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도 자민련도 없지만 '캐스팅보트' 위력…'충청대망론' 재조명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2022.03.10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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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논산=뉴스1) 김기남 기자 =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된 윤석열 당선인의 종가가 위치한 논산시 노성면 파평윤씨 마을에 당선을 축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2.3.10/뉴스1  (논산=뉴스1) 김기남 기자 =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된 윤석열 당선인의 종가가 위치한 논산시 노성면 파평윤씨 마을에 당선을 축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2.3.10/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p(포인트) 미만 초박빙 격차로 승리를 거둔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충청'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톡톡히 했다. 영호남 지역에서 양당 지지자들이 최대 결집을 보여준 데다 최다 유권자를 보유한 서울과 인천·경기가 각각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 손을 들어주며 지역 표심이 팽팽하게 격돌한 가운데 충청이 윤 당선인 손을 들어준 것이 승부를 갈랐다.

지난 9일 실시된 개표 결과에 따르면 윤 후보는 48.56%(1639만4815표)를 득표해 47.83%를 얻은 이재명 후보를 0.73%p 차의 역대 최소 표차(24만7077표)로 이겼다.



이중 윤 당선인이 충청권에서 얻은 표는 174만7755표(50.09%)로 이 후보의 160만143표(45.86%)보다 14만7612표(4.23%p)를 득표했다. 이는 전체 표차의 절반 이상으로 충청 지역에서 윤 당선인을 선택한 것이 승부에 직결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충청권 4개 시·도 권역에서도 대전(윤석열 49.55% 대 이재명 46.44%) 충남(윤 51.08% 대 이 44.96%), 충북(윤 50.67% vs 이 45.12%) 등 3개 권역에서 윤이 우세를 나타냈다. 세종(윤 44.14% vs 이 51.91%)에서는 이 후보에 뒤진 결과였지만 그동안 세종시에서 여당인 민주당이 압도적인 득표를 해왔던 데 비해 윤 당선인이 40% 이상 득표한 것은 선전한 것이란 게 정치권 평가다.



대선 초반부터 충청이 누구 손을 들어줄 지 초미의 관심사였다. 대선 승부를 결정할 캐스팅보트라는 점과 함께 윤 당선인과 이 후보 모두 충청과 연고를 강조하며 중원 민심을 잡기 위해 전력을 쏟았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부친 윤기원 연세대 명예교수가 충남 공주 출신이라는 점을 내세워 충청 유권자들의 마음을 두드렸고 이 후보는 배우자 김혜경씨가 충청 출신인 점을 앞세워 '충청의 사위'를 강조했다.

결과적으로 충청 민심은 '충청의 아들'로 기운 셈인데, 정권교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윤 당선자를 '충청대망론'의 대리자로 인식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충청권 연고가 있는 여권 관계자는 "대전까지 국민의힘에 내준 것은 충격적인 결과"라며 "민주당 내에서도 충청대망론에 대한 충청 민심에 대해 다시 한번 주목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충청대망론'은 영호남에 비해 정권 창출 주역으로 올라서지 못한 충청인들의 갈증이 충청 출신 대선주자를 밀어주려는 심리로 이어지는 현상이다. 3김 시대에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각각 영남과 호남을 지역 기반으로 정권 창출에 성공한 데 비해 충청 출신인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끝내 대통령이 되지 못하고 2인자로 머물렀다. 이후에도 안희정 전 충남지사, 반기문 전 유엔총장 등 충청 출신 대선주자를 향해 분출했다가 실패를 반복해왔다.

윤 당선인은 비록 부친이 충청 출신이지만 '충청대망론'의 당사자로 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충청 표심이 윤 당선인에게 기울었고 결국 승부에 쐐기를 박은 것은 '충청대망론'이 언제든 충청 출신 대선주자를 향해 폭발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줬다는 얘기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DJP연합'이 충청대망론에 따라 충청이 대선 승부를 결정한 대표적 사례인데 그 당시엔 김종필 전 총리라는 구심점도 있었고 충청 지역을 기반한 정당도 있었다"며 "인구 수도 늘어나 영향력이 커진 충청 민심을 등에 업어야 겠다고 생각하는 차기 주자들이 여럿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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