관광청 관계자는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를 시행한 지난해 11월 모객 기록인 2100명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나투어 (64,200원 ▲1,200 +1.90%)의 경우 1분기 사이판 모객이 1200명으로 전분기 대비 118% 늘었다. 여행형태도 골프, 허니문, 가족여행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오미크론 대확산세를 고려하면 다소 이례적인 수치다. 통상 해외여행은 정치·경제·자연재해·감염병 등 외생변수에 큰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신규확진자가 30만명을 돌파하는 등 연일 최고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위드코로나로 방역봉쇄가 풀렸던 지난해 연말보다 여행심리가 오히려 더 개선된 것이다. 업계에선 여행 보복심리가 코로나 리스크를 상쇄했다는 분석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코로나가 그 동안 여행수요를 억눌렀지만, 2년 넘는 거리두기로 피로감이 커지고 여행에 대한 향수가 커지면서 감염병 리스크가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며 "사이판은 자가격리 제한이 없는 만큼 여행객이 몰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외여행을 가로막는 요소가 코로나19 자체에서 거리두기나 자가격리 등 방역조치로 옮겨졌단 뜻이다.

여행산업 회복을 노리는 해외에서도 자가격리 등 입국제한 조치 완화에 나서고 있는 이유다. 태국이 지난달 코로나 백신 접종자에 한해 사실상 외국인 전면 입국을 허용했고, 호주도 2년 만에 봉쇄를 풀고 관광객의 입국을 받기 시작했다. 이탈리아 등 유럽 지역에서도 여행봉쇄 해제를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연간 15억명에 달했던 국제여행 수요를 선제적으로 유치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국내 여행업계도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회복을 준비하고 있다. 업계 1위 하나투어가 위생·안전에 방점을 둔 여행상품을 선보이고, 노랑풍선 (6,890원 ▼70 -1.01%)도 최근까지 하나투어를 이끌던 김진국 전 대표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등 채비에 나섰다. 인터파크 (15,670원 ▼410 -2.55%)투어를 인수한 야놀자도 해외여행 확장에 시동을 걸었다. 지방공항에서도 사이판, 베트남 다낭 같은 국제선 노선 재개를 꾀하고 있다.

업계에선 국내 여행산업이 뒤쳐지지 않기 위해 새 정부의 빠른 방역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단 입장이다. 업종 특성 상 사업재개를 위해 상품구성·모객·현지 네트워크 정상화 등 2~3달의 준비기간이 필요한데, 윤석열 당선자 취임 직후 변화가 있어야만 하반기를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재 외교부 특별여행경보단계 주의보에 트래블버블 지역인 사이판이 포함돼 있는 등 부처간 혼선도 다듬어야 한단 지적이다.

한국여행업협회 관계자는 "오미크론이 정점으로 가고 있고, 국내방역도 완화되고 있는 추세에 따라 자가격리 조치 등 해외여행 재개를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 할 때"라며 "현재 여행업 생태계가 완전히 파괴돼 있고, 현지 여행사·가이드 네트워크도 다시 확보해야 하는데다 러시아 사태로 유가 상승 압력도 있어 준비기간이 필요한 만큼 발빠른 방역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윤석열 당선인의 대선 공약 중 관광산업과 관련한 공약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여행업 손실보상제 적용을 추진하고 제주도에 관광청을 신설하겠다는 공약이 눈길을 끌었지만, 해외여행재개 등 관광생태계 회복을 위한 근본적인 고민은 다소 부족하단 지적도 나온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최근 한류 확산으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붕괴직전인 관광 생태계를 회복하고 국제관광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구체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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